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에어백은 전복 사고 발생 시 승객의 신체가 선루프 장착 차량의 루프면 바깥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해 상해를 경감시키는 안전장치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실차 시험과 내열, 내진동 등의 신뢰성 검증을 완료하고 양산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을 양산 차량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번 기술 개발은 현대모비스가 에어백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2년 에어백 양산을 시작한 이래 4세대 어드밴스드 에어백, 승객간 에어백 등 첨단 에어백 기술력을 선보여 왔다. 현대모비스가 경쟁사보다 앞서 양산 수준의 에어백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차체의 루프를 특수 강화유리로 만들어 기존 선루프의 개방감을 확대해 뒷좌석에서도 확 트인 시야를 즐길 수 있는 편의 장치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P&S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차량용 선루프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이며 2022년까지 연 평균 11%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 장착 차량의 전복 시 선루프 개방면으로 승객의 신체가 튕겨나갈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루프로 승객이 이탈하는 위험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지난 2000년~201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 기록을 집계한 결과 260여명 가량이 차량 루프면으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백 같은 보호 장치 없이 승객의 신체가 차량 루프로 튕겨 나오면 머리, 목 등의 부위에 심각한 상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선루프 에어백은 이 같은 상황에서 승객의 이탈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해를 줄일 수 있다. 사람 모형의 더미를 이용한 실차 시험 결과에서도 에어백 전개 시 승객의 이탈을 막고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켰다. 승객의 사망이 발생할 수 있는 상해에서 경미한 상해로 줄어든 것이다
파노라마 선루프 에어백은 선루프 내부에 장착돼 차량 후방에서 전방으로 전개된다. 측면 충돌시 차량 창문을 따라 길게 펼쳐지는 커튼 에어백의 모습과 비슷하다. 차량 전복으로 차량 회전각의 변화가 발생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인플레이터(에어백 가스 발생 장치)가 에어백을 전개시킨다. 가스로 부풀어 오른 에어백 쿠션은 0.08초 만에 차량 루프면 전체를 덮어 승객을 보호한다.
선루프 에어백은 일반 에어백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에어백은 선루프 장치 안에 들어 있어 선루프 제조 시 에어백이 안정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사고 시 선루프 스크린이 열려 있을 때와 닫혀 있을 때 각 상황에 맞게 안전하게 에어백이 전개돼야 한다. 선루프가 닫혀 있는 상황에서 차량이 전복되면 에어백은 선루프 유리와 차양막 사이를 가로지르며 전개된다.
이 같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그동안 해외 에어백 제조사들도 콘셉트 수준의 기술 개발에 머물러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개발 과정에서 총 11개의 특허를 출원해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올 6월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적 규모의 차량 안전 학회에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발표했는데 미국 도로교통 관련 주요 기관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큰 관심을 얻었다”며 “프리미엄 SUV 차종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첨단 에어백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