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상태를 보이던 국내 대형 SUV 시장이 잇따른 신차 출시 덕에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 G4 렉스턴이 출시된 이후 국내 대형 SUV 시장 판매가 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2016년에 국내 시장에서 승용차는 2% 감소했지만 SUV는 13% 증가했는데, B 세그먼트(티볼리, 트랙스, 니로, QM3)와 E 세그먼트(렉스턴, 베라크루즈, 맥스크루즈, 모하비)의 증가율이 높았다.
그러나 E 세그먼트 SUV는 4.9% 성장해 125% 성장한 B 세그먼트에 비하면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올해 4월 쌍용차가 G4 렉스턴을 선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G4 렉스턴은 5월 본격 출시 이후 8월까지 3개월간 8344대가 판매되며 월 평균 2086대로 대형 SUV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모하비는 5508대가 팔려 월 평균 1377대를 기록했다.
국산 대형 SUV는 수입 대형 SUV 판매 추이와도 관련이 깊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우 올해 8개월 동안 4349대가 팔려 월 평균 543대를 기록하며 수입 대형 SUV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혼다 파일럿은 같은 기간 987대(월 평균 123대)가 팔렸는데, 지난 6월 214대, 7월 149대, 8월 106대로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8월에 시작된 CR-V, 어코드 녹 문제가 파일럿에서도 발견되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파일럿과 CR-V를 사려던 고객 중 일부가 경쟁 차종으로 결정하면서 향후 판매 추이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5000만원대 닛산 패스파인더가 마이너 체인지로 선보이면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임 구조 안전성‧뛰어난 연비 어필
이렇게 뜨거운 경쟁 속에 G4 렉스턴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포스코와의 협력으로 1.5 기가 파스칼(GPa)급 초고장력 강판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것을 비롯해 동급 최고의 고장력 강판 적용(81.7%), 쿼드 프레임 구조 등으로 높은 안전성을 자랑하는 게 히트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혼다 파일럿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입 SUV는 프레임 구조가 아닌 모노코크 구조를 쓰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에어백도 G4 렉스턴은 9개인 데 비해 파일럿은 6개에 불과하다.
G4 렉스턴의 2.2ℓ 디젤 엔진은 187마력으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면서도 뛰어난 연비를 보여준다. 가솔린 엔진을 얹고 있는 대부분의 동급 수입 SUV와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만약 1년에 2만㎞를 주행하는 운전자가 혼다 파일럿을 탈 경우 연간 334만7617원(이하 9월 24일 오피넷 기준 유가)을 지출하는 반면, G4 렉스턴(7인승 AWD)은 253만5485원을 써서 대략 81만원 이상 차이를 보인다. G4 렉스턴 5인승과 비교하면 파일럿과의 차이는 90만원 이상으로 벌어진다.
지난 8월에는 7인승 모델이 추가됐다. G4 렉스턴 7인승은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의 경우 차량가격의 7% 취득세 및 자동차세가 면제되며, 세 자녀 이상의 다자녀 가구 취득세 면세로 경제성이 뛰어나다. 또, 7인승인 포드 익스플로러, 8인승인 혼다 파일럿에 대항하는 의미도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를 9.2인치 고화질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특히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는 국내 최초로 모바일기기에 있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양방향으로 즐길 수 있다.
SUV는 지난 2011~2016년 사이에 15.6% 성장하면서 각 차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쌍용 G4 렉스턴의 선전과 닛산 패스파인더로 가세로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