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물의 서비스화’ 트렌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제조업의 영역이었던 자동차 시장에서도 ‘서비스’가 구매결정 과정에 갈수록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물의 서비스화(Everything-as-a-Service)’는 서비스를 더 이상 부가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제품 차별화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현상이다. 제품의 질이나 디자인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제품이 본질이고 서비스는 덤’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뀌어 서비스가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꼽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자동차도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서비스 단말’로 여겨지며 거대한 교통 서비스 인프라의 한 부분으로 편입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제 수단과 연동해 주유, 드라이브 스루 등에서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커넥티드 카 커머스’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업체들은 자동차가 아닌 연계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다이렉트 기반의 ‘신차 장기렌터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카셰어링 서비스’ 등 사용자 편의성을 한층 더 강화하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신차 장기렌터카는 정기적인 방문 점검 서비스, 24시간 콜센터 운영을 통한 신속한 사고처리 등 모든 차량관리 업무에서 해방되어 간편하게 새 차를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차량 기반 서비스 상품이다. 특히 월 대여료에 차량 취득에 관련된 세금 및 보험, 자동차세 등 모두 포함되어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총비용 면에서도 자차 구입보다 합리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다이렉트의 신속성과 편의성을 더하며 편의성까지 대폭 강화했다.
롯데렌터카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신차장 다이렉트’는 PC, 모바일을 통해 신차 장기렌터카의 견적부터 계약까지 5분 안에 완료 가능한 온라인 다이렉트 서비스다. 기존 차량 구입은 견적 등 일부 과정만 온라인에서 가능하고 심사 및 최종계약은 대부분 오프라인 채널에서 진행됐다면, 신차장 다이렉트는 견적뿐만 아니라 심사, 계약까지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 특히 24시간 견적 및 무서류, 무방문 서비스가 특징인 신차장 다이렉트는 차량 구매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매장을 방문해 영업사원을 대면하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제격이다. 이미 영업사원과 상담 및 차량 견적을 진행한 경우에도 심사, 계약 과정은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Omni-Channel) 서비스까지 구현했다.
◆이젠 쇼핑도 차 안에서-커넥티드 카 커머스
커넥티드 카 커머스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에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개념으로, 결제수단과 연동되는 디지털 아이디(ID)를 자동차에 부여해 자동차 자체가 신용카드와 같은 결제 플랫폼이 되는 스마트 상거래를 의미한다. 사용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폰과 같은 무선 디바이스를 통해 주유, 드라이브 스루, 픽업 서비스, 주차 등과 같은 다양한 O2O 서비스들을 별도 결제 수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커넥티드 카 커머스는 언뜻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미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기업 '오윈'은 지난 11월 신한카드, LG유플러스, GS칼텍스와 함께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성남의 GS칼텍스 직영 주유소와 음식점, 꽃, 디저트 카페 등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외식, 음료 매장 100여 곳을 대상으로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 외 지역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주유 시 결제는 물론 유종 선택, 보너스카드 적용까지 자동 처리되며, 음식이나 꽃 등을 구입할 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 없이 출발 전 미리 주문한 뒤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상품을 수령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오윈은 통행료 징수, 주차, 발렛, 리테일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넥티드 카 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카셰어링과 인포테인먼트의 만남, 그린카 ‘어웨이’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빌려 쓸 수 있는 카셰어링은 필요한 시간만큼 예약 가능한 합리적인 대여와 다양한 차종,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IVI(In-Vehicle Infotainment,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까지 탑재하며 서비스 품질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카셰어링 브랜드 그린카는 업계 최초로 네이버랩스와 IVI 플렛폼 ‘어웨이(AWAY)’를 공동으로 개발, 1000여 대의 카셰어링 차량에 적용했다. IVI는 음악, 오디오 콘텐츠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빠른 길 찾기, 맛집 정보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어웨이를 탑재한 그린카 차량에는 24:9 화면 비율의 ‘헤드유닛 디스플레이(Head Unit Display)’가 설치되며, 네이버 로그인을 통해 네이버뮤직, 네이버지도 등 스마트폰에서 즐기던 그대로 그린카 어떤 차량에서나 동일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안전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화면전환에 필요한 조작을 줄인 ‘스플릿 뷰(Split View)’ 기능 등 운전자의 주의 분산을 최소화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린카는 어웨이 탑재 차량을 연내 전국 3000대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롯데렌탈 최근영 마케팅부문장은 “과거 재화(제품)와 용역(서비스)이 철저히 구분되던 것과 달리, 오늘날 서비스는 제품을 이용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핵심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가속화되어 자동차 업계도 전통적인 제조업을 넘어 거대한 ‘교통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며 더욱 진화한 서비스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