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 VDC등 자동차회사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 자동차안정성제어장치(ESC; Electronic Stability Control)는 자동차가 주행 중 급격한 조작 등으로 노면에서 미끄러지려고 할 때 각 바퀴의 브레이크압력과 엔진 출력 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자동차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장치다. 가령 굽은 길에서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차가 바깥쪽으로 더 밀려나거나 혹은 그와 반대로 안쪽으로 말려들 때 이를 억제해준다. 전방의 장애물을 회피할 때는 운전자의 급격한 조향조작에 따라 차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을 줄여준다. ESC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고를 모면하거나 피해를 줄이는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장착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안전장치도 등장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콘티넨탈의 비상조향보조시스템(ESA; Emergency Steer Assist)이 그것이다. 기본적인 ESC는 각 바퀴의 제동력을 개별적으로 조절하고 이를 통해 차의 회전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핵심이다. ESA는 여기에 조향장치의 제어를 추가했다. 조향력, 즉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리는데 필요한 힘을 적절히 조절해 줌으로써 위급상황에서 조향 조작이 쉽고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요즘 차들은 파워스티어링에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에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령,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주차조향보조시스템’도 이를 활용해 스티어링휠을 돌려주는 것이다.
ESA는 장애물을 회피하기 위한 최적의 궤도를 판단해 이에 맞는 회전력으로 조향을 보조하고 동시에 ESC의 통제를 통해 차의 자세를 안정되게 유지한다. 시스템의 판단력을 높이기 위해 전방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도 동원된다. 이는 지능형 정속 유지장치(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구현을 위해 차의 전면부에 탑재되는 레이더 센서를 함께 쓸 수 있다.
ESA에는 옵션으로 후륜 현가장치의 제어를 넣을 수 있다. 앞바퀴의 조향만으로는 부족한 경우에 뒷바퀴의 각도까지 조절해 차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것인데, 이 역시 일부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후륜 조향기술을 활용한다. 차에 이미 구현된 장치들을 묶어서 새로운 안전기능을 추가하는 셈이므로 추가 비용이나 추가 부품 장착을 위한 공간 마련에 대한 부담이 적다.
콘티넨탈의 섀시&안전 사업부문은 지난 주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 성능시험장에서 ‘테크라이드 2010’ 행사를 갖고 업계 관계자 및 기자들에게 ESA를 비롯한 첨단 안전장비들을 선보였다. 이곳에서 체험해본 ESA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ESC와 비교해서도 효과가 뚜렷했다. 각 기능을 끄거나 켤 수 있도록 개조된 BMW를 타고 50km/h 또는 70km/h로 주행하다가 전방의 장애물을 피해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주행을 거듭해보았다. ESC가 없다면 차의 뒷부분이 크게 돌기 때문에 심하면 반대방향을 보고 차가 멈춰 설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다.
우선 ESC만 작동하도록 했더니 장애물을 피한 후 차의 진행방향을 바로 잡을 수는 있었지만 차체의 쏠림이 심하고 크게 휘청거려 간신히 사고를 모면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반면 ESA까지 켜자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감 있게 장애물을 피해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최적의 궤도에 맞게 조향력이 조절되므로, 운전자가 급조작을 하다가 스티어링휠을 놓칠 가능성도 줄었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ESC와의 차이는 더 크게 나타났고 후륜 조향장치까지 켜면 더욱 효과적이었다.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은 이 ESA기술이 2014년경 양산차에 적용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