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10세대 시빅을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격 론칭했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 때 참조 출품으로 선보인 시빅이 이날 공식적으로 한국에 데뷔한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06년 8세대 시빅을 들여온 이후 2015년 9세대 시빅을 단종시키기까지 6275대를 한국에서 팔았다. 월 평균 52대 꼴이다. 출시 초기에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단종된 해인 2015년에는 123대까지 추락하며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 건 2017 서울모터쇼 때다. 10세대 시빅이 떡 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당시 혼다코리아 신범준 팀장은 “NS-X와 함께 참조 출품 모델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서울모터쇼 때에도 상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얘기를 했었다”고 주장했다. 출시 예정인 차를 참조 출품 모델로 낸 이유는 CR-V 터보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혼다코리아의 고민은 판매 실패로 단종한 9세대 시빅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 퇴장이 쓸쓸했기 때문에 또다시 들여오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게다가 C-세그먼트는 현대 아반떼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기 때문에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성공한 모델은 폭스바겐 골프 등 극히 일부 모델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정반대다. 시빅은 2016년에 36만대 이상 판매되며 동급 1위를 기록했고, 북미 올해의 차도 거머쥐었다. 트림은 총 다섯 가지로 나온다. 기본 가격은 1만8740달러부터 시작한다.
혼다코리아가 들여온 모델은 최하위 모델 바로 위의 트림으로, 국내에서는 3060만원에 판매된다. 일본산이 아닌 미국산이며, 해당 모델은 어코드와 마찬가지로 혼다의 자랑인 ‘혼다 센싱’이 장착되지 않았다. 혼다 센싱은 도로 이탈 방지장치,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긴급 제동 시스템,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합쳐진 혼다의 핵심 안전 장비다. 미국에서의 옵션 가격은 1000달러(약 113만원)다.
신범준 팀장은 이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지만, 혼다 센싱이 포함될 경우 C 세그먼트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한국에는 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5 터보 모델 역시 가격 경쟁력을 감안해 이번엔 들여오지 않았지만, 향후 수요가 있다고 분석되면 수입하겠다”고 말했다.
첨단 안전장비가 빠졌지만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디자인과 퍼포먼스, 첨단 사양까지 그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고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C 세그먼트 돌풍이 기대된다”고 했다.
혼다 시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우수한 모델이다. 1973년 첫 출시 이후 160개 나라에서 240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1세대 모델은 1973년 일본차 최초로 ‘유럽 올해의 차’ 3위에 올랐다. 2세대 모델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모터트렌드 ‘올해의 수입차’ 1위에 선정되며 기염을 토했으며, 이후에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올해의 차에 많이 올랐다.
반면 혼다코리아가 수입하는 모델들은 한국에서 올해의 차가 선정되기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올해의 차에 오르지 못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