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연출, 김은숙 극본의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이하 ‘도깨비’)가 제3회를 맞이했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 ‘도깨비’에 홀릭돼 ‘인생드라마’라고 말하는 시청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영상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이런 반응은 영화처럼 인상적이다. 제3회 리뷰에 앞서, 먼저 이 드라마가 왜 매회 영화처럼 보이는지 살펴보자.
◇ 매회 영화처럼 보이는 ‘도깨비’
‘도깨비’를 보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첫 회는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제3회까지 모두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는 점은 놀랍다. ‘도깨비’는 왜 영화처럼 느껴질까?
영화 영상, 드라마 영상, 시트콤의 영상은 모두 다르다. 그 차이를 확연히 느끼는 사람도 있고 막연히 느끼는 사람도 있다. 촬영하는 카메라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조명과 녹음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진다.
◇ 어두운 밤에도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조명
영화는 기본적으로 촬영에만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데, 매 회차 촬영을 하면서 조명을 최적으로 잡는다. 직접 조명과 간접 조명, 반투명 막을 통과해 빛을 만들기도 한다. 어두운 밤일 경우 실제적으로 바로 앞도 안 보일 수도 있는데, 영화에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관객들은 주인공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런 어둠 속의 조명은 간접 조명과 반투명 막을 통과한 빛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데, 납치된 지은탁(김고은 분)을 구하러 온 도깨비(공유 분)와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등장하는 제3회의 시작 부분에서의 조명 또한 영화적으로 표현됐다. 이 드라마가 한 장면 한 장면을 얼마나 정성껏 만들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깨비’는 시퀀스마다 영화 촬영처럼 조명을 세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체적으로 보이며, 명암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잘생긴 공유와 이동욱은 그 조명에서 더욱 멋짐을 보여준다.
◇ 영화처럼 깔리는 배경음악,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는 장면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은 시그널 타이틀이 나올 때와 엔딩에서 주로 사용된다. 중간에는 배경음악보다는 음향효과인 폴링이 들어간다. 그런데, ‘도깨비’는 음향효과인 폴링도 있지만, 배경음악이 깔리는 경우가 많다. ‘도깨비’의 음악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을 알려주는 음악에 그치지 않고, 해당되는 시퀀스를 영화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도깨비’에서 배경음악이 깔리는 장면은 마치 뮤직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공유와 김고은은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것인지, 뮤직드라마를 찍는 것인지, 아니면 CF 광고를 하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로 감성적인 시퀀스를 종종 만든다.
◇ 말하는 사람의 앞모습과 듣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
‘도깨비’는 두 명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장면이 많다. 공유와 김고은, 공유와 이동욱, 김고은과 유인나 등 두 사람의 대화가 많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이런 장면들에서 두 사람의 앞모습이 동시에 나오게 찍은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의 드라마의 경우 두 사람이 이야기할 때, 카메라는 한 번에 두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담는다. 카메라 앵글의 이동은 있을지라도 화면이 바뀌지 않고 대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시청자는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드라마를 보게 된다.
영화에서 두 명의 마주 보며 대화를 할 때 말하는 사람의 앞모습과 듣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말하는 사람이 바뀔 때는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에 두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줄 때와 달리 찍는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컷의 수도 늘어난다. 관객은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처럼, 얼굴을 보여주며 말하는 상대에게만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말하는 사람이 바뀌면서 카메라와 관객이 집중하는 상대는 변경된다. 관객은 전체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빠르게 번갈아가며 두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도깨비’는 말하는 사람만 보여주기보다는 듣는 사람의 뒷모습을 같이 보여준다. 두 사람의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신은 많지 않다. 몰입하고 있는 감정선을 이어서, 둘 중 한 명에게 감정이입된 시청자를 드라마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