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상 최대 ‘플래그십(기함) 세단’ 경쟁이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1만대 이상 팔리며 독주했지만 올해는 다양한 신차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연말 현대자동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첫 번째 차량 ‘EQ900’을 출시했고, 재규어 ‘XJ’, 캐딜락 ‘CT6’, 링컨 ‘컨티넨탈’ 등 다양한 플래그십 세단이 등장한다.
재규어코리아(대표 백정현)는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재규어XJ 레어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최하고 6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을 거친 ‘뉴 XJ’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이번 뉴 XJ 출시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방한해서 직접 진행한다.
뉴 XJ는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DRL) 등 전면과 후면 테일램프 디자인을 변경했다. 뉴 XJ DRL은 알파벳 ‘J’ 모양 LED 조명이 두 개가 적용돼 ‘트윈 J블레이드’라고도 불린다. LED 테일램프도 주간주행등과 조화를 이뤄 ‘J’ 디자인이 적용됐다. 실내에는 동작 인식 기능을 갖춘 ‘인컨트롤 터치프로’ 시스템을 장착했다. 국내 판매 가격은 1억1000만~2억2700만원 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과 ‘링컨’이 각각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을 출시한다. 미국 대통령 의전차량을 제공하는 캐딜락은 ‘CT6’을 국내에 상륙시켜 과거 명성을 되찾는다는 방침이다. CT6는 전장 5180㎜, 전폭 1879㎜, 전고 1472㎜ 등 크기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보다 크다. 반면에 차체에 알루미늄을 64%가량 적용해 무게는 더 가벼운 1678㎏이다.
링컨은 14년 만에 플래그십 세단 ‘컨티넨탈’ 신형 모델을 출시한다. 신형 컨티넨탈은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게 될 시그니처 그릴이 적용됐다. 문 손잡이를 건드리면 문이 스스로 열리는 ‘파워 신치 도어’, 30가지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퍼펙트 포지션 시트’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3.0 트윈파워 엔진은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5.3㎏.m의 힘을 낸다.
전문가들은 올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은 2만5000여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5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해 시장을 선도한 모델은 1만356대 판매량을 기록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다. 에쿠스(5158대)보다 두 배가량 많이 팔린 것이다. 올해에는 지난 연말 출시한 제네시스 EQ900이 ‘왕좌’를 노린다. 현재까지 1만7000대가량 계약이 이뤄졌고, 생산량도 두 배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BMW 7시리즈는 올해 S클래스 잠재 고객을 유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S클래스는 대기 고객이 많아 계약부터 출고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 일부 인기 모델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BMW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신규 고객 유치하고 있다. 재규어 XJ, 캐딜락 CT6, 링컨 컨티넨탈 등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모델이 노후화된 아우디 ‘A8’과 렉서스 ‘LS’는 올해 특별한 전략이 없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S클래스가 우리나라에서 일본,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렸는데 올해에도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EQ900이 에쿠스 노후화로 구매를 미뤄왔던 국산차 소비자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규어 XJ, 캐딜락 CT6 등은 신차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지만 S클래스를 직접적으로 상대하기엔 브랜드 인지도나 물량 측면에서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