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감독의 ‘이상한 영화’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감독은 영화에서 영화를 찍는 장면과 현실, 진지한 접근과 해학적인 편집을 섞어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한 영화’는 영화 속 설정이 현실에서 재현된 이상함,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이상함, 그리고 독특한 편집을 통해 영상도 이상하게 보이도록 만든 작품이다. 뻔하지는 않은 장면을 보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영화이다.
◇ 이상하게 영화 만들기, 발연기를 실감 나게 소화해야만 한 배우
‘이상한 영화’는 사진이 슬라이드 같은 느낌으로 이어지며 시작한다. 일곤(손성민 분)과 같은 장면에서 등장하는 지민(김한나 분)의 딕은, 교과서를 읽듯 어색한 발음으로 일부러 어색하게 만들어 재미를 준다. 김한나의 연기를 보며 누가 봐도 발연기인 것을 알 수 있도록 발연기를 실감 나게 해야 하는 배우의 심정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이렇게 하면 영화는 이상해질 수 있지만 무척 웃기겠다 싶은, 일종의 해학 넘치는 의견들을 모아 실제 영화로 만드는 재미를 ‘이상한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인과관계의 모순! 폭력은 어떤 경우에서도 좋지 않은 거야
영화감독 민수(임지형 분)는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장면에 집착했는지 잊어버리는 본말의 전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서도 좋지 않은 거야”라는 메시지는 영화 관람이 끝난 후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폭력과 살인이 넘쳐나는데, 관객들도 모두들 대부분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감정의 동요 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상한 영화’는 연기를 잘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이 가장 리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할 사실일 수 있지만 영화가 생생하게 만들어지기 위해 감독은 위험한 유혹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인지하게 만든다.
‘이상한 영화’에서 여감독(함지원 분)은 김원봉 감독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해 생성된 캐릭터로 추정된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커플, 부부의 모습과 갈등을 담고 있는데, 무척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민낯을 무척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 우연히 만든 장면인가? 의도적으로 계획된 장면인가?
‘이상한 영화’에서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은 폭력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감독은 실제 폭력 장면의 음향을 몰래 녹음해 영화에 사용한다. 영화 속에서 촬영 당시보다 훨씬 리얼한 영상을 본 사람들은 놀라게 되며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실제적으로도 관객들은 제작진보다 훨씬 더 오묘하게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관객들은 배우에 대한 동경과 판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감독에 대한 판타지와 동경도 있기 때문에 영화 속 모든 장면을 신중히 보고 장면 하나하나에서 감독의 의도를 추출해낸다.
이때 관객이 파악한 것과 감독의 의도가 같을 경우에도, 첫째 감독의 계산되고 준비된 의도일 수 있고, 둘째 의도하지 않았지만 감독의 감각적인 능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수 있고, 또 하나는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맞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티스트와 제작자들은 일반적으로 디테일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에 디테일을 알아보는 관객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상한 영화’에서 영화 속 영화감독 민수의 마음은 어쩌면 실제 감독의 마음일 가능성도 높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