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르노삼성 자동차가 뉴 SM5 플래티넘의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뉴 SM5 플래티넘은 기존 3세대 SM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르노삼성에서는 ‘3.5세대’ 모델로 구분하고 있다. 3세대 SM5는 고급스러운 실내외 디자인과 넉넉한 차체 크기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경쟁사에 뒤쳐지는 동력 성능과 차체 앞 부분의 디자인이 아쉬움을 남겼었다. 동력성능에 대한 불만은 올해 1월 ‘SM5 에코 임프레션’의 출시와 함께 일정 부분 해소가 되었던 만큼,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말 그대로 얼굴 성형을 통한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본격적인 판매는 11월 7일 시작된다.
글, 사진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2010년 1월 출시된 3세대 SM5는 이전 SM5들과 달리 닛산 대신 르노 플랫폼으로 갈아 탄다는 점이 적잖은 우려를 낳았었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인식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차체의 프론트 ‘오버’행이 오버스럽게 긴데다가 아래쪽이 들려 보이기까지 하는 새 SM5의 낯선 외관이었다. 프랑스 명품 백이라면 모를까, 프랑스 자동차의 감성은 우리 시장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역시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 문제적 디자인이었다.
르노 자동차의 디자인 조직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르노삼성 디자인 센터도 이에 대한 피드백은 지겹도록 들었을 터다. ‘RSM 디자인’은 전세계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맞는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글로벌 디자인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일하고 있다. 그들이 르노삼성 자동차의 연구개발 센터 및 르노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새롭게 디자인 해냈다는 것이 바로 뉴 SM5 플래티넘이다.
외관 디자인 변경 부위는 차의 앞부분에 집중되어 있고, 그 외에는 휠과 리어 콤비 램프의 디자인이 바뀐 정도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측면 실루엣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아온 뒷 모습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따라서, 제원상 전폭이 30mm 늘었고 전고가 5mm 낮아진 것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 르노삼성이 힘주어 말하는 ‘신차 수준의 외관 디자인 변경’은 순전히 앞 부분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앞부분 중에서도 휀더는 그대로이고, 후드(보닛), 헤드램프, 그릴 및 범퍼, 그리고 안개등이 바뀌었다. 르노삼성차가 지켜온 프리미엄 이미지에 세계적 자동차 트렌드인 역동적 이미지를 더해 ‘클래식 다이내미즘’을 콘셉트로 했다. RSM디자인의 알랭 로네 상무는 “기존 모델이 횡적 비례로 안정감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 모델은 일체감 있는 면 처리로 강하고 자신감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접근각을 최대한 낮춰서 전면부의 면적을 늘리고 안정감 있는 비례를 구현했다”는 그의 설명에는 RSM디자인이 시장의 불만을 제대로 인식하고 개선 작업에 임했음이 드러난다. 그 결과물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시장 반응을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받은 첫 인상을 밝히자면 ‘어디서 본듯한 이미지로 신선함이 떨어지고, 앞모습과 뒷모습의 조화가 부족하며, 안개등 주변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듯해서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앞부분이 이전보다 넓고 강해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후드 가운데에 파워 벌지처럼 추가된 캐릭터 라인의 효과가 좋다. 헤드램프 바깥 쪽에서 범퍼 가운데 쪽으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이전 모델로부터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새 헤드램프는 안쪽을 크롬과 유광 검정으로 마감해 멋을 냈고, LED 포지셔닝 램프를 추가해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더했다. 조향에 따라 조사각도가 바뀌는 바이제논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사양은 그대로 제공된다.
테일램프는 후미등과 제동등 기능에 LED를 도입하면서 램프를 가로지르는 그래픽을 함께 손봤다. 덕분에 뉴SM3와 달리, 뒤에서 봤을 때 이전 모델과의 구분이 쉬운 편이다. 다만, 신형 LED 테일램프는 상위 트림에만 적용된다. 기존 SM5는 운행 중 배기구의 트림 링이 돌아가 삐딱하게 돼버린 경우를 자주 보고 있는데, 개선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측면의 변화라고 할만한 것은 휠 디자인이 바뀐 것뿐이다. 시승차에 달린 18인치 투톤 휠의 디자인을 이전 18인치와 비교해보면 ‘다이내믹해졌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디자인 변경이라 하기에는 뭣하지만, 앞뒤 범퍼에는 측면을 향하고 있는 주차 센서가 추가됐다. 단순한 주차 센서가 아니라 사각지대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뉴 SM5 플래티넘에 ‘국내 중형 세단 최초’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SW: Blind Spot Warning System)을 적용했는데, 기아 K9이나 뉴 쏘렌토R에 적용된 ‘레이더’ 방식이 아니라 초음파 센서 방식을 적용해 이처럼 센서가 외부로 노출됐다. (RPM9.COM 관련기사 참조)
BSW는 주행 중 차량 후측면 사각지대에서 차량 등의 장애물이 감지될 경우 사이드미러의 실내 연장선 상에 배치된 오렌지색 경고등을 점등시킨다. 이 상태에서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위해 깜빡이를 켜면 경고등이 점멸하며 주의를 촉구한다. BSW 기능은 운전석 도어 트림에 잘 보이도록 배치된 버튼으로 끌거나 켤 수 있다.
BSW와 함께 추가된 안전 기능으로는 ‘고급형’ 타이어 공기압 감시장치(TPMS)가 있다. 일반 TPMS처럼 전체 차륜의 공기압 이상 유무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바퀴의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고급형’이며, 이를 동급 최초로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계기판의 다이얼 바탕에는 조명 효과의 그래픽을 넣어 입체감을 높였고, 시동 때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바늘이 끝까지 회전했다가 원위치 되는 애니메이션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다이얼 사이에 다양한 정보와 설정 메뉴를 표시해주는 HMI 액정이 구닥다리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다. 특히 중앙 내비게이션 화면의 화려한 그래픽과 비교하면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계기판의 엔진회전계 아래쪽에는 에코 램프도 추가됐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따라 녹색, 노란색, 주황색으로 바뀌면서 ‘친환경 운전’의 정도를 보여준다. SM5 ‘에코 임프레션’ 때 적용됐어야 하는 사양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에코 모니터링 시스템은 에코 램프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의 ‘스마트 커넥트’ 화면이나 차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친환경 운전 관련 정보들을 제공한다. (RPM9.COM 관련 기사 참조)
9월 뉴SM3를 통해 처음 소개된 르노삼성의 멀티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마트 커넥트’는 블루투스는 물론 와이파이 테더링을 통해서도 스마트폰과 연결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음악 파일 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까지 유선 연결 없이 차량 시스템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과 연동해 SK ‘T맵’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길안내 서비스, ‘멜론’ 실시간 음악감상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SK주유소에 들렀을 때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에는 T맵이 적용됐지만, 스마트폰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는 TPEG 정보에 따른 길 안내를 제공한다. 조작은 이전처럼 센터콘솔의 조이스틱이나 화면 터치로 모두 가능하다. 2.5모델 전용 사양이었던 크루즈 컨트롤 및 속도 제한 기능도 2.0으로 내려왔다. 센터콘솔의 버튼으로 기능을 활성화 시킨 뒤 운전대 스포크를 독차지한커다란 버튼으로 세부 설정을 하는, 요즘 르노삼성의 방식이다. 차별 대우 받은 오디오 리모컨은 운전대 뒤에 숨어있다.
이 외에는 오디오 유닛의 디자인, 우드 그레인과 시트 마감(나파 가죽 적용) 등이 이전과 달라졌다. 바뀐 부분은 적지만 여전히 동급에서는 내세울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를 자랑한다. 센터콘솔에서 손가락으로 간편히 조작할 수 있는 전동식 주차브레이크, 센터페시아의 향수 디퓨저나 삼성 플라즈마 이오나이저 등도 여전하다.
운전석 마사지 기능은 조작부의 직관성이 떨어지지만 써보면 꽤 흡족하다. 1열 열선은 여전히 시트에 달린 다이얼로 조작하며, 계기판에 (투박한) 경고등이 켜진다. 뒷좌석 열선 버튼은 가운데 팔걸이에 숨어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제공하며, 측면, 후면 유리 햇빛 가리개는 수동이다. 사양에 따라서는 뒷좌석용 중앙 송풍구에 온도조절 장치와 액정이 추가되어 앞좌석 좌우 온도와 별개로 실내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앉은 자세는 다소 높게 느껴지는 편으로, 천장까지의 머리 공간 여유가 기대에 못 미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엔진과 변속기는 올해 초 SM5 에코 임프레션의 출시와 함께 업그레이드를 마친 터라 이번에는 바뀐 부분이 없다. 이전 3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2.0리터 CVTC II엔진의 적용으로 저회전 토크가 두터워졌고 신형 엑스트로닉 CVT 변속기 적용으로 응답성능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6,000rpm에서 14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4,800rpm에서 19.8kgm이다.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중형세단들의 힘이 제원상 출력을 떠나 실상은 도토리 키재기라고 본다면, SM5도 크게 개선된 상품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구연비 기준으로는 아직까지 (ISG기능을 제외한 차량 중에서는) 동급 최고의 연비인 14.1km/L를 실현한 것이 자랑이다. 곧 해가 바뀌는 만큼, 현재 새 연비 기준으로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는데, 이와 관련해 이전보다 중량을 적잖이 줄였다는 관계자의 귀띔이 있었다. 60km 거리의 제한적인 환경에서 진행된 이번 시승에서는 7.6km/L의 평균 연비가 나왔는데, 정속 주행의 비중이 높았던 것에 비추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다.
아울러, 고속 주행 시 거동이 딱히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운전대가 주차장에서 움직일 때보다도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불만스럽다. 경쟁모델들과 차별화된 전기 유압식 파워스티어링(HEPS)을 적용했고 유럽차의 DNA를 반영해 아주 소프트하지도, 아주 하드하지도 않은 안락한 승차감과 최적화된 핸들링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차로서는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 외의 특성은 부드럽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카로서 적합해 보인다. 외관의 ‘다이내미즘’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말이다. 100km/h 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2,000rpm 부근이며 정숙성은 좋은 편이다.
뉴 SM5 플래티넘의 기본 가격은 PE트림 2,180 만원, 최고급인 RE트림 2,759 만원이고, 대표 트림인 LE는 2,612 만원으로 이전보다 1.7% 인상됐다. 업계가 연식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2% 정도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비하면 뉴 SM5 플래티넘은 페이스리프트와 사양 추가를 통한 높은 가치를 최소의 가격 인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주장이다.
SM5의 올해 1~10월 내수 판매량은 2011년 대비 39.7% 감소한 25,336대였다. 같은 기간, 쉐보레 말리부는 10,267대, 기아 K5는 66,802대, 현대 쏘나타는 86,323대가 판매됐다. 르노삼성은 뉴SM5 플래티넘의 내년 내수 판매 목표를 5만대로 잡았으며, 연 2만 대 정도를 수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