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푸조자동차의 국내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가 일을 벌였다. 자동차 경주장을 빌리고 푸조 차들을 모은 뒤, 기자들을 불러 ‘랠리 드 푸조(Rally de PEUGEOT)`라는 이름의 시승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국내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푸조자동차의 진가를 확인시켜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푸조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 경주장을 빌려 시승행사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행사장에는 다양한 푸조차들과 함께, 비교 대상으로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경쟁 모델들이 함께 자리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푸조의 스포츠카 ‘RCZ’였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콘셉트카로 출품됐다가 호응을 얻어 양산차로 시장에 나오게 된 RCZ는 아우디 TT등과 견줄 수 있는 2인승 쿠페이다. 강력한 주행성능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한껏 낮춰진 차체에 공격적인 앞모습, 탑승자의 머리 부분이 솟아오른 ‘더블 버블’ 형상의 지붕, 속도에 따라 작동하는 리어 스포일러 등을 갖추었다.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량’으로 뽑혀 그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성능도 뒤지지 않게 뛰어나다. 대중적인 소형차에 흔히 사용되는 맥퍼슨 스트럿과 크로스멤버로 구성된 서스펜션이라든지, 1.6리터 터보 엔진으로 156마력을 내는 것은 대단치 않게 보이지만,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푸조의 로드홀딩 기술을 고스란히 반영한 달리기 실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행사에 교관자격으로 참석한 현역 레이서들은 불안감 없이 차의 극한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RCZ의 뛰어난 밸런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엔진 성능은 튜닝을 통해서도 높일 수 있지만, 차의 기본 설계와 관련된 밸런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높다는 것이다. 안산 서킷의 직선주로에서 고속 주행 중 급차선 변경을 하거나 170km/h가 넘는 속도로 1번 코너에 접근해 풀 브레이킹과 함께 조향 조작을 하는 등의 시범이 이루어졌다.
한편, 요즘 푸조 차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MCP변속기 차량들을 트랙에서 타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MCP는 내부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같지만 클러치 페달을 없애고 클러치와 기어 변속 조작을 자동화한 변속기이다. 수동변속기의 효율성과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겸비했기 때문에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수퍼카에도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운전자는 기어 선택을 변속기의 ECU에게 완전 자동으로 맞길 수도 있고, 기어 레버나 운전대에 달린 패들 장치를 조작해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변속이 이루어지는 타이밍에 차를 뒤에서 당기는 듯한 어색한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어 변속 동작이 더디기 때문은 아니다. 변속 모드나 엔진 부하에 따라 다르지만 변속시간은 0.4~1.2초 범위이다. ‘변속 충격’과는 전혀 다른 이 현상은 오히려 엔진의 연료 차단 때문이라는 것이 푸조 측 설명이다. 기어 변속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동력과 클러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더라도 ECU가 연료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변속 시기에 맞춰 가속 페달을 살짝 늦춰주면 차체의 어색한 거동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수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때처럼 직접 클러치 페달을 밟지는 않더라도 기어 바꿀 타이밍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인데,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진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얼마나 호응해줄 지가 관건이다. 수동변속기를 운전하던 입장에서 접근하면, 클러치 페달 조작의 번거로움 없이도 수동변속기의 직결감과 뛰어난 연비를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MCP는 엔진과 변속기를 최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같은 기반의 수동변속기보다도 연비가 8% 높게 나온다. 1.6리터 디젤 엔진과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 그리고 6단 MCP 변속기를 채용한 중형세단 ‘508 Active e-HDi`의 경우 국내 공인 연비가 22.6km/L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