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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오페라 ‘이올란타’

발행일 : 2017-01-31 17:12:16

파리국립오페라 ‘이올란타 & 호두까기 인형’ 실황이 롯데시네마에서 상영 중이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작곡, 드미트리 체르니아코프 연출로 오른 무대는 오페라 ‘이올란타’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연이어 공연됐다. 파리국립오페라의 모든 가수와 무용수가 함께 해 독특함을 전달했다.

오페라 ‘이올란타’에서 프로방스의 공주 이올란타는 자신이 맹인이라는 것도, 왕의 딸인 공주라는 것도 모른 채 외딴 별장에서 세상과 떨어져 살아간다. 이올란타의 아버지 르네 왕은 딸에게 진실을 숨기는 것이 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시각적으로 닫혀있는 이올란타의 세계

‘이올란타’에서 이올란타 역을 맡은 소냐 욘체바는 눈에 보이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데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연기적 상상으로 눈앞에 펼치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눈앞에서 연기적 상상으로 제거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올란타’ 스틸사진.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이올란타’ 스틸사진.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영화에서 CG가 사용되는 장면의 연기는 보이지 않는데 보이는 것처럼 연기한다. ‘이올란타’와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올란타의 표정연기는 무척 중요하다.

‘이올란타’의 주요 무대는 실내로 연극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데, 오페라이기 때문에 높은 성역의 소프라노 아리아를 부르면서도, 눈을 뜬 상태로 보이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소냐 욘체바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영원한 암흑 속에서 영혼을 배제한 감각의 표현이 돋보인다.

◇ 사건보다는 감정이 중요한 오페라

‘이올란타’는 자주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다. 장소의 변화 없이 실내에서 진행되고, 죽음이 연관된 갈등이 없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갈등도 크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올란타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데, 절절한 독창보다 이중창이 더 많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올란타’ 스틸사진.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이올란타’ 스틸사진.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이올란타 앞에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안 되는데, 금기시하는 행위도 모두 이올란타 내면을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다. 사건보다는 감정이 중요한 오페라이기에 감정이입한 관객들은 가슴 절절하게 관람할 수도 있고, 사건의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다.

딸이 나을 수 있다면 옥좌라도 내려놓고 어떤 모욕이라도 참겠다고 말하는 르네 왕의 말 또한 큰 행동의 결심이라기보다는 큰 마음의 결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올란타’의 전체적인 정서와 연결된다. 이올란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대해 관객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때 더욱 미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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