송현욱 연출, 주화미 극본의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제3회는 제2회 마지막에서 연결된 시퀀스가 작은 반전을 주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시작했다. 은환기(연우진 분)는 채로운(박혜수 분)을 살리기 위해 바이크에 치여 큰 사고를 당할 것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했다.
은환기 캐릭터의 급격한 변신을 막으면서도 앞으로 은환기와 채로운의 관계와 행동에 대한 암시를 보여줬다. 채로운을 위한 은환기의 행동은 다분히 오해를 살 수도 있으며, 진지함 속 코믹한 요소가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사내 벤처는 낙오자 클럽인가, 어벤저스가 될 것인가?
내성적인 보스 갱생 프로그램인 사내 벤처를 만들면서 은환기와 친구인 공동사장 강우일(윤박 분)은 팀원을 뽑는 대화를 한다. 다른 사람과 소통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은환기가 오랜 친구와는 대화를 잘 풀어간다는 점은 은환기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감정선의 유지를 위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 직원들과 직접 접촉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을 잘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 은환기는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 탓에 숨어서 많은 시간을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장점과 특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은환기와 강우일이 사내 벤처 팀원을 선발하기 위한 대화를 통해 각각의 캐릭터를 알려주는 방법은 효과적이다. 시청자들은 팀원들의 캐릭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은환기의 시야를 통해 전해지면서 은환기의 캐릭터 또한 더욱 선명하게 파악하게 됐다.
◇ 은환기의 변화와 변신!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속도, 계기와 노력이 궁금하다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가 내성적인 성격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다. 만약 은환기가 극소심, 극내성적 성향으로 계속 머문다면 그야말로 대반전일 수 있다.
은환기가 변화할지에 대한 것보다, 어떤 계기로 변화할지 어떤 과정과 노력을 거쳐 변화할지가 궁금하다. ‘내성적인 보스’가 이 점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인생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세상에는 극소심한 사람들이 의외로 꽤 많다. 항상 극소심한 사람도 있고, 특정 상황이 되면 누구보다도 극소심해지는 사람도 있다. ‘내성적인 보스’가 세상의 많은 극소심한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가 된다.
◇ 화를 내는 은환기! 드라마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설정인가?
‘내성적인 보스’ 제3회에서 은환기가 극도로 소심해졌을 때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보스가 부하직원을 보고 화를 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시청자들은 은환기가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는데, 드라마 속 설정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극소심한 사람의 경우, 극소심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을 때, 무척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보이는 모습은 공격적이지만 사실 마지노선에서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 두려움이다.
내성적인 보스 은환기는 드라마가 설정한 독특하고 코믹한 캐릭터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무척 현실적인 캐릭터이다. 은환기 캐릭터가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두 가지를 더 살펴야 한다.
은환기는 그냥 극소심한 것이 아니라 까칠하면서도 극소심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은환기의 성격이 변화되더라도 언제든 원위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변한 것처럼 보여도 변화가 완전 정착이 아닌 과정으로 언제든 유턴할 수도 있다.
은환기는 동생 은이수(공승연 분), 친구 강우일과는 대화도 잘하지만 언제든 그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성적인 보스’에서 은환기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실제 사회생활에서 극소심한 사람들과도 특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성적인 보스’에서 채로운이 먼저 다가가는 것처럼, 소심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대부분 소심한 사람들만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용기 내고 같이 노력해야 소통이 된다. ‘내성적인 보스’가 바라보는 소통 로맨스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