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는 첫 시작이니 영화처럼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2회 또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을 오가며 찍은 장면들은 하나하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전달된다. 드라마 영상과 영화 영상의 차이를 감지할 줄 아는 시청자라면 ‘도깨비’의 영상이 더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제1회에서 공유와 이동욱, 이들은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지 감탄했었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은 캐릭터에 판타지를 넣어 더 멋지게 보일 수 있다.
공유과 이동욱이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던 중, 제2회가 시작되니 김고은과 유인나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이엘도 인상적이다. 남배우들 못지않게 여배우들도 매력을 발산하니, ‘도깨비’가 얼마나 도깨비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높인다.
◇ 깨끗한 도화지에 순수한 느낌으로 연기를 채우는 김고은
김고은(지은탁 역)은 공유(도깨비 김신 역)에게 “사랑해요”라고 고백한다. 신 앞에서 감정에 주도적인 인간이자, 남자 앞에서 감정을 리드하는 여자이다. 스스로를 팅커벨이라고 부르는 깜찍함을 가진 김고은은, 본격적 로맨스를 시작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다. 신도 흔들릴 정도이니, 시청하는 인간의 마음은 어떨까?
영화 ‘은교’에서 김고은은 어디에도 없던 캐릭터를 독창적으로 소화했다. 이제 김고은은 절대 신인 연기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도깨비’에서 김고은은 능수능란한 연기자의 등장이 아닌, 괴물 신인이 나타난 것 같은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깨끗한 도화지에 순수한 느낌으로 한 회 한 회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김고은이 루틴하게 캐릭터를 소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장소 이동을 꿈같은 외국 여행이라고 표현하면서, 발랄, 애고, 털털, 솔직을 넘나드는 매력을 김고은은 발산한다.
‘도깨비’의 내레이션이 서사가 아닌 감정을 전달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건의 진행을 내레이션으로 전달하면 관객은 일반적으로 무척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보여줘야 할 것을 설명으로 대체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감정을 전달하는 내레이션에는 큰 호응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감정을 전달하는 내레이션은 몰입과 감정이입에 큰 도움이 된다. ‘도깨비’는 여러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한 내레이션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레이션의 변용도 흥미로운데, 삼신할미의 내레이션은 삼신할미의 대화로 연결되고, 누군가의 절실한 마음이 담긴 내레이션은 라디오 DJ의 멘트로 이어진다는 것은 재미있다. 시청자 여러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가 돋보인다.
◇ 매력으로 어필할 것인가? 호기심으로 어필할 것인가?
‘도깨비’의 김신과 저승사자, 육성재, 그리고 현실세계의 공유, 이동욱, 육성재는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처음부터 다른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 김고은, 유인나 또한 등장 자체만으로 자신의 매력을 순식간에 어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공유나 이동욱, 육성재가 아니다. 김고은, 유인나를 보고 “언니! 이뻐요”라는 멘트만 날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무엇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김고은이 공유에게 어필한 방법을 잘 살펴보면, 하나의 좋은 예를 배울 수 있다.
김고은은 공유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공유는 김고은에게 첫눈에 반하지는 않지만, 왜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지 호기심을 갖는다. 그 호기심은 김고은 생각을 자주하게 만들고, 자주 생각하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좋다고 고백하면 나의 관심도와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날 왜 좋아할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방이 고백에 관심을 가질 때, 상대방도 마음이 있었거나 고백하는 순간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호기심의 단계일 가능성이 훨씬 많다. 공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김고은이 못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 유인나, 이 독특한 캐릭터는 어떤 매력을 발산할 것인가?
‘도깨비’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매력적인데, 유인나가 맡은 써니는 정말 궁금증을 유발한다. “아, 무. 우리 집 무 맛있는데, 손님이 없어서 무 먹어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를 비롯한 유인나의 대사는 귀와 눈을 집중시킨다.
중년의 남자의 대사였으면 영락없는 아재 개그가 됐을 것인데, 솔직함과 시크함, 시선을 집중시키는 비주얼과 독특한 태도는 유인나의 대사를 모두 판타지의 세계로 연결한다.
제2회까지의 유인나의 대사를 보면, 도깨비나 저승사자보다 훨씬 더 다른 차원, 다른 세계의 매력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디오 진행을 통해 목소리만으로도 매력을 발산하는 미모의 배우가 입은 써니라는 캐릭터는 앞으로 어떤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설렘을 줄지 기대가 된다.
김고은과 케미를 단시간에 보여준 유인나의 ‘도깨비’에서의 로맨스는 기존의 로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테일이 담길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를 친근한 캐릭터로 만들고, 시청자의 흥미로움을 몰입된 감정이입으로 만드는 것, 유인나는 그 이상을 이번에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도깨비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은 유치한 것으로 티격태격한다. 두 사람은 적 또는 라이벌로 보이기도 하지만, 둘이 사귀는 것 같은 브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도깨비’는 인간과 신이 공존했고 신들끼리 경쟁했던 그리스 시대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도깨비’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매회 영화 같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케미는 주말이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든다. 같은, 혹은 비슷한 시퀀스의 일정 부분 반복이 제3회에도 계속될지, 반복이 주는 메시지가 후반으로 갈수록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호기심이 생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