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올해 소형차 ‘클리오’를 도입하고 경상용차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3일 서울사무소가 새로 자리한 강남구 푸르덴셜타워에서 신년 CEO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판매 목표와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도미닉시뇨라 사장은 올해 내수 10만대와 수출 17만대 등 총 27만대의 판매 목표를 잡고, 제품뿐 아니라 영업, AS, 신차 도입 계획 전반에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내수 10만537대, 수출 17만6271대 등 총 27만6808대를 판매했다. 작년 출시한 QM6 가솔린, SM5 클래식, SM6 사양 강화 모델 등과 같이 고객의 필요를 한 발 앞서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도미닉시뇨라 사장은 “올해 도입할 클리오는 유럽에서 해당 세그먼트 1위 차량으로,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전기차 트위지는 한국 생산을 검토 중이며, 경상용차(LC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에 도전해 국내 시장에 없던 트렌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조에(ZOE)의 시판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르노의 경상용차 라인업은 캉쿠, 캉구 Z.E.33, 트래픽, 마스터, 컨버전 등으로 짜여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디젤과 전기차 버전 모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캉구의 경우 적재중량이 650~800㎏이어서 1톤 트럭과 한국GM 다마스(450㎏)의 중간급이다. 전기차 버전인 캉쿠 Z.E.33은 적재중량이 640㎏이다. 뒷좌석을 접어서 적재용량을 늘릴 수 있고, 뒷좌석 천장을 오픈할 수 있는 타입도 있다. 포뮬러 에디션까지 있어 일반적인 상용차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도미닉시뇨라 사장은 또한 “서비스 대기시간이 길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뿐만 아니라 타사들도 직영 센터가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협력 업체는 짧다. 우수한 협력 업체에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하는 한편,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예약 문의와 동시에 부근 정비 업소로 바로 안내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드리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SM5 판매 목표를 작년보다 3000~4000대 더 높게 잡았다. 가성비가 좋아 호응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SM7 역시 마찬가지로 SM7 LPe 같이 충분히 판매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단종 계획은 없다.
쉐보레 트랙스, 쌍용 티볼리,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과 경쟁하는 QM3에 대해서 르노삼성 측은 신모델 출시 이후에도 판매실적이 떨어졌지만 부진하진 않다는 입장이다. 경쟁 디젤 모델과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며, 완제품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 차량과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한 경쟁 모델 중 1000만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 저가의 가솔린 모델과는 같은 세그먼트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가솔린 모델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개발한 1.3ℓ 가솔린 엔진은 르노삼성 연구소에서도 튜닝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속도로에서 성인 4명을 태우고 우수한 파워를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국내 출시 제품에도 얹을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올해 르노 시닉에 얹어 출시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파리, 실리콘밸리, 이스라엘과 함께 한국에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르노삼성 측은 “프랑스 및 한국 정부 지원 받아 단군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양대, LG, 발레오 등 함께 참여해 저속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 중에 있다. 향후 ZOE 전기차에 적용해서 프랑스와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시내 시범 주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미닉시뇨라 사장은 “올해 르노삼성자동차 사업 목표와 중장기 비전 달성 동력은 결국 고객”이라며, “더 많은 고객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고 제품과 마케팅 활동에 빠르게 반영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그룹의 중기전략인 ‘드라이브 더 퓨처 (Drive the Future 2022)’를 주축으로, 그룹의 목표인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 성장’을 함께 실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를 위한 주요 추진 과제로 ‘고객을 위한 가치 추구’,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 출시’, ‘다함께 즐기는 혁신’, ‘임직원의 자긍심 고취’,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르노삼성자동차는 얼라이언스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화면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국내 업체와의 협업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 디자인 센터, 기술연구소, 생산 공장 등 완성차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갖추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 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속도와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세계적인 배터리 산업과 통신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국내 시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친환경자동차,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나아가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 회사들의 혁신 기술을 신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르노그룹에서 4번째 오픈 이노베이션 랩을 2017년 판교에 구축했다.
한편 르노삼성자동차는 글로벌 경제 악화로 전반적인 자동차 수출이 하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내수 10만537대, 수출 17만6271대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수출물량 증가를 기록하고 역대 최고 수출 기록까지 경신했다.
르노삼성은 2010년에 연간 27만5000대 생산하다가 2012년에 13만대로 생산이 급감했을 때 큰 위기를 겪었다. 러시아와 동유럽으로 수출하던 SM3가 중단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 그 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연간 12만대 이상 수출할 수 있는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토록 했다.
로그의 부산공장 생산 결정의 근간은 부산공장 경쟁력 혁신 약속이었다. 같은 차종을 생산하는 닛산의 미국 스머나 공장과 일본 큐슈 공장을 넘어서겠다는 약속을 하고 생산을 할 수 있었다. 얼라이언스 50여개 공장 중 중간에 못 미쳤던 생산 경쟁력이 지금은 그룹 내 4위로 올라섰다. 작년 로그는 미국에서 40만대 이상 팔리며 미국 판매 5위에 올랐다. 르노삼성 측은 최고 품질과 최저 생산 원가를 실현해 이익을 극대화 하는 노력이 생산 물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기자간담회가 열린 날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전해져 두 회사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부산공장은 생산성 지표인 2016년 '하버 리포트' 평가에서 전 세계 148개 공장 중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장기 회생전략 ‘리바이벌 플랜’ 단행 후 5년만의 성과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국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공정거래협약 체결, 상생결제시스템 확대 도입, 밀크런 물류 통한 해외 시장 진출 지원 등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함께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의 ‘2016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서 3년 연속으로 우수 등급을 달성했으며, 2016년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사의 종합 매출은 2015년 대비 28% 증가한 2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밀크런 물류에 참여한 르노삼성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의 일본 수출 자동차부품 매출액은 2011년 6억2000만원에서 2016년 4168억원으로 5년 새 700배 가까운 성장을 이루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