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브랜드의 차종 확대는 한동안 거침이 없었다. 2000년대 중반, 오리지널리티를 되살려 탄생한 미니 쿠퍼는 이후 컨트리맨, 클럽맨, 페이스맨, 카브리올레, 쿠페 등 다양한 차종으로 가지치기했다.
미니 쿠퍼는 복고풍 스타일에 최신 감각을 잘 버무려 새로운 고급 소형차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특히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성능 면에서는 여성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무거운 스티어링 감각이었다. 특히 주차할 때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힘겨울 정도로 스티어링 휠이 무거웠고, 수많은 여성 오너들이 일찌감치 차를 처분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만난 신형 컨트리맨은 구형에 비해 당찬 외모와 한결 꼼꼼해진 마무리가 돋보인다. 카메라 기반의 전방 추돌 경고장치인 액티브 가드를 비롯해 8.8인치 터치스크린, 발동작으로 트렁크를 쉽게 여는 이지 오프너 등 편의장비도 보강됐다.
그러나 실제 운전에 나서면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 단단해진 차체 강성 덕에 든든한 느낌은 있지만, 차선 변경이나 회전할 때 스티어링 휠이 너무 무겁고 뻑뻑하다. 남자도 무거운데 여자는 얼마나 무거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점에서 초대 미니 쿠퍼가 오버랩 된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BMW X1에 비해서도 유난히 무겁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온로드 주행에서 알맞다. 대신 좋지 않은 노면이나 오프로드에서는 불쾌감을 줄 수 있겠다. 구형 미니 컨트리맨은 서스펜션의 유격에 여유가 있었던 반면, 신형은 상대적으로 유격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신형 컨트리맨은 불필요한 노면 정보까지 시시콜콜하게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신형 컨트리맨은 품질 퀄리티 면에서 구형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다만 차의 성격과 가격으로 볼 때 BMW X1과 고객층이 겹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컨트리맨 D ALL4 하이트림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 33.7㎏‧m다. X1 18d에 얹은 엔진과 수치가 똑같다. 공차중량은 컨트리맨이 1655㎏, X1 18d가 1660㎏으로 거의 같다. 휠베이스도 2670㎜로 같다.
엔진 반응은 구형보다 나아졌다. 다만 큰 변화를 느끼고 싶다면 D 모델보다는 SD 모델을 고르는 게 낫다. 컨트리맨 SD는 X1 20d와 같은 190마력 엔진을 얹었다.
특이한 점은 X1 18d의 연비가 도심 13.3㎞/ℓ, 고속도로 16.5㎞/ℓ로 컨트리맨의 11.9㎞/ℓ, 15.2㎞/ℓ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격은 컨트리맨 D ALL4 하이트림이 4990만원, X1 18d가 512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분명히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라면 컨트리맨보다는 X1을 고르거나, 아니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고르겠다.
미니 브랜드는 최근 컨트리맨 고객을 대상으로 골프 행사를 열었다. 트렁크 공간 때문에 선택을 망설였던 고객을 겨냥한 행사다. 하지만 트렁크가 넓어졌다고 해도 골프백을 넉넉하게 실을 수준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미니 브랜드를 선택했던 이들이 품질과 서비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 BMW나 타 브랜드로 넘어갔던 것을 고려한다면, 우선 X1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