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올란타 & 호두까기 인형’ 실황은 오페라 ‘이올란타’에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이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두 작품을 같이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이올란타’의 마지막 장면이 ‘호두까기 인형’의 첫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올란타’와 ‘호두까기 인형’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가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두 작품을 같이 보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호두까기 인형’은 세 명의 안무가가 세 가지의 안무를 만들었기에 네 개의 작품을 한 번에 보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다.
◇ 연극적 구성이 돋보이는 현대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모던발레 내지는 현대무용의 느낌을 주는 현대발레이다. 발레 슈즈를 신지 않고 안무를 펼치는 시간이 많으며, 오페라, 뮤지컬의 안무 같기도 한 색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오페라 ‘이올란타’의 조연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으로 절묘하게 연결되는데, 무대의 양옆에 막을 내려 작게 사용하던 무대를 펼쳐서 넓게 사용하면서 역동적인 현대발레를 펼친다.
‘이올란타’에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호두까기 인형’은 연극적 구성이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레 공연에 스토리를 넣는 것 이상으로 무대는 연극적으로 꾸며졌다. 흔히 접할 수 있는 클래식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익숙한 관객들이 오히려 낯섦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했다.
◇ 세 명의 안무가, 세 가지 안무
‘호두까기 인형’에는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에두아르 록, 아서 피타 등 세 명의 안무가가 함께 했다. 다른 안무 스타일을 펼쳤기에 같은 인물에 대한 시각적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무용수가 세 가지 다른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데, 세 가지 작품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인물은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점은 관객들의 감정선이 점핑하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을 보면 동화적 세계도 있지만, 상실감, 허전함, 불안감, 그리움, 아쉬움 등의 정서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다른 버전의 전형적 ‘호두까기 인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참신하거나 불편하게, 어떤 뉘앙스로도 전달이 가능하다.
◇ 거울효과, 라포르, 따라하기, 흉내내기
‘호두까기 인형’은 막을 내리지 않고 암전을 줘 무대 전환을 한다는 점도 독특하다. 반가림막의 영상을 통한 독창적인 연출도 눈에 띈다.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무대 장치 변화 없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기도 했다.
1명의 안무가 아닌 여러 명의 분신들의 안무는 거울효과, 라포르, 따라하기, 흉내내기 등 표현의 디테일에 상관없이 강력한 전달과 공유를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의 분신들도 같은 안무를 펼치기에 관객들이 안무를 통해 무용수에게 감정이입하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내면의 어두움과 마주한 마리는 ‘이올란타’에서 시각적으로 닫혀있는 세계에 있는 이올란타와 정서적으로 연결된다. ‘호두까기 인형’ 내부에서의 라포르뿐만 아니라, ‘호두까기 인형’과 ‘이올란타’의 정서적 라포르가 형성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