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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인형의 집’(1) 독백이 아닌 방백이 만드는 정서! 연극 공연과 무용 공연을 넘나드는 무대 속 다양한 오브제!

발행일 : 2018-11-06 03:37:04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연극 <인형의 집>이 11월 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헨릭 입센 원작, 유리 부투소프 연출로, 정운선(노라 역), 이기돈(헬메르 역), 우정원(린데 부인 역), 김도완(크로그스타드 역), 홍승균(랑크 박사 역)이 출연해 한국과 러시아 제작진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등장인물을 혼잣말을 하기보다는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무대에는 다양한 오브제가 등장하는데, 연극 공연과 무용 공연을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적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든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인형의 집> 리뷰를 공유한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 독백보다 방백으로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다! 독백을 몰래 듣는 게 아니라, 방백을 직접 듣는다
 
막이 오르면 테이블에 앉아 있던 등장인물은 종을 치며 방백을 한다. <인형의 집>은 대화(對話, Dialog) 못지않게 방백(傍白, Solioquy)이 많은데, 방백은 독백(獨白, Monologue)과는 다른 뉘앙스와 분위기를 전달한다.
 
대화는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뜻하고, 독백 한 사람의 인물에 의해 행해지며 다른 사람의 방해나 개입을 받지 않는 혼자만의 대사를 뜻한다. 방백은 혼자 말한다는 점에서는 독백과 공통점이 있으나,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독백이 몰래 이야기 듣기라면, 방백은 공식적으로 이야기 듣기라고 할 수 있는데, <랭보>에서의 많은 방백은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며 해설하고 설득하려 한다고 느껴진다.
 
◇ 독특한 무대 설정, 다양한 오브제! 연출은 해석의 주도권을 관객에게 넘겼다!
 
<인형의 집>은 무대 천장 자체가 움직인다. 웬만한 연극 공연에서는 쉽게 적용하기 쉽지 않은 무대 연출이다. 무대 천장이 내려온다는 것은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제약이 있는 정서를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마음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침대의 이동을 통한 공간의 활용도 눈에 띄는데, 등장인물 간의 대사에 대해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감정을 증폭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속적인 회전을 하는 침대 위에서 대사를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이는데, 그냥 보면 별로 특별할 것 같지 않을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감정이입하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급박한 상황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큼직한 구조물을 비롯해 <인형의 집>에는 정말 다양한 오브제가 등장한다. 연출은 각각의 오브제에 의미를 부여했을 것인데, 연출은 각각의 오브제가 지닌 의미는 관객이 알아서 느끼고 해석해야 한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관객에게 주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객에게 선서하는 정말 똑똑하고 멋진 아티스트라고 여겨진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 연극과 무용 공연을 넘나들다
 
5명의 배우는 연기와 함께 모두 춤을 춘다. <인형의 집>은 진지한 연극이기도 하고, 강렬한 음악과 함께 무용극이기도 하다. 어두운 조명 또한 현대무용 공연을 연상하게 만든다. 무대 공간 또한 연극적 공간이라기보다는 무용적 공간이라고 느껴지는데, 실제로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는 무용 공연이 많이 열린다는 점이 떠오른다.
 
연극의 시간과 무용의 시간이 서로 협력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시간을 제시하고 있는데, 연극의 경우에도 전막 공연과 리딩 공연을 넘나드는 연출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극 초반에 종을 치면서 장면 전환을 알려주고, 지문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대사로 읽기도 하는 시간은 리딩 공연적인 요소이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흰색 의상을 입었을 때는 현대무용을 연상하게 만드는 안무를 하고, 검은색 의상을 입었을 때는 스트리트 댄스 또는 투박한 탭댄스를 연상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구두로 바닥을 찍기만 하는 형식으로 탭댄스를 보여주고 들려주기 때문에, 업바운스의 감성보다는 중력에 순응하는 다운바운스의 감성이 더 많이 전달된다.
 
연극의 장면 전환, 등장인물 교체 시간에 안무가 펼쳐지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중간에 뮤지컬신이 펼쳐지는 것처럼, <인형의 집>은 연극 중간에 무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인형의 집’ 공연사진. 사진=예술의전당(Photo by Lee, Woo Sung) 제공>

헬메르 역의 이기돈은 무대 위에서 옷을 벗기도 하고 입기도 하는데, 그 과정의 연기 또한 안무라고 볼 수 있다. 화장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옷을 벗고 입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며 진행된다.
 
<인형의 집>의 안무는 다양하기도 하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배우들의 안무 경험은 앞으로 다른 연극 무대에서 움직임을 표현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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