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감독의 ‘변성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학교 합창단에서 솔로 파트를 맡고 있는 지승(장대웅 분)은 감기에 걸린 듯 고음이 예전처럼 맑게 나오지 않는다.
‘변성기’는 남자아이에서 남성으로, 여자아이에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제2차 성징을 앞둔 청소년들의 심리와 행동을 재미있게 다룬 작품이다.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을, 어른들에게는 동심과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 밝고 상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변성기’는 “학교 갈 때나 학원 갈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에 발을 맞추며 좋은 일만 생각해요”라는 가사의 동요 ‘팔분음표로 걸어요’의 합창으로 즐겁게 시작한다. 음악영화를 좋아하고 스토리텔링에 무척 큰 의미를 두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영화 내용과 어울리는 가사가 있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변성기’는 그런 정서에 잘 어울린다.
동심이 전달하는 밝고 상쾌한 느낌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든다. 감독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하면서,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밝은 톤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합창을 가르치는 선생님(김우섭 분)도 주입식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는 점도 밝은 분위기와 잘 맞는다.
◇ 변성기는 심리적 변화를 거치는 시기
자신의 목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은 합창단에서 자신의 역할이 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솔로 파트를 담당했었더라도 이제 더 이상 기존의 존재감은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거부하고 싶기도 하다.
제2차 성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승은 변화가 싫지만, 가수가 되고 싶은 소현(김주아 분)은 빨리 성장하고 싶다. 지승은 민망해하지만, 아빠(전석찬 분)와 엄마(최희윤 분)는 특히 아빠는 자랑스러워한다.
지승 역의 장대웅은 불안하지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 민망하지만 참아보려는 마음을 과하지 않은 변화를 주며 표정 연기를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금보다 더 싫어하거나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아직 아이 같은 느낌을 줬을 것이고, 지금 보다도 더 담담했다면 내면의 깊은 요동침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변화는 두렵지만 신기한 계기
변성기와 제2차 성징은 당시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지만 지나고 나면 별로 특별하지도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변성기’는 도전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많은 어른들에게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주는 영화이다.
변화는 불안함을 수반하지만, 불안함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지, 확정되거나 잠재적인 위험이 아니다. 제2차 성징이 청소년들에게는 마음과 삶을 흔들어놓는 대혼란의 상황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그냥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일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감독은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소재를 활용해 공유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영화를 만들 때 참신한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소재를 참신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변성기’는 보여주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