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사이가 좁고 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바로 옆 차선에서 서행하고 있는 트럭을 추월하고 싶지만 중앙분리대와트럭 사이의 간격이 아슬아슬하게 보여서 자신이 서질 않는다. 이럴 때, 안전하게 추월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간인지를 차가 스스로 판단해서 알려준다면 어떨까?
글/ 민병권 (www.rpm9.com 에디터)
사진/ 민병권, BMW
BMW는 지난 3월 25일 개최된 BMW그룹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관련기사 참조)를 통해 ‘좁은 통로 보조장치 (narrow-passage assistant)’를 처음 공개하고 참석자들이 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옥외에 마련된 시연장에는 중앙분리대 위치에 플라스틱 임시 방호벽이 일렬로 세워졌고 이동 장애물 역할을 맡은 트럭(폭스바겐 크래프터)이 준비되었다.
기술시연차량은 BMW X5. 아직 연구단계의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라 실내에는 엔지니어가 시스템의 변수들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는 보조 모니터와 키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뒷좌석용 모니터를 통해서는 운전자의 시야에만 표시되는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 화면을 훔쳐볼 수 있게 했다.
먼저 트럭이 2차선으로 서행하고 시연차량은 1차선에서 그 뒤를 따라 주행하는 상황. 트럭 운전자가 방호벽과의 간격을 일부러 줄였다 벌였다 하자, X5의 앞 유리 HUD에는 둥근 괄호모양의 경고표시가 1~3쌍으로 시시각각 바뀌며 표시되었다. 차량 전방의 도로(통로)폭이 0.5~1미터면 한 쌍, 0.2~1미터면 두 쌍, 0.2미터 미만이면 3쌍으로 나타나는데, 정확한 수치까지는 모르더라도 여유공간이 좁을 수록 경고표시의 간격도 좁아지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특히 차량의 속도에 비해 도로 폭이 지나치게 좁다고 판단되면 괄호 사이로 위험경고표시가 나타나기 때문에 판단 착오에 의한 사고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두 바퀴째에는 트럭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나란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의 측면 장애물들과의 간격에 따라 위와 같은 경고표시들이 나타나게 된다. 아울러 차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에는 운전대가 스스로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갖는다. 이때 운전자가 차의 이러한 움직임에 순응한다면 차는 양 측면의 장애물들과 적정 간격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것이다.
BMW의 좁은 통로 경고장치는 이미 일부 고급차들에 적용되고 있는 차선 이탈 경고장치나 차선 변경 시 사각지대 감시장치 등의 기능을 확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방의 장애물을 감시하는 레이져 스캐너 1개와 측면 장애물과의 간격을 판단하는 초음파센서 4개가 사용된다. 레이져 스캐너는 수평 160도와 수직 3.2도의 각도로 100미터를 내다보고, 초음파센서는 수평32도 수직 9.5도, 거리 5미터의 범위에서 장애물을 인식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는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면서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앞유리에 표시해주는 HUD기술을 썼고, 운전대가 직접 바른 방향으로 움직여 운전자의 신속한 판단을 돕도록 했다. 이러한 정보제공 방법을 선택한 것은, BMW테크닉이 드라이브 시뮬레이터를 통해 종합적인 사용성 테스트를 벌인 결과, 가장 효과적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란다.
BMW의 좁은 통로 보조장치는 휴가 중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어느 직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직은 연구중인 기술이라 시연차량은 외관상 센서들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지만 양산차에 적용된다면 전방 레이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유사 장비와 통합되고 초음파 센서는 일반 주차센서처럼 깔끔하게 매립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