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화유기’는 제2회를 거치며 아직 분량이 많지는 않은 배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작의 드라마가 되려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구축과 스토리텔링도 탄탄해야 하는데, ‘화유기’ 제2회는 그런 기대를 갖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은 이곳저곳에서 찾을 수 있다.
◇ ‘화유기’에서 삼장의 능력은 무엇일까? 진선미 캐릭터에 대한 고찰
드라마 ‘도깨비’에서 도깨비 김신(공유 분)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지은탁(김고은 분)이 다소 의존적인 캐릭터라면, ‘화유기’에서 삼장법사(삼장)의 소명을 받은 진선미(오연서 분)는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줘 걸크러쉬의 매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은탁과 진선미 모두 귀신을 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지은탁은 귀신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은 반면에, 진선미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려는 악귀로부터 모르는 사람을 구하고 폐가, 흉가, 뭘 차려도 망하는 상가에서 악귀를 달래고 내쫓아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빛 부동산의 대표이기도 하다.
“책임지라고 말해”, “그래도 넌 버텨 나갈 수 있다고”라고 말하며 아무것도 없어도 난 삶을 지켜낸 내가 그래서 더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말하는 모습은, 삼장 캐릭터의 재구축과 함께 무척 의미 있는 캐릭터 형성이라고 보인다.
오연서는 이승기(손오공 역)가 자기를 보호하게 만드는데 애원과 의존으로만 집착하지 않고, 적극적인 조치를 한다는 면도 주목된다. 이승기를 구출하기 위해서 자신의 손을 칼로 그어 악귀를 모이게 하는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 또한 멋진 걸크러쉬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오연서는 차승원(우마왕, 루시퍼 기획 회장 역)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때, 몸치인지 연기인지 모르겠는 뭔가 야무지지 못한 몸놀림을 보여줘 사실감을 더했다. 오연서가 연기력을 발휘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만약 다른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했었다면 오히려 어설프게 연기했다고 오해받았을 수도 있다.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캐릭터를 캐릭터답게 제대로 표현할 때 연기력이 부족하다거나 뻔한 연기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배우가 표현하는 지금 모습이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과정인지를 너그럽게 지켜볼 수 있는 아량을 시청자들이 가진다면 더욱 재미있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화유기’뿐만 아니라 모든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 아직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은 이홍기와 장광
‘화유기’에서 아직 본격적인 캐릭터를 드러내지 않은 인물은 저팔계(이홍기 분)와 사오정(장광 분)이 있는데, 날씬한 아이돌 저팔계와 대기업 CEO 저팔계를 이홍기와 장광이 어떻게 펼칠지에 따라 드라마에 대한 폭발적인 기대는 높아질 수 있다.
◇ 알고 서포트 하는 비서 이엘과 모르고 서포트 하는 김성오의 대비
우마왕(차승원 분)의 직원 겸 비서 마비서(이엘 분)와 진선미의 직원 겸 비서 이한주(김성오 분)의 서로 상반된 캐릭터는 벌써부터 재미를 주고 있는데, 더욱 폭발적인 흥미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 우마왕의 마음을 알고 툭하면 “죽일까요?”, “드시겠습니까?”를 묻는 마비서와 진선미의 행동이 의아하기만 한 이한주의 대비는 이 드라마가 가진 발칙함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 ‘화유기’에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윤보라
앨리스 역의 윤보라(보라)는 드라마의 발칙함을 가속시킬 또 다른 원동력일 수 있다. 용왕의 아들인 옥룡이 톱모델 앨리스의 몸에 잠시 기거하는 연기를 윤보라를 펼칠 예정인데, 터프가이 바람둥이가 까다롭고 예민한 여자 모델의 몸에서 지내며 펼치는 움직임은 설정 자체로도 흥미롭다.
‘화유기’에서 윤보라는 ‘도깨비’에서 유덕화 역을 맡은 육성재만큼 결정적일 때 한 방 하는 존재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과 신을 넘나드는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타지와 카타르시스를 같이 가지고 있는 인물일 수 있는데, 제대로 소화한다면 주연은 아닐지라도 윤보라의 인생 배역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