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레퍼토리 <쓰리 볼레로(Three Bolero)>가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됐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세 명의 안무가가 작품으로 만들었다. 김보람 안무가의 <철저하게 처절하게(Thoroughly Desperately)>, 김설진 안무가의 <볼레로 만들기(Structure - Making Bolero?)>, 김용걸 안무가의 <볼레로(Bolero)>이다.
<철저하게 처절하게>는 기존의 음악을 편곡하고 악기의 편성도 여러 가지로 시도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살아있는 작품이다.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느낌도 주는데, 안무의 디테일을 보면 소화하기에 쉽지 않은 정교함과 독특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살아있는 작품
<철저하게 처절하게>는 강다솜, 김보람, 김현호, 박선화, 신재희, 임소정, 장경민, 조준홍, 차규화가 출연했다. 박용빈 편곡/지휘로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소규모 편성으로 연주됐다.
‘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이럴 수 있다’ 혹은 ‘음악을 춤으로 표현하면 이렇겠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박용빈이 춤에 맞춰 편곡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보람이 음악에 맞춰 춤을 최적화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휘자는 어둠 속에서 지휘를 했는데, 연주자들은 한 곳에 집중돼 있지 않고 지휘자의 양쪽 옆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시각적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의 원활한 호흡은, 그간 많은 연습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소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면서도, 표현하기 쉽지 않은 디테일을 보여준 안무
<철저하게 처절하게>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시작한다. 브레이크를 통한 집중은 공연 초반부터 관객의 이목을 집중하게 한다. 처음에는 악기 연주 없이 안무가 펼쳐지는데, 몸을 과격하게 사용하는 안무를 보면 일부러 거칠고 투박하게 보이려고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표현하기 쉽지 않은 동작들도 많은데 특히 바닥을 이용한 안무에서 도드라진다. 바닥에 기대어 편하게 춤을 춘다기보다는 바닥이라는 벽에 붙어 유연성과 근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무용수들이 대각선의 대형으로 한 줄로 서서 한 명씩 독자적인 춤을 추는 파도타기 연출은 통일성과 개별성을 넘나들었고, 흰색의 의상이 조명색의 변화로 인해 옷의 색깔이 바뀌어 보이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철저하게 처절하게>가 칼군무를 소화하지 않으면서도 멋있게 소화했다는 점은 유럽 뮤지컬의 군무를 보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칼군무를 틀리지 않으려고 소심하게 춤을 추는 것보다, 자신 있게 안무를 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지 <철저하게 처절하게>의 군무 파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