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발전하는 자동차 관련 기술들 중에서 가장 최신, 최고급 편의장비를 들자면 단연 ACC를 꼽을 수 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혹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불리는 ACC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던 크루즈 컨트롤의 스마트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크루즈 컨트롤은 자동차가 엑셀과 브레이크를 컨트롤해 운전자가 정해 놓은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장치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80km/h로 속도를 설정해 놓으면,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차는 계속해서 80km/h로 달려 준다. 오르막이나 내리막 혹은 커브길을 만나도 속도는 유지가 된다. 이 장치는 비교적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아주 편리하다. 하지만 차들이 많아져서 앞에 달리는 차의 속도가 낮아지면 운전자가 바로 개입해야만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장치가 바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가장 먼저 적용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였으며, 벤츠에서는 이를 디스트로닉이라고 불렀다. 이 후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로 확대되면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이름이 일반명사화 된 것이다.
이제 크루즈 컨트롤이 액티브해 졌으니 차들이 많아져서 앞차의 속도가 낮아져도 문제가 없다. ACC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뿐 아니라 앞차와의 차간 거리도 함께 설정하게 된다. 그러면 자동차는 차체 앞쪽에 장착된 레이더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하면서 정속 주행하다가 앞차의 속도가 낮아져서 정해진 차간 거리보다 가까워지면, 정속주행하던 속도를 줄여서 설정해 놓은 거리를 유지해 준다. 예를 들어 설정한 속도가 80km/h라 하더라도 앞차의 속도가 50km/h로 떨어지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속도는 앞차와 같은 50km/h로 달리게 된다. 물론 운전자의 개입 없이 말이다.
앞차의 속도가 더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역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내 차의 속도도 함께 조절된다. 그러다 도로가 소통되면서 차들의 속도가 설정된 속도보다 높아지면, 다시 원래 설정해 놓은 80km/h로 정속 주행을 하게 된다. 이쯤 되면 운전자는 차들의 속도가 높아지든, 낮아지든 상관없이 발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그냥 앞을 보면서 차선만 유지해 주면 된다.
하지만 초기 ACC는 30km/h 이하로 내려가면 시스템이 해제되므로 그 때부터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거의 정지해야 할 상황이므로 운전자가 상황을 판단해서 주행하라는 말이다. 최근까지 국산 최고급 모델에는 이 ACC가 적용되어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해서 이제는 차가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도 자동으로 조절되는2세대 ACC가 공급되고 있다. 이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먼저 선보였으며, 벤츠에서는 이를 디스트로닉 플러스라 부른다. 국내에는 S350 블루텍 이상 그레이드의 S클래스와 CL63 AMG에 디스트로닉 플러스를 장착하고 있다.
현대에서 제네시스에 ACC를 장착하면서 그 동안 규제되어 오던 수입차에의 ACC 적용도 풀려서 현재는 많은 모델들에 ACC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지상태까지 지원되는 2세대 ACC는 아직 드물다. 최근 시승한 뉴 아우디 A8에는 상위 그레이드인 RSE 버전에 2세대 ACC가 적용되어 있었으며, 현대 5G 그랜저에도 아우디 A8에 적용된 것과 같은 방식의 ACC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파나메라와 카이엔에도 정지까지 지원되는 ACC가 옵션으로 장착되는데, 작동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 A8 4.2FSI 콰트로 RSE에 적용된 ACC의 상세한 작동 방법을 정리했다.
A8의 ACC는 30km/h 이상의 속도에서뿐 아니라, 앞 차의 속도가 낮아지다가 완전히 정지할 경우에도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서 함께 정지해 준다. 그리고 3초 이내에 앞차가 다시 출발하면 운전자 개입 없이 내 차도 함께 출발을 한다. 하지만, 정지 상태가 3초 이상 지속되면 오토 홀드 상태로 전환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출발할 때는 운전자가 가볍게 엑셀을 한 번 밟아 주면, 출발하면서 다시 원래 설정되어 있던 ACC가 부활해서 거리와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안전을 위하여 최소한의 운전자 개입만 요구하는 것이다.
ACC를 사용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에서 하는 것처럼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면 차간 거리도 동시에 설정된다. 우선 크루즈컨트롤 레버를 앞으로 당겨서 ‘ON’ 시키고, 레버 왼쪽의 ‘SET’ 버튼을 누르면 현재 달리고 있는 속도로 설정이 된다. 설정 속도를 바꿀 때는 레버를 위 아래로 움직여 조절하는데, 한번 움직일 때마다 5km/h씩 (80km/h 이상에서는 10km/h씩)조절된다.설정된 속도는계기판 모니터에 숫자로 나타나며, 속도계눈금 바깥에도불이 켜지는 방식으로 표시된다.
속도 설정 시 차간 거리도 함께 설정되는데, 차간 거리를 바꾸려면 레버 상단에 있는 ‘-DISTANCE+’토글을 이용해서 거리 1 ~ 4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거리 1’이 앞차와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고, ‘거리 4’가 가장 먼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처럼 차가 많은 곳에서 앞뒤 차간 거리를 좁게 유지하며 주행하는 것에 익숙한 운전자에겐 거리 1도 상당히 멀게 느껴진다. 차가 많아 수시로 차간 거리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경우에는 거리 2 이상은 물론이고, 거리 1에서도 수시로 끼어드는 차들이 발생할 정도다.
그렇다고 속도가 어느 정도 나는 상황에서도 거리 1을 설정하면 어쩌다 앞차의 속도가 많이 줄어들 때 앞 차에 너무 가까이, 그리고 너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경우가 생겨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물론 그렇게 돌진하듯 접근해도 정해진 차간 거리를 정확히 유지하면서 속도를 맞춰 주는 건 확실하다. 다만 급하게 감속하면서 자칫 충돌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될 뿐이다.
결국, 속도가 많이 낮아 가다 서다 하는 수준에서는 거리 1, 그리고 어느 정도 속도가 나는 상황이라면 그 이상의 단계를 선택해 주는 것이 좋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이제 차가 많은 도시 고속도로에서도 왼발뿐 아니라 오른발에까지 화끈한 휴가를 선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