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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6) ‘The Angler’ 관객의 호기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낚시꾼 노아의 코

발행일 : 2018-10-18 12:14:44

장승욱 감독의 <The Angler>는 제20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18) 국제경쟁 섹션에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노아는 이유도 잊은 채 매일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데, 마을의 점등사 이보는 묵묵히 등불을 밝히며 그를 살핀다.
 
작화의 느낌은 서양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같은데, 낚시꾼 노아의 꾸준한 행동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내 삶에도 이보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 나는 이보와 같은 사람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서양 감독이 만든 것 같은 작품, 우리나라 사람인 것처럼 이유도 모른 채 열심히 일하는 노아
 
<The Angler>에서 인물에 대한 표현을 비롯한 작화 스타일을 보면 우리나라 작품이 아닌 서양에서 만든 작품인 듯한 느낌이 든다. 감독은 서양 생활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그런 삶을 꿈꾸었을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잊은 채 매일 물고기를 잡는 노아의 모습은 우리나라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일단 최선을 다해 꾸준히 삶을 사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사람 같은 정서가 느껴진다. 작화 스타일과 내적 정서의 표현은 이질적인 것 같으면서도 조화를 이뤄 상황과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게 만든다.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낚시꾼 노아의 코! 관객의 호기심과 참여를 유발하다
 
낚시꾼 노아의 코를 보면 한 쪽으로 삐뚤어진 것으로 표현된다. 입체적인 표현이 과장돼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노아의 얼굴을 보면 코를 가장 집중해서 보게 된다.
 
노아의 콧구멍과 인중은 마치 밑그림을 그려놓고 채 완성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노아의 캐릭터를 특징적으로 시각화함과 동시에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호기심을 발휘하게 만든다.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The Angler’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그런데 이렇게 밑그림 같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곳은 더 있다. 겨드랑이와 어깨, 팔목에서 옷이 접히는 부분이다. 관객은 아직 작화가 완성이 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함과 함께 더 그리거나 색깔을 칠해 채워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관객이 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대하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상 노아와 이보에게 감정이입하기에는 너무 무난한 면이 있는데, 그런 면을 작화의 디테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표현된 영상,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 일상의 반복은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잔잔한 것만 같았던 노아의 내면에는 드라마틱한 격동과 반전이 이뤄지는데, 노아의 모습은 어쩌면 감독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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