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비교체험을 했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따끈한 최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이그제큐티브’와, 털털거리며 세계를 돌아다니다 한국을 찾아온 50년 역사의 스포츠카 ‘포르쉐 901’을 잇따라 만났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이그젝큐티브(Porsche Panamera Turbo Executive)
파나메라는 포르쉐가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철학을 담아낸 4인승 차다. 뒤 트렁크쪽에 있던 엔진을 앞으로 옮기고, 트렁크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타 2인승 포르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쿠페와 세단, 왜건의 장점을 두루 섞은 애매모호한 성격이 특징인데,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포르쉐이자,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스포츠 드라이빙도 소화할 수 있는 차라는 점에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
파나메라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터보 이그젝큐티브는 포르쉐다운 강력한 심장을 탑재하면서도, 럭셔리카의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허리를 길쭉하게 늘린 리무진 모델이다. 뒷좌석 레그룸을 넓혀 거주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그래서 길이가 5m 하고도 165mm나 된다. 현대 에쿠스 기본형보다도 5mm 길고 31mm 넓다.
그렇다 해도 포르쉐는 포르쉐. 그르렁대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밖에 없다. 고배기량, 고성능 차를 탈 때 특유의 긴장감이자 매력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4.8ℓ V형8기통 바이터보엔진이 내는 520마력의 강력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다.
핸들링도 포르쉐 답지만, 차가 길고 무거운 물리적 특성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2톤에 조금 못 미치는 몸무게 탓에 대관령 와인딩 로드에서 시속 60km로도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가 난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아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고 본격적인 와인딩을 시작했다. 7단 PDK 변속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엔진의 힘을 노면에 전달한다. 서스펜션이 스포츠카처럼 단단해지자 타이어 끌리는 소리가 덜 난다. 신기하다. 서스펜션이 차체를 얼마나 잘 잡아주느냐가 타이어 접지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금 체험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에서 가속감과 안정감은 놀라운 수준이다. 고급 세단(?)으로서의 면모를 충실히 갖췄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차, 즉 그란투리스모(GT) 성격에 한층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겠다.
▲포르쉐 901 (Porsche 901)
901은 코드네임이다. 1963년 처음 출시됐다. 지금 팔리는 911 카레라의 원형으로 꼽힌다. 엔진이 뒤에 있으며, 뒷바퀴를 굴리는 RR방식 차다. 얼마 전까지도 ‘포르쉐 911 탄생 5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잔뜩 기대하며 만난 ‘901’은 털털거리는 소리가 매력이다. 시동 거는 거부터 요즘 차와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버튼 누르면 ‘부릉’. 이게 요즘 차다. 901은 ‘끼기기긱’ 소리를 10초쯤 듣고 있어야 카랑카랑한 엔진소리를 들려준다. 온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과 코를 자극하는 매연냄새 또한 901만의 맛깔이 아닐까.
안전벨트는 레이싱카의 그것과 흡사하다. 그리고 모든 장치들이 기계식이지만, 달리기 실력만큼은 여전했다. 엔진 회전수가 3~4000rpm을 넘어갈 때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섰다. 그래도 역시 포르쉐였다. 등 뒤에서 넘어오는 거친 엔진 사운드가 큰 매력이다.
901은 2.0ℓ 급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16.5kg.m의 성능을 내는데, 숫자만 보면 요즘 나오는 국산 준중형차보다 못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 엔진룸을 열어봐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차가 50살이나 됐다는 점이다. 여전히 높은 엔진 회전 수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포르쉐가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철학을 담아 차를 만들어왔기에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선망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