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의 소형 SUV XM3는 젊은 차다. 단순히 젊은층을 타깃으로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 XM3가 2022년형으로 거듭났다.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 기능(HTA: Highway & Traffic jam Assist)을 추가하고 차 안에서 결제가 가능한 인카페인먼트를 탑재하면서 편의성도 한층 나아졌다는 게 르노삼성 측의 설명. 안팎으로 달라진 XM3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로 장거리 시승을 떠났다.
◆작지만 세심한 업그레이드
전통적으로 르노삼성은 연식 변경이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부분 변경 때 디자인에 많은 변화를 주는 현대·기아와 정반대의 접근법이다.
사실 부분 변경 때 디자인 변화를 많이 주면 신차 판매에는 유리하다. 좀 더 ‘새 차’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 그러나 부분 변경 이전의 모델을 타고 있는 기존 고객들은 자신의 차가 구형이 되는 일이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르노삼성은 원래 모델의 디자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에만 변화를 준다.
이번 모델에서도 프런트 범퍼에 있던 안개등을 없애고 에어 커튼 크롬 장식을 대신 넣었다. 주간주행등이 안개등을 대체할 수 있어서다. 물론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이 함께 있다면 악천후 때 더 좋은 시인성을 줄 수 있다.
새로 적용된 블랙 투톤 루프는 35만원의 추가 비용으로 차를 더욱 스포티하게 보이게 해준다. 시승차인 흰색도 괜찮아 보였지만 신규 컬러인 ‘소닉 레드’에 훨씬 잘 어울려 보인다.
외관과 비교하면 실내 변화는 미미하다. 9.3인치의 세로형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TFT 클러스터의 디자인과 기능성이 흠잡을 게 없는 까닭이다. 9.3인치 디스플레이 베젤을 크롬으로 마무리하면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일 것이다.
다만 실내 컬러는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 현재는 블랙 직물 시트와 블랙 인조가죽 시트, 블랙 가죽 시트 등 세 가지만 있는데, 여기에 블루나 레드, 브라운 등의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경쟁차종인 기아 셀토스의 경우 고를 수 있는 인테리어 컬러는 4종류에 이른다.
이번에 추가된 옵션 중 눈에 띄는 건 주유소나 식음료 업종에서 사용 가능한 인카페이먼트 기능이다. 현대와 기아는 아직 주유소에서만 가능하지만, 르노삼성은 식음료 업종으로 폭을 넓혔다. 이 기능이 폭넓게 적용되면 차 안에서 주문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해진다. 미국에서는 이런 기능들이 극장이나 식당 예약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엔진과 주행안전성 '일품'
XM3 TCE260은 다임러와 공동으로 개발한 1.3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고 있다. 데뷔 초기에도 지적했던 것처럼 이 엔진은 저회전 급가속이 살짝 굼뜨다. 최대토크가 2250~3000rpm의 좁은 구간에서 나오기 때문인데, 이 구간을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대신 일단 가속이 붙으면 힘의 부족함은 전혀 느낄 수 없고, 게트락의 7단 DCT와의 궁합도 꽤 좋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엑스타 HS51이고 18인치 휠이 장착됐다. XM3에 들어가는 16인치(금호), 17인치(넥센), 18인치(금호) 중 최상위 옵션이다. 회전저항 등급과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은 세 타이어 모두 각각 2등급, 3등급으로 같다.
주행감각은 데뷔 초 시승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동급에서 상당히 훌륭한 수준이다. 이 급의 2WD 모델들이 모두 그렇듯이 XM3도 후륜에 토션 빔 서스펜션을 적용했는데, 충격 흡수력이 좋으면서도 핸들링이 아주 탄탄하다. 말랑거리는 승차감을 좋아한다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TCE260(18인치)의 인증 연비는 도심 11.8㎞/ℓ, 고속도로 15.3㎞/ℓ, 복합 13.2㎞/ℓ다. 경쟁차인 기아 셀토스 1.6 터보 2WD 18인치의 연비는 도심 10.8㎞/ℓ, 고속도로 13.3㎞/ℓ, 복합 11.8㎞/ℓ다.
성인 남자 두 명이 타고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3.9㎞/ℓ가 나왔다. 데뷔 초 시승회에서 같은 모델로 14.0㎞/ℓ가 나온 걸 보면 이 정도가 평균일 것 같다. 17인치를 끼운 모델은 도심 12.2㎞/ℓ, 고속도로 16.3㎞/ℓ, 복합 13.8㎞/ℓ로 좀 더 나으므로 연비를 중시한다면 17인치 휠을 고르는 게 낫다.
르노삼성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모델도 준비 중이다. 수출형 모델에는 이미 적용돼 있는데, 내수용 모델에는 미국 규격의 OBDⅡ가 필수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변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XM3 가격은 1.6 GTe ▲SE 트림 1787만원 ▲LE 트림 2013만원 ▲RE 트림 2219만원. TCe 260 ▲RE 트림 2396만원 ▲RE 시그니처 트림 2641만원이다. 시승차는 RE 시그니처에 블랙 가죽시트 패키지(84만원), 블랙 투톤 루프(35만원), 10.25 TFT 클러스터&보스 서라운드 시스템(79만원)을 합쳐 총 가격이 2839만원이다. 기아 셀토스에 비슷한 옵션을 갖출 경우 2976만원이 나오므로 XM3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XM3의 주 수요층은 20~30대 젊은층과 40대 젊은 가장 또는 부부다. 높지 않은 가격과 젊은 분위기가 이들 수요층과 잘 맞는다. 하지만 50대로 접어든 기자에게도 이 차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수출형 아르카나에 적용된 오렌지 컬러도 추가하고, 인테리어 컬러도 좀 더 다양화한다면 훨씬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