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망의 대상인 페라리 중에서도 사상 최고의 명차로 꼽히는 250 GTO 한 대가 최근 유명 경매회사를 통해 거래되었다. 가격은 무려 1,200만 파운드(약 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업계 반응은 오히려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다. 경매가 아닌 당사자들끼리의 거래에서는 300억 원대의 시세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이기 때문이다.
페라리 250 GTO는 1962년에 처음 출시된 차로, 1964년까지 36대만이 만들어졌다. GTO라는 이름은 이태리어의 ‘Gran Turismo Omologato’의 줄임말인데, ‘경주용으로 인증된 장거리 고속 주행 차량‘을 뜻한다. 페라리의 첫 GTO 모델이었던 250 GTO는 그 이름처럼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비롯한 유명 자동차경주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명성을 쌓았다.
걸작으로 손꼽히는 차체 디자인 또한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요소다. 이번에 거래된 차량은 1963년형으로, 250 GTO 중에서도 ‘시리즈II GTO`차체가 적용된 희귀 차다. 엔진은 3.0리터 V형 12기통이고, 302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고속도는 280km/h에 달한다. 일반 도로 주행에도 문제가 없다.
페라리의 GTO모델은 V12엔진을 전통으로 유지하고 있다. 250 GTO이후로는 1984년에 출시된 288 GTO, 그리고 올해 공개된 599 GTO가 있다. 최신작인 599 GTO는 6.0리터 V12엔진을 탑재해 67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작동시간이 0.06초에 불과한 변속기를 탑재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3.35초밖에 걸리지 않고 최고속도는 335km/h를 넘어선다.
한편, 이번에 250 GTO를 구매한 사람은 영국의 라디오DJ이자 유명 방송인인 크리스 에반스(44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구입사실과 차량사진을 공개한 그는 골수 페라리 마니아로 소문나 있다. 지난 2008년에는 1961년형 페라리 250GT SWB 캘리포니아 스파이더 모델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550만 파운드라는 당시 경매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크리스 에반스가 세웠던 이 기록은 이듬해 또 다른 페라리 모델에 의해 경신되었다. 「페라리:전설과 정열」이라는 주제로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경매에서 1957년식 250 테스타로사가 790만 파운드(902만 유로, 당시 약 152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는 1957~1958년에 22대만 생산되었고, 1961년까지 르망 레이스를 포함한 국제대회에 19번 출전해 10회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전설적인 경주용차이다.
차체 디자인은 현재 페라리 612 모델의 별칭이기도 한 스카글리에티의 작품이며, ‘폰툰(pontoon) 휀더’라 불리는 독특하고 우아한 휀더 곡선을 특징으로 한다. 이때 낙찰된 차량은 1957년 12월에 생산돼 1963년까지 여러 대회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번에 거래된 페라리 250 GTO는 이러한 예년의 자동차 경매 기록들을 갈아 치울만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모습인데, 경매가 아니라 당사자 간에 매매가 이루어진 탓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달 초에만 해도 경매회사를 낀 당사자 거래에서 1936년형 부가티 타입57SC 아틀란틱이 400억 원 내외의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니 200억 원대의 차량은 빛이 바랠 수밖에.
200억 원이 넘는 페라리 명차
페라리 250 GTO
발행일 : 2010-05-25 01:5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