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새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12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운명과 저주, 그 어디쯤에서 만난 도깨비와 인간 신부의 신비로운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로, 낭만적인 저주인지 치명적인 운명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공유는 왠지 슬퍼 보이지만 무척 멋진 도깨비로 등장, 시크하며 매력적인 저승사자 이동욱과 라이벌 같은 브로맨스를 선보인다. 도깨비 신부가 될 운명이라는 지은탁은 김고은이 맡아 순수한 도화지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진정한 사랑은 통장 잔고라고 말하는 써니 역은 유인나가 맡아 전에 본 적 없는 특이한 캐릭터를 펼친다. 공유나 이동욱보다, 유인나가 더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독특한 매력을 전달한다. 공유와 이동욱에게 모두 삼촌이라 부르는 유덕화 역의 육성재의 활약도 기대된다.
◇ 누군가에겐 꿈같이 바라는 영생, 누군가에겐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
‘도깨비’ 제1회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다. 호기심과 명분 부여하며 전체적인 드라마의 분위기를 전달했는데, 영화적 시작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죽기 위해 신부를 찾아야 한다는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는 죽음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는 벌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큰 슬픔 일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꿈같이 바라는 영생이 누군가에겐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가 된다는 개념은 이전에 다른 장르에 효과적으로 적용됐었다.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에서 네델란드인 선장은 저주를 받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유령이 돼 배와 함께 바다를 떠돈다.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면 저주에서 풀리는데, 그 여인을 찾기 위해 7년에 한 번씩 육지에 오를 수 있다. ‘방황하는 네델란드인’에서 죽지 않는 고리를 끊기 위해 구원의 여인이 필요한데,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부와 겹치는 면이 있다.
영화 ‘라스트 위치 헌터’에서 영생은 축복이 아닌 마녀가 내린 저주이다. 이런 작품들은 영생의 욕구에 대한 역설을 담고 있는데, 영생이 역설인 이유는 영생을 즐기면서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도깨비’는 ‘방황하는 네델란드인’, ‘라스트 위치 헌터’처럼 어렵고 무겁게 풀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드라마의 제1회는 전체적인 서사를 위한 배경 세팅을 해야 하므로, 설명조이거나 지루할 수도 있는데, ‘도깨비’는 제1회만으로도 연작 영화의 첫 편 같은 속도감을 가진다. 드라마는 회차가 거듭되면서 팬층을 확보하는데, 처음부터 강렬하게 어필하기에 기대가 높아진다.
◇ 공유, 새로운 인생캐릭터의 탄생인가? 인생캐릭터 갱신의 시작인가?
공유는 처음부터 “나는 새로운 캐릭터이다”라고 공표하려는 것처럼 새롭고 강렬하게 등장한다. 사람의 손 때나 피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다고 ‘도깨비’는 알려준다.
일반적으로 도깨비는 무섭기만 한 귀신은 아니다. 인간에게 속임을 당하기도 하는 친근한 캐릭터이다. 공유의 도깨비 김신은 근엄한 신이다. 그렇다고 범접할 수 없는 권위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바라보며 동경하는 아이돌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과거 장면에서의 공유의 액션신이 눈에 띄는데, 영화 ‘용의자’와는 다른 액션을 펼친다. 많은 보조출연자들을 볼 수 있는 과거와 현재가 무척 촘촘하게 연결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작품이 공유에게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은 인생작 드라마, 인생캐릭터가 될지, 앞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인생작, 인생캐릭터를 갱신해 나가는 시작이 될지 궁금해진다. 그만큼 이 작품과 김신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높다
자신을 향한 어린 왕(김민재 분)의 질투와 두려움을 알지 못했다는 공유의 내레이션에 이어지는 사극 장면에서 클로즈업 효과는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공유와 김고은의 첫 만남이 이뤄진 눈 내리는 날, 우산 쓴 공유의 클로즈업된 옆모습은 심쿵하게 만든다. 뮤직비디오가 연상되는 슬로모션이 인상적이다.
누구와도 멋진 케미를 만드는 김고은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 공유와 티격태격하며 도깨비의 존재를 무서워하지 않는 발랄함이 회차가 거듭되면서 어떤 매력을 전달할지 기대된다.
◇ 이동욱, 저승사자인가? 잘생기고 시크한 매력남인가?
‘도깨비’를 보면 저승사자가 이렇게 잘생겨도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존재일 것 같은데, 왠지 가까이 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동욱과 공유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저승사자와 도깨비가 이렇게 멋있게 투 샷으로 등장해도 되는지 감탄하게 된다.
한때 독립 영화계의 여신이었던 박희본은 뺑소니 사고를 당한 임산부로, 김소현은 과거의 왕비로 특별출연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생사의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 모르니까”라는 조언을 한 삼신할미 역의 이엘은 나이를 오가며 노파 삼신과 젊은 삼신을 소화했다. 중요한 순간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엘의 활약과 정체가 더욱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