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자동차 업계 1위인 폭스바겐의 1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토요타, 다임러그룹, GM 등과도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인 로버트 보쉬 투자액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차세대 친환경 및 지능형 자동차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미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럽위원회(EC)가 발간한 `산업별 R&D 투자 보고서 2013`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한 업체는 폭스바겐으로 95억1500만유로(약 13조6085억원)를 집행했다. 이는 전년보다 32.1%나 급증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전체 업종을 망라한 연구개발 투자 순위에서도 삼성전자(83억4470만유로), MS(78억9070만유로), 인텔(76억9140만유로)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향후 2~3년 내 친환경 전기동력차 출시 확대와 생산 플랫폼 혁신 등의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폭스바겐이 자동차 업계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바겐의 뒤를 이어 자동차 업계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토요타(70억7090만유로), 다임러그룹(56억3900만유로), GM(55억8440만유로)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토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급속하게 턴어라운드 한 배경에는 이 같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15억3820만유로(약 2조2000억원) 수준으로 푸조·볼보·르노 등에도 뒤처졌다. 특히 완성차는 물론이고 로버트보쉬·덴소·콘티넨털 등 부품업체의 연구개발 투자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업체로 범위를 한정하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 투자 순위는 16위에 머물렀다. 판매량 기준으로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미래 연구개발 투자에서는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연구개발 비용 정산과 실제 집행된 투자 금액과는 차이가 있다”며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실제 연구개발 투자는 약 5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상위 2000개 기업들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총 7110억달러(약 755조원)를 쏟아부었다. 이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이다. 또 자동차와 IT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