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의 발상지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이 미니밴을 ‘사커맘을 위한 차’로 부르기도 한다. 축구선수 자녀를 둔 이가 자녀의 친구 몇 명을 더 태우고 다니는 일이 많아서 붙은 닉네임이다. 실제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어머니들이 이 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
시에나 1세대(XL10)는 1997년 처음 선보였다. 이미 일본에서 판매하던 에스티마/프레비아와 달리, 아예 미국에서 생산하면서 철저히 현지화를 위해 노력했다. 시에나는 2세대 모델(XL20, 2004~2010)을 거쳐 3세대 모델(XL30)부터 한국에서도 시판됐다. 이 3세대 모델이 인기를 끌자 혼다코리아가 오딧세이를 들여오면서 수입 미니밴 시장이 커졌다.
최근 시승한 4세대 모델(XL40)은 앞선 모델들과 달리 오로지 하이브리드 모델만 나오는 게 특징이다. 높은 연비를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 부응하면서, 토요타의 장기인 하이브리드로 경쟁차와 차별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스타일은 역대 시에나 중 가장 다이내믹하다. 특히 슬라이딩 도어 때문에 평평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 디자인에 강한 볼륨을 넣으면서 한눈에 시에나임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위아래로 갈라지는 테일램프 역시 강렬해 보인다. 다만 블랙 하이그로시로 다듬은 리어 범퍼에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스텝을 덧대는 게 좋겠다. 리어 범퍼는 트렁크에 짐을 실을 때나 트렁크에 사람이 오를 때 흠집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체는 구형보다 90㎜ 길어지고 휠베이스 또한 30㎜ 늘어났다. 또 전고는 12㎜ 낮추는 대신, 지상고를 40㎜ 낮춰 승하차 편의성을 높였다.
대시보드는 플로팅 센터콘솔과 이어져 있고, 레버식 기어를 달았다. 경쟁차인 혼다 오딧세이가 버튼식 기어를 적용하고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분리한 것과는 정반대다.
2열 시트는 앞바퀴굴림(FF) 모델에 오토만 시트가, 네바퀴굴림(AWD) 모델에는 일반 시트가 장착됐다. 오토만 시트는 다리 아래까지 받쳐줘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 같은 편안함을 느끼도록 한 것인데, 일반 시트의 착좌감도 훌륭한 편이다. 특히 3열 시트는 쿠션이 경사지도록 설계돼 착좌감이 2열 시트 못지않다. 옹색하고 비좁은 대형 SUV의 3열 시트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다만 구형에서 전동식이었던 3열 시트는 이번에 수동식으로 접고 펴도록 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전동 모터를 빼서 차체를 경량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수동식으로 접고 펴보니 성인 남자가 하기에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데, 여성이 하기에는 살짝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파워트레인은 2.5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시스템 총 출력 246마력과 함께 복합 연비 기준 2WD는 14.5㎞/ℓ, AWD는 13.7㎞/ℓ를 나타낸다. 미니밴으로는 상당히 뛰어난 수치다.
그렇다면 이 연비는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까? 토요타는 이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정해진 구간에서 누가 가장 우수한 연비를 내는가를 겨루는 연비 테스트를 제안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가평 마이다스 호텔까지 갔다가(편도 거리 64㎞) 되돌아오는(편도 거리 52㎞) 총 116㎞ 구간이다.
이번 구간은 신호가 많진 않지만, 도로 고저 차이가 좀 있어서 좋은 연비를 내기에 마냥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평탄한 코스라면 그저 천천히 주행하면 그만인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세심히 다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운전할 때는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엔진 구동을 적절히 차단하고 배터리로만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연비는 알아서 높아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높인다며 일부러 가속했다가 탄력주행을 하는데, 이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깃털 악셀링’이라고 부르는, 아주 세심한 페달 다루기가 연비를 가장 좋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세심하게 다룬 결과, 나는 이날 참가자 중 가장 우수한 평균 21.75㎞/ℓ를 기록했다. 갈 때 19.1㎞/ℓ, 올 때 23.4㎞/ℓ를 찍어서 그 평균값이 이렇게 나왔다.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달린 다른 이도 리터당 13~15㎞를 쉽게 기록했다. 이 정도 연비라면 굳이 디젤 미니밴을 고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경쟁차인 혼다 오딧세이가 4륜구동이 없는 데 비해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4륜구동을 갖추고 있는 것도 차별 포인트다. 오딧세이는 주행성능이 강력하지만 앞바퀴굴림인 탓에 급가속 때 토크 스티어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시에나는 구동력이 네 바퀴에 적절히 배분되어 훨씬 안정감이 있다.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AWD 모델이 6200만원, 2WD 모델이 6400만원이다. 경쟁차인 혼다 오딧세이가 5790만원인 데 비해 조금 비싸지만, 연비를 감안하면 가격 차이는 몇 년 안에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조용하고 안락하며 경제성 좋은 미니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디젤 미니밴의 진동과 소음에 질렸다면 한 번쯤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