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7일 출시하는 뉴SM5 플래티넘에 국내 중형 세단 최초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BSW: Blind Spot Warning System)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 정보시스템은 운전석에 앉았을 때 일반 거울로는 쉽게 확인되지 않는 후측면 사각지대의 차량 등 물체를 파악해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장치다. 사각지대에 차량이 있음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다가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안전 편의 장치이다. 전체 사고의 5% 정도가 차선 변경이나 추월 중 사각지대 차량에 대한 인지 부족이나 오판으로 일어난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독일에서는 이와 관련해 매년 9,500건의 심각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르노삼성의 BSW는 사각지대의 물체가 감지됐을 때 사이드미러에서 가까운 실내 안쪽 에 배치된 경고등을 점등시킨다. 운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깜빡이를 켤 경우에는 경고등이 점멸해 주의를 촉구한다. BSW는 운전석 도어 트림 상단부에 배치된 스위치로 끄거나 켤 수 있다. BSW에서 사각지대의 물체를 감지하는 역할은 앞뒤 범퍼에 측면을 향해 배치된 초음파 센서(주차센서)가 맡는다. 뉴SM5 플래티넘의 앞뒤 범퍼를 살펴보면, 이전의 SM5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측면 방향의 주차 센서가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
사각지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의 명칭이나 작동 방식은 자동차 회사(혹은 부품업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가령, ‘Side Blind Zone Alert’, ‘Blind Spot Detection’, ‘Rear Vehicle Monitoring system’과 같은 명칭도 쓰인다. 기아자동차에서는 이런 장치를 ‘후측방 경보 시스템’으로 칭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K9에도입했다. K9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차선 변경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경고등과 경고음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리며, 필요하다면 해당 방향의 운전석 시트까지 진동시킨다.
기아차의 시스템은 기본적인 사각지대 감시기능인 ‘Blind Spot Assist(BSA)’외에 차선 변경 지원 기능인 ‘Lane Change Assist(LCA)’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차선 변경 지원 기능은 사각지대보다 멀리 떨어진 후측방에서 빠르게 접근 중인 차량까지 감지하여 알려주므로, 거울에 의한 짧은 시간의 시각 정보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운전자의 차선 변경 판단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부가 기능이 가능한 것은 기아차의 시스템이 차량 후방에 배치된 두 개의 레이더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 감시를 위해 사용되는 레이더는 후방 범퍼의 모서리나 차체의 리어 쿼터 패널(뒷바퀴 부근) 안쪽에 숨겨지는 경우가 많다. 즉, 외부로는 노출되지 않는다. 포드의 경우에는 이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 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용 레이더를 측방 접근 차량 경보 시스템 (Cross-Traffic Alert)에도 활용한다. 다른 차량이나 건물 등으로 인해 측면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후진으로 주차 공간을 빠져 나올 때, 측면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레이더로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해외 사양의) 포드 퓨전/토러스/익스플로러, 링컨 MKZ/MKT/MKX 등에 적용되고 있다.
BLIS라는 명칭은 포드가 볼보를 소유하고 있던 시절, 볼보에서 먼저 사용했다. 볼보가 `안전한 차`의 대명사답게 세계 최초로 선보인 BLIS는 2004년부터 양산 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지금도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이라고 하면 볼보의 BLIS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볼보의 BLIS는 레이더가 아닌 카메라 방식이다. 사이드미러 하단에 붙어 있는 CCD카메라가 후측방을 초당 25장의 속도로 연속 촬영하고, 이 영상을 이전 사진과 비교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독해 차량 등 물체의 유무를 확인한다. 카메라에 의한 영상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인 만큼, 악천후나 빛 간섭, 벽면의 무늬 등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흠이다.
볼보도 신차 V40에서는 카메라 방식을 버리고 레이더 방식의 BLIS를 채용했다. 새 BLIS는 기아차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후방에서 빠르게 접근 중인 차량도 감지해 알려준다.볼보 V40에 탑재된 델파이의 후측방 감시 시스템은 업계 최초로 사각지대 감시, 차선변경 지원, 크로스 트래픽 경보의 세 가지 기능 모두를 76GHz 단일 레이더로 구현했다.
뉴SM5 플래티넘에 적용된 초음파 센서 방식의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은 레이더나 카메라 방식에 비해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음파 센서 방식의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Side View Assist’는 뒷범퍼 모서리에 배치된 센서로 사각지대의 차량을 감지하고, 앞 범퍼 측면의 센서로 운전자 경고 여부를 판단한다. 가령, 앞 센서에서 먼저 감지된 후 뒤 센서에 감지된 상황이라면 옆 차선의 차를 앞지르는것으로 인식하여 운전자에게 경고하지 않는 식이다.
보쉬의 Side View Assist는 2010년 말 시트로엥 C4에 처음 적용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모델로는 C4의 형제차인 시트로엥 DS4에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초음파 센서 방식보다도 훨씬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각지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량들도 있다. 사이드미러 한쪽 구석에 별도의 볼록 거울을 내장해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자동차용품점에서 파는 접착식 보조 거울이 생각나 우스울 수도 있지만, 의외로 요즘 수입차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사양이다. 우선 이스케이프, 익스플로러, 토러스, 머스탱, 포커스, MKX, MKZ 등 포드, 링컨의 여러 모델들이 그렇다.
포드는 2008년, 앞서 언급한 첨단의 사각지대 감시 및 측방 접근 차 경고 시스템(Cross Traffic Alert with Blind Spot Monitoring System)과 함께 이 저 비용의 ‘Blind Spot Mirror’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각지대용 볼록 거울은 최근 출시된 토요타 벤자에도 적용되었다. 운전자들에게 레이더 방식과 같은 첨단 사각지대 감시 시스템과 거울 방식을 모두 사용하게 해봤더니 오히려 후자를 선호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므로, 저렴하고 단순하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