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항 감독의 ‘끝내주는 날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기상 캐스터 연주(김민정 분)의 날씨 예보로 시작한다. 기상 캐스터를 전문직이 아닌 방송의 눈요깃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앞뒤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
◇ 기상 캐스터는 전문직인가? 뉴스 방송 말미의 시각적인 눈요깃감인가?
‘끝내주는 날씨’에서 방송국 부장(이민식 분)은 기상 캐스터를 전문직으로 여기지 않고, 딱딱한 뉴스 말미에 화사하고 행복을 주는 눈요깃감으로 생각한다.
날씨 예보가 잘못됐을 경우도 기상 캐스터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부장은 말한다. 기상청에서 잘못된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맞는 말인데, 기상 캐스터의 역할이 날씨를 전하는 본질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말하는 부장의 이야기는 단지 영화 속 부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씁쓸하게 생각된다.
◇ 앞뒤가 다른 사람들
‘끝내주는 날씨’에서 FD(조의진 분)는 연주 앞에서는 무조건 연주의 편을 들고, 연주 씨가 파란색 옷을 입고 올 경우 블루 스크린을 그린 스크린으로 바꿔주겠다고 말한다.
야릇한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FD는 연주와 친분을 보여주지만, 정작 연주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연주를 커버해주기는커녕 오히려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지적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주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연주의 친구(박현지 분)는 연주를 부러워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연주의 심기를 건드린다. 위로해주는 척하며 공격하는 행동 또한 사람들을 상처 입게 만드는 주요한 행위이다. 이런 공격의 경우 공격한 사람은 기억조차 없다는 것이 상처받은 사람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 블루 스크린 앞에 파란색 옷을 입고 온 연주
타 방송은 비가 올 때 우비를 입고 나오고, 연주에게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는 말에 연주는 블루 스크린 앞에 파란 우비를 입고 나타난다. 블루 스크린 앞 파란 옷은 연주를 몸통이 없고 얼굴만 있는 투명인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촬영 방법 중 크로마키 기법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배우가 연기하고 그때 촬영된 파란색 공간에 다른 영상을 합성해 넣는 방법이다. 서양인의 경우 눈이 파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눈동자 안에 다른 영상이 합성되는 경우가 있어서, 신체에서 가장 찾기 어려운 색으로 그린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이다.
‘끝내주는 날씨’는 크로마키가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영화의 특수효과를 관객들이 전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두 가지 알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