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쉬와 결별한 지 1년이 지난 삼성SDI가 자동차 전지 사업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빠른 시간 안에 조직을 재정비하고 독자적 기술 개발도 이뤄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보쉬와 결별을 선언한 삼성SDI(대표 박상진)는 합작사 SB리모티브를 대신할 `자동차전지사업부`를 올 1월 신설하면서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 사업부는 총 인력 1000여명에 300명 이상 연구 인력을 보유할 정도로 탄탄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독자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삼성SDI는 최초로 참가한 모터쇼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오토쇼에서 `48볼트(V) 볼티지 시스템(LVS)`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48볼트 배터리 팩과 모터, 인버터, 직류·교류 컨버터를 패키지로 만든 최초의 제품이다.
다양한 부품을 한 곳에 효과적으로 모아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오디오, 에어컨 등 저출력 전장시스템을 그대로 지원하면서 고출력이 요구되는 공조시스템, 전기조향장치, 변속기 등 다양한 첨단 전장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 고전압 파워 부스트와 강력한 모터, 회생 제동기능으로 15% 이상 연비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60볼트 이하 제품이어서 별도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정비소에서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BMW, 아우디 등 유럽 완성차 업체 기술진으로부터 `상당히 새로운 콘셉트`라는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자동차가 늘고 있다. 22일 막을 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한 업체 가운데 BMW i3와 i8, 포르셰 스파이더·파나메라, 피아트 F500e 등 다수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에 삼성SDI 배터리가 사용됐다.
이번 모터쇼에서 박상진 사장이 직접 BMW와 폴크스바겐, 르노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고위 임원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면서 향후 삼성SDI 배터리를 채택한 업체가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부문 매출이 올해 첫 1000억원을 달성한 이후 2017년쯤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