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이다. 갑오년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가로막는 최대 복병. 엔저라는 대외 원군에 가격과 연비 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차는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효과는 이미 지난해 나타났다.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판매량이 8.3% 늘며 시장점유율 14.4%로 2위 포드를 1.3%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7.8%, 9.2%씩 성장하며 치고 올라갔다. 현대·기아차는 0.2% 후진해야 했다. 중국에서도 일본 3사는 신차 출시 및 할인판매를 늘리면서 영토분쟁 이전 수준까지 점유율이 회복됐다. 광저우혼다가 판매량이 30% 늘어난 것을 비롯해 둥펑닛산 15%, 이치도요타 8% 판매량이 증가하며 현대·기아차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지난 달 19일 발표한 `연말 할인폭이 큰 차 베스트 10` 리스트에 한국 차는 단 한 대도 없는 반면 도요타 아발론과 렉서스 GS 350 등 도요타-렉서스 차가 4대나 포함됐다. 그만큼 마케팅 공세를 벌일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 이상인 엔저가 지속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들은 새해에도 가격 할인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및 부품 현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국 업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이미 지난해 11월 연비를 개선하면서도 구형 모델보다 가격을 2만위안 인하한 신형 비오스 세단과 야리스L 해치백을 중국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비오스는 부품 현지 조달률이 60%에서 98%까지 높아지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닛산도 부품 현지 조달률이 90%가 넘는 저가 브랜드 `닷선` 신차를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지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파상적인 연비 공세다. 연비는 운전자의 연료비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도요타는 2.5리터 엔진을 2.0리터로 크기는 줄이면서도 터보차저 기술을 적용, 출력은 그대로 유지한 신형 가솔린 엔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비 향상 효과가 최대 20%에 달한다. 고압 연료분사시스템과 터보차저 기술을 적용해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1.4리터 신형 디젤 엔진을 투입하면서 `일본 차는 디젤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하이브리드 연비 경쟁은 두려울 정도다. 지난해 9월 혼다가 리터당 36.4㎞를 달리는 혁신적인 `피트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하이브리드카 연비 경쟁에 불을 댕겼다. 도요타 아쿠아가 가지고 있던 35.4㎞/ℓ를 깨는 기록이다. 도요타는 12월 리터당 37㎞를 달리는 신형 아쿠아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도요타는 올 연말 리터당 4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프리우스 4세대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료 1리터로 20㎞도 달리지 못하는 국내 디젤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 수준과 비교하면 아찔한 격차가 느껴진다.
김용주기자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