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기준 중형세단은 국내에서 연간 약 31만대 이상 판매됐을 만큼 규모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규모가 줄어 2014년부터 최근까지 약 20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차종에 걸친 내수판매가 크게 확대되는 기간 동안에도 중형세단은 오히려 10만대 가량 위축된 셈이다.
과거 중형세단의 핵심 소비자 층이었던 30~40대 남성들은 변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뉘었다. 더 넓은 실내와 편의성으로 무장한 ‘준대형 세단파’와 가족들을 위한 쾌적한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대형 SUV파'가 바로 그것이다.
현대차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초 사이 준대형급 세단인 그랜저IG 구매고객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40대(42.9%)가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한 카드 회사 조사는 40대 남성의 선호 차종이 최근 대형 SUV(약14%)에 집중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설 곳을 잃은 중형 세단의 선택은 ‘젊음’이었다. 중후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력한 퍼포먼스와 제대로 된 달리기 능력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마치 스포츠카와 중형 세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는 듯한 '아찔한' 대표 스포츠 세단들을 소개한다.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인피니티 뉴 Q50 블루 스포츠
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차량이 인피니티 Q50이다. Q50은 인피니티 대표 플래그십 스포츠 세단으로, 2013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후 유려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강력한 달리기 성능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인피니티 내부 리서치 결과 뉴 Q50 수요층은 ‘30대 직장인 기혼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뉴 Q50을 구매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퍼포먼스(44.3%)’와 ‘디자인(23%)’을 각각 1, 2위로 꼽았다. 뉴 Q50은 30대 직장인 기혼 남성들이 차량 선택에 있어 ‘중후한 멋’을 버리고 '퍼포먼스'를 선택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 뉴 Q50 블루 스포츠(이하 뉴Q50)는 기존 인피니티의 Q50s 하이브리드의 후속 모델이다. 뉴Q50이 ‘중형 스포츠 세단’을 대표하는 이유는 역시 주행 성능에 있다. 뉴Q50은 인피니티 대표 하이브리드 차량인 Q70s 하이브리드(기존 M35h) 모델 엔진을 탑재했다. Q70s는 영국 자동차 전문지 ‘카 매거진(CAR Magazine)’이 실시한 400m(4분의 1 마일) 직선 코스 테스트에서 평균 13.9031초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 차’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뉴Q50은 이 엔진에 차세대 초경량 리튬 이온 배터리를 적용함으로써 차체를 더욱 경량화했다.
뉴 Q50은 V6 3.5ℓ 가솔린 엔진(306마력)과 고출력의 50㎾ 전기모터(68마력)를 탑재해 최고출력 364마력을 발휘한다. 또한 인텔리전트 듀얼 클러치 컨트롤(1모터 2클러치 방식)를 지원하는 다이렉트 리스폰스 하이브리드 시스템(INFINITI Direct Response Hybrid System)을 탑재함으로써 공인 복합연비 12.0㎞/ℓ의 우수한 연비 효율성까지 자랑한다.
뉴 Q50은 스포츠 세단답게 외관 디자인도 세련됐다. 정면 더블아치 그릴 크기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크롬 테두리를 어울리게 해, 3차원적 매력을 강화했고 차체를 더욱 낮고 넓어 보이게 함으로써 스포티한 느낌이 강화했다.
또한 전자 제어식 7단 자동 변속기와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Direct Adaptive Steering, DAS)’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스티어링 휠과 앞바퀴를 연결하는 복잡한 기계장치를 없애고, 대신 전기신호로 스티어링을 조종해 노면 상태에 맞는 효율적인 핸들링이 가능하다.
어댑티브 시프트 컨트롤(ASC)이 탑재해 운전자의 드라이빙 스타일을 감지, 그에 따라 변속 패턴을 자동으로 조절함으로써 뛰어난 주행감각을 제공하고, 거친 주행 환경에서도 스포츠세단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
◆스포츠 세단 시장, 국산차까지 뛰어든 춘추전국시대
최근에는 국산 스포츠 세단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아 스팅어도 그 중 하나다. ‘찌르는, 쏘는 것’ 의미하는 기아자동차 스팅어는 이름처럼 혁신적인 스타일과 주행성능을 갖춘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이다. 스팅어는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갖췄다. 스팅어는 롱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전고가 낮고 후드가 길어 무게 중심이 낮은 ‘다운포스 디자인’을 통해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또한 호랑이 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 날렵한 이미지의 헤드램프, 직선으로 뻗은 대형 에어 인테이크와 볼륨감이 느껴지는 후드 등을 적용해 고급스럽고 강렬한 인상을 강조했다. 측변에선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 긴 뒤 오버행까지 연결되는 균형감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속도감이 느껴지는 루프라인과 수평으로 뻗은 높은 벨트라인이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주행감이 느껴진다.
달리는 능력도 뛰어나다. 터보 엔진과 2세대 후륜 8단 자동변속기 등을 장착해 파워트레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스팅어는 차량 출발 후 4.9초 만에 100㎞/h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가속력(3.3 터보 가솔린 모델)뿐 아니라, 부드러운 변속감으로 연비 향상과 정숙한 주행감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카와 세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차량 중에서는 재규어 XE가 눈에 띈다. 형제 모델인 중형 세단 XF보다 한 체급 아래 모델이지만 수준 높은 주행감각과 탁월한 승차감으로 스포츠 중형 세단 경쟁에서 주목받는 모델 중 하나다. XE는 최고출력 340마력의 V6 슈퍼차저부터 4기통 2.0 디젤(복합연비 13.8㎞/ℓ)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다. 후륜 및 상시사륜구동(AWD)을 제공해 운전자 주행 스타일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또 XE는 차체가 75% 이상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가장 가벼우면서도 인텐시브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해 역대 가장 튼튼한 차체를 가진 것으로 꼽힌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AS)을 재규어 모델 최초로 도입해 노면의 떨림을 운전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조향감각을 보조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최근 현대가 선보인 제네시스 G70도 인기 모델 중 하나다. G70은 3.3 가솔린 터보, 2.0 가솔린 터보 그리고 2.2 디젤 등 총 3개의 모델 라인업을 갖췄다. 특히 3.3 가솔린 터보모델은 'G70 스포츠'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G70 스포츠는 0→100㎞/h 4.7초의 다이내믹한 가속성능과 최대시속 270㎞의 파워풀한 동력성능을 갖췄으며,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VGR)과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해 민첩한 핸들링 응답성과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운전자 및 동승자의 실내 착좌위치를 낮게 설계해 차량무게중심도 함께 낮춤으로써 안정적인 주행감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세단은 갈수록 더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급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남다른 성능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