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볼보 EX30'](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dd126ac163bd499a9930687954d4f212_P1.jpg)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고 시인 서정윤은 '홀로서기'에서 말했다지만, 신차 예약자는 기다림이 길어질 때 계약을 포기하게 된다. 신차 발표 후 1년 넘은 시간이 지나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볼보 EX30 이야기다.
볼보 전동화 플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 차를 지난 5일, 경남 김해에서 만났다. 2023년 12월에 신차발표회가 진행된 후 수천 명의 예약자를 만들어내고, 또 인고의 세월 동안 안타까운 이탈자가 생겨버린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30은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사이에 자리한다. 차체 크기는 길이 4235㎜, 너비 1840㎜, 높이 1555㎜이고 휠베이스는 2650㎜다. 경쟁 모델인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EX30보다 130㎜ 길고, 15㎜ 좁으며, 20㎜ 높다, 휠베이스는 코나 일렉트릭이 10㎜ 길다. 기아 니로 EV는 각각 4420㎜, 1825㎜, 1570㎜, 2720㎜이고, 기아 EV3는 각각 4300㎜, 1850㎜, 1560㎜, 2680㎜다.
![[시승기]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볼보 EX30'](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681c9642fd83494b9f341761ab558193_P1.jpg)
EX30은 경쟁차 중에 길이가 차체와 휠베이스가 가장 짧지만, 너비는 두 번째로 넓고 높이는 가장 낮다. 덕분에 단단하고 옹골찬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휠베이스가 짧은 탓에 실내공간은 경쟁차 중 가장 좁다. 특히 앞좌석 위주로 시트를 배열하면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 넉넉지 않다. 따라서 패밀리카의 용도보다는 운전자 혼자 또는 동승자 한 명 정도를 태우는 게 적당해 보인다.
실내는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으로 꾸몄다. 도어 트림에 스피커를 다는 대신에 대시보드에 사운드 바를 설치했고, 윈도 조작 버튼은 센터콘솔에 집중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도어 수납공간을 더 확보하는 효과도 얻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센터콘솔에 있는 윈도 조작 버튼 위치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시승 도중 톨게이트를 지날 때 습관적으로 도어 트림에 손을 댔다가 센터콘솔로 손을 옮기기를 반복했다.
![[시승기]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볼보 EX30'](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2a2c65d302b14c32866eb636d3cc397c_P1.jpg)
EX30은 재활용 소재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내장재의 30%가 재활용 플라스틱이며, 향후 재생 가능하다. 또한 외장재 알루미늄의 25%, 강철과 플라스틱의 17%가 재활용된 소재다. 실내에도 이런 개념을 담아서 천연가죽 대신에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미스트, 브리즈, 인디고 등 세 가지 테마의 인테리어를 마련했다.
EX30의 최고출력은 272마력이다. 기아 니로와 EV3, 현대 코나 일렉트릭, 폭스바겐 ID.4, Q4 e트론은 모두 204마력을 내며, 벤츠 EQA는 190마력을 낸다. 실제 가속감도 EX30이 압도적이다. 특히 EX30은 경쟁차와 달리 후륜구동이 채택돼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주행모드 선택 기능은 없지만, 딱히 아쉽지는 않다.
다만 회생제동은 켜고 끄는 것밖에 없다. 현대, 기아의 전기차들은 대체로 회생제동을 다섯 단계로 설정할 수 있고 벤츠는 네 단계인데 볼보는 이렇게 회생제동 기능에 큰 관심이 없다. 회생제동 기능을 여러 단계로 설정할 수 있으면 전비를 높일 수 있을뿐더러 브레이크 사용을 줄일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다. 예를 들어서 내리막 커브 길을 달릴 때 회생제동을 강하게 설정하면, 브레이크 조작 없이 회생제동으로만 컨트롤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승기]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볼보 EX30'](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7cb5d2f7a9b84a7b9e801677d56e87a8_P1.jpg)
그래도 이전에 나온 XC40 리차지나 C40 리차지에 비하면 회생제동 기능의 이질감은 적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적다는 의미다. 이게 강할 경우 운전하면서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다.
중앙에 집중된 디스플레이는 편리하지만, 운전할 때 약간 허전한 느낌도 있다. 스티어링 휠 앞에 배치되는 클러스터가 없을뿐더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기 때문.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 오너들은 스티어링 휠 앞에 스마트폰을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EX30 오너들도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사운드 바가 장착된 구조상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추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폭스바겐 ID.4처럼 작은 디스플레이라도 마련되면 더 좋겠다.
![[시승기] 수입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볼보 EX30'](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733dce8c41f44d3e8913839787d5c140_P1.jpg)
인증 전비는 도심 5.2, 고속도로 4.4, 복합 4.8㎞/kWh이고, 시승 때는 5㎞/kWh를 기록했다. 회생제동 기능을 거의 쓰지 않고 달린 것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경쟁차의 복합 전비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 4.7~5.5㎞/kWh, 니로는 5.3㎞/kWh, EQA 250은 5㎞/kWh, ID.4는 4.9㎞/kWh, Q4 e트론은 4.7㎞/kWh다.
EX30의 1회 주행가능거리는 351㎞다. 경쟁차인 EV3는 스탠더드 347~350㎞, 롱레인지 478~501㎞, 코나 일렉트릭은 스탠더드 311㎞, 롱레인지 368~417㎞, 니로 EV는 401㎞다. 경쟁차의 스탠더드 모델을 제외하면 EX30이 조금 짧은 편이지만, 350㎞가 넘는 주행거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볼보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행사 전 실제로 장거리를 달려봤더니 351㎞를 달리고도 주행가능거리가 75㎞ 남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입 경쟁차의 주행거리는 EQA가 367㎞, iX1이 310㎞, ID.4는 421㎞, Q4 e트론은 406㎞다.
가격은 EX30이 최종 단계에서 333만원 인하하면서 4755만~5183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윤모 대표는 시승 행사에서 “볼보 본사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라고 강조했다. EX30은 독일에서 7808만원, 스웨덴에서 7641만원, 영국에서 7505만원으로 한국보다 최소 2300만원 이상 비싸다.
![볼보코리아 이윤모 대표](http://img.etnews.com/news/article/2025/02/10/news-p.v1.20250210.eed16be401184e7fb0183787d18096ea_P1.jpg)
경쟁차들의 가격을 살펴보면, 아우디 Q4 e트론 6430만~698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QA250 6790만~7360만원, BMW iX1 6760만~7020만원, 폭스바겐 5490만~5990만원이다. 수입 경쟁차들보다는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국산 전기차인 EV3는 3995만~4760만원, 코나 일렉트릭은 4142만~4352만원, 니로 EV는 4855만~5120만원이다. 따라서 가격으로만 보면 EX30은 국산 전기차와 더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다. 2014년에는 푸조에 이어 14위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테슬라에 이어 4위에 랭크됐다.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가 아닌 테슬라를 제외하면 3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기록이다.
볼보는 2019년에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디젤차 판매를 중단했으며, 2020년에는 전 라인업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했다. 이제 완전한 전동화를 위해 힘을 쏟아붓는 볼보는 EX30으로 속도를 올리는 상황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석권한 EX30이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주목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