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 Xiao Chen 감독의 ‘No Sad’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북경전영학원(Beijing Film Academy)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한중 합작 단편이다. 북경전영학원은 장예모 감독이 나온 학교로 알려져 있다.
두 학교는 매년 한중 합작 영화를 제작하는데, 한 해는 중국 감독과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로, 다음 해는 한국 감독과 중국 배우 및 스태프들로 교차 구성해 작업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한중 합작 영화, 일본 실사 영화 같은 차분하고 고요한 서정성도 포함하다
‘No Sad’는 중국 사업의 부도로 한국으로 도망친 사람을 찾기 위해 중국인 노송(김인권 역)이 한국을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초반에 매우 서서히 이야기가 진행돼 몰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차분하게 감독의 감수성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영화의 정서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No Sad’는 한중 합작 영화인데 한국적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적 느낌도 아닌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보면 일본 실사 영화같이 차분하고 고요한 서정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감독 또는 이 영화 제작진의 독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No Sad’는 우리끼리는 서로 첨예하게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한중일 세 나라가 많은 공통점을 가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약 서양인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질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정말 신선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는 동북아의 독특한 공통점을 그들은 발견할지도 모른다.
정말 많은 다민족으로 구성된 유럽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 대부분은, 영국이 탈퇴하긴 했지만 유럽공동체처럼 유럽 사람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동북아를 같은 정서로 바라보는 것도 그리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수 있다. 물론 당사자인 우리들에게는 절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사항이라 할지라도.
◇ 과도한 카메라 워킹 없이, 차분하게 시야를 바꾸며 바라보다
‘No Sad’의 카메라는 야외에서 김인권이 누워 있고, 임선우(이연 역)가 앉아 있는 장면을 부감샷(위에서 내려다보는 촬영)으로 보여준다. 부감샷은 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반면에 김인권이 야외에서 누워있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같이 누워서 서로 바라보는 것처럼 바닥 측면에서 촬영됐다. 카메라는 옆으로 누워 등장인물과 서로 눈빛을 교환한 것이다.
‘No Sad’는 과도한 카메라 워킹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인물을 지배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가, 등장인물과 함께 눈빛을 맞추는 상황을 만들어 변화를 줬다.
정서적으로 큰 변화를 줄 수도 있는 시야의 변화 또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바로 확인할 수 없게 잔잔히 이어졌는데, 김인권과 임선우의 차분함 또한 큰 역할을 했다.
◇ 무표정하고 멍한 표정에, 눈빛에는 슬픔을 담고, 입술에 불만을 살짝씩 표현한 임선우
‘No Sad’에서 임선우는 술 마시는 연기를 할 때 무표정하고 멍한 모습을 보여줘 어느새 서서히 취했다는 느낌을 전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 눈빛에 슬픔을 담았고, 입술은 살짝씩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임선우는 술 마시는 연기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무척 몰입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선우는 이번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에서 염지희 감독의 ‘치석’에 희수 역으로 출연해 제한되면서도 절제된 표정 연기를 인상적으로 펼쳤는데, ‘No Sad’에서는 훨씬 더 존재감 없는 밋밋한 연기를 펼쳤다고 보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김수현, 이제훈, 박소담의 공통점이 있다. 물론 연기를 잘한다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찌질한 역에서는 정말 그렇게 표현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김수현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신분을 위장한 남파 공작원 원류한 역으로 출연했는데, 그가 맡은 역할은 달동네 바보였다. 김수현은 바보 역할을 진짜 바보처럼 리얼하게 소화했고, 드라마를 관람하지 않고 영화만 보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수현은 한때 영화에는 맞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았다.
이제훈은 ‘시그널’에서 박해영 형사 역을 맡았는데, 드라마 초반에 많은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논란은 이제훈이 연기를 못하거나 배역 해석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초반 박해영 캐릭터를 무척 실감 나게 표현하면서 생긴 오해였다.
박소담은 데뷔 초반 다작 출연으로 경력을 쌓았는데, 크게 존재감이 없는 단역을 맡았을 때는 관객들이 박소담의 출연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 역할에 맞는 연기를 펼쳤다.
‘치석’에서의 인상적인 표정 연기와 ‘No Sad’에서 영화 속 캐릭터를 철저히 지키는 임선우의 모습은 앞으로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눈과 입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을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정연기 능력을 가진 배우가, 캐릭터에 충실해 자신의 재능을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No Sad’의 독특한 정서가 서양 관객들에게 어필한다면, 임선우는 서양 관객들과 제작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