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리즈와 파랑새(リズと青い鳥, Liz and the Blue Bird)>는 외톨이 ‘미조레’와 그녀에게 유일하게 다가온 ‘노조미’, 단짝이 된 두 소녀가 고등학교 마지막 콩쿠르곡을 함께 준비하며 겪는 우정과 성장을 담은 아름다운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파랑새가 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두 고등학교 여학생의 내적 성장과 함께 극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애니적 정서에 몰입돼 감성 충만하게 그녀들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
◇ 왕따가 아니어도 누구나 외로운 시대! 우리 마음속에는 각자의 미조레가 있을 수 있다
감정이입해서 <리즈와 파랑새>를 보면 내가 미조레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노조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내 안에 미조레도 있고 노조미도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 이런 감정이입은 리즈와 파랑새 이야기를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도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반전을 줄 것인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파랑새가 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실제로 그런 일을 겪었을 때의 공포감이 애니메이션에 내재돼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그냥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다 없어지는 것 같은 멸절의 고통이다.
관객은 각자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에 따라 작품에 공감하며 공유하는 강도와 깊이가 크게 다를 수 있다. 과정과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 결말이 해피엔딩이 되느냐 중 어디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 수채화 같은 영상 + 애니메이션 속 동화 같은 이야기
<리즈와 파랑새>는 수채화 같은 영상 속 애니메이션 속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상의 입체감과 박진감보다는 애니적 정서로 어필하는 작품으로, 독특한 작화가 인상적이다.
리즈와 파랑새의 이야기,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 두 가지 이야기가 같이 가는데 각각의 두 사람의 머리 스타일이 비슷한 점은 두 이야기가 겹치는 이야기라는 점을 이미지적으로 상징한다.
미조레가 리즈일 수도 파랑새일 수도, 노조미가 리즈일 수도 파랑새일 수도 있다는 설정은 정말 놀랍다. 사건에만 집착할 경우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보면 무척 큰 반전이기 때문이다. 뻔한 것 같은 이야기 안에는 절대 뻔하지 않는 내면이 존재한다.
◇ 음악을 듣는 즐거움! 오보에라는 악기가 주는 상징성!
우리나라 관객들은 음악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뮤지컬신을 좋아한다. 이야기 속에 콩쿠르 합주곡을 연주하는 <리즈와 파랑새>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머물지 않고, 주인공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다. 마치 클래식 음악회에서 연주자 못지않게 연주곡이 중요한 것과 비슷하다.
미조레는 오보에를 연주한다는 점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척 중요하다. 오보에는 미조레를 상징적으로 무척 잘 표현하고 있는 악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보에는 여리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이지만, 다른 악기에 자신을 맞추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는 다른 악기들이 오보에의 소리에 조율을 맞춘다.
미조레가 연주하는 악기가 오보에가 아닌 플루트였다면 악기 자체가 주는 상징성은 줄어들었을 수 있다. <리즈와 파랑새>에서 미조레는 오보에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맞출 수 없는 미조레가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희생하며 맞추고 있었다는 점 또한 정말 큰 정서적 반전이다.
다른 연주자들이 맞춰줘야만 좋은 합주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오보에가 지금까지 실력을 조절해 다른 악기를 맞춰주고 있었다는 설정은 우리에게 큰 울림의 여운을 남긴다. 많은 것이 고정관념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리즈와 파랑새>가 남긴 여운 중의 하나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