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제조회사 일본 다카타가 26일 파산신청을 하면서 혼다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타는 26일 도쿄지방법원에 도산법의 일종인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다카타 부채총액은 1조엔(10조2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제조업체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자회사 12개사는 25일 미국 텔라웨어 파산법원에 연방 파산법 11조 적용을 신청해 파산했다.
다카타와 혼다의 인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 다카타 회장의 부친인 다카타 주이치로 전 다카타 사장은 1987년 혼다의 의뢰로 에어백 양산에 성공했다. 이에 혼다는 다카타 제품을 사용해 1987년 혼다 최초의 에어백 탑재 차량인 ‘레전드’를 생산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두 회사는 한동안 끈끈한 관계였다.
그러던 2004년, 미국에서 처음 에어백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다카타는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잇따라 에어백 결함 가능성이 지적되자 혼다자동차는 지난 2008년 자사 차량 4000대에 장착된 다카다 에어백 리콜을 처음 실시한 이후 전 세계에서 판매한 10개 차종 43만7763대 규모로 확대했다. 미국에서만 어코드와 시빅 등 7개 차종 37만8758대가 해당됐다. 이후 20여 차례에 걸쳐 리콜이 반복됐다.
2014년에는 혼다가 지난 11년간 발생한 총 2873건의 에어백 오작동 사례를 1144건으로 축소 보고한 사실이 미국에서 드러나며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결국 혼다와 다카타의 관계는 2015년 에어백 테스트 허위보고 사건으로 끊어졌다. 혼다의 한 간부는 "다카타와 관계를 유지하거나 구제하겠다는 발상은 이제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다카타 에어백의 가스발생 장치의 금속 파편이 운전자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견돼 전 세계에서 다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에 대한 대규모 리콜이 단행됐다. 미국 내 리콜 대상 차량만 해도 약 3400만대이고, 전 세계적으로 7000만대 이상이다. 에어백 결함으로 인한 사망자도 17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 3월 22일부터 2012년 1월 31일까지 제작된 시빅, 레전드, 인사이트, CR-Z 등 혼다 승용자동차 7659대를 시작으로 BMW, 포드, 다임러트럭 등에서 리콜이 시작됐다.
올해 2월에는 혼다코리아에서 수입·판매한 어코드 승용자동차에서 다카타 에어벡 결함이 발견되었다. 리콜대상은 2011년 8월 2일부터 2012년 7월 26일까지 제작된 어코드 1407대다. 당시 국토부는 “이 건은 해외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제작결함으로서 해당 차량 소유자들에게 리콜 통지서를 받는 즉시 리콜 시정조치 받기를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1~2012년식 모델의 리콜이 올해 2월에 결정돼 아직도 리콜을 받지 않은 차가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카타 에어백의 파산은 혼다뿐 아니라 일본 완성차업계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에어백 리콜 비용을 다카타에 온전히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카타의 주요 주주(지분율 1.2%)이자 이전 최대 고객인 혼다는 이미 리콜 비용으로 5560억 엔(약 5조5600억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혼다 대변인 가치 고스케는 “보상을 요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