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를 대표하는 중형차 캠리는 37년 전인 1980년에 처음 등장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진화한 캠리는 2009년 6세대 모델부터 한국에 공식 수입됐다. 7세대 캠리는 2013년 ‘한국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 뽑히는 영광도 누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는 이 상을 받은 수입차는 지금까지 토요타 캠리가 유일하다.
그 캠리가 또다시 진화했다. 이번에는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8세대 풀 체인지 모델이다.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후 미국에는 6월부터 시판됐고, 우리나라에는 10월 19일 공식 시판에 들어갔다.
첫 대면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공격적인 앞모습이다. 어딘가 6세대 모델의 흔적이 묻어 있는 앞모습은 더 날렵하면서도 한층 세련된 인상이다. 안에서 바깥으로 확장되는 느낌의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고, 공기를 매끄럽게 가르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신형은 측면 디자인에도 큰 변화를 줬다. 다소 밋밋했던 7세대와 달리 숄더 라인이 뒤쪽으로 갈수록 올라가 있고, C필러 중간에 선을 하나 더했다. 북미형은 이 C필러 라인을 중심으로 컬러가 달라지는 블랙 메탈릭 루프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는다.
인테리어도 파격의 연속이다. 센터페시아는 일반적인 공식을 깨고 곡선을 사용해 운전석과 조수석을 구분토록 했다. 8인치 내비게이션에는 터치 줌인, 줌아웃 기능까지 더했다. 선명도도 훌륭하다. 해상도 낮은 내비게이션이 달렸던 6세대 모델이 나오던 게 불과 6년 전인데, 이 정도로 발전했다.
신형은 7세대에 비해 차체가 25㎜ 낮아졌고 앞 시트 포지션은 22㎜ 낮아졌다. 또한 시승차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배터리 위치를 기존 트렁크 자리에서 뒷좌석 아래로 바꿨다.
여기에 뒷바퀴 서스펜션을 기존 듀얼 링크에서 더블 위시본 타입으로 바꿨다. 더블 위시본은 이름 그대로 새의 가슴뼈 형상의 ‘위시본’을 위 아래로 두 개 배치한 타입인데, 핸들링과 승차감 향상을 위해 주로 앞바퀴에 쓰는 타입이다. 트렁크 공간이 침범될 우려가 있어 뒷바퀴용으로는 잘 안 쓰는데, 토요타는 설계를 최적화해 트렁크 공간을 잘 살려냈다.
차체와 배터리 위치를 낮추고 서스펜션까지 바꾼 신형 캠리는 확실히 주행안전성이 높아졌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중형차의 기본적인 성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과격한 핸들링에서 안정감을 유지하는 모습이 놀랍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가지가 있는데 각 모드별로 주행감각이 확연히 다르다. 에코 모드는 이름 그대로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주행모드이고,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이 한결 빨라진다. 8단 자동변속기를 단 가솔린 모델과 달리 하이브리드는 무단변속기를 장착했는데, 과거 밋밋하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쭉쭉 뻗어나간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어도 감속을 더디게 하는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GC)이 적용돼 연비를 향상시킨다. 이번 시승에서는 가속과 감속을 자주 했음에도 17.8㎞/ℓ의 연비가 나왔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인증연비는 고속도로 17.1㎞/ℓ, 복합 16.7㎞/ℓ이고, 가솔린 모델은 고속도로 14.9㎞/ℓ, 복합 12.3㎞/ℓ다. 한국토요타 홍보담당 고영선 이사는 “홍보팀과 경남 통영에 다녀왔는데, 하이브리드는 19.1~21.0㎞/ℓ, 가솔린은 13.1~13.7㎞/ℓ의 연비를 기록해 정부 인증연비보다 훨씬 잘 나왔다”고 했다. 가혹한 시승 조건을 감안하면 실제 연비는 고영선 이사의 말대로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캠리는 미국에서 2.5 가솔린과 3.5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 3가지가 나오고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만 나오는데, 한국에는 2.5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두 가지가 들어온다. 2.5 가솔린은 3590만원, 하이브리드는 4250만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국내외에서의 경쟁모델은 현대 쏘나타, 기아 K5,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포드 몬데오/퓨전 등을 꼽을 수 있다. 캠리 2.5 가솔린보다 출력이 낮은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은 사양을 비슷하게 맞출 경우 3271만원으로 캠리와 319만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혼다 어코드 2.4는 3540만원으로 캠리보다 50만원 싸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차는 ‘혼다 센싱’이라는 안전장비가 빠져 있다. 반면에 캠리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SS)’라는 장비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TSS는 차선이탈경고(LD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오토매틱 하이빔(AHB) 등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혼다 센싱의 옵션 가격이 미국에서 1000달러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캠리의 가격이 훨씬 저렴한 것이다.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신형 어코드는 혼다 센싱을 기본 장착하고 있는데, 혼다코리아가 내년에 어떤 사양으로 들여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토요타 캠리는 미국에서 난공불락의 최고 인기 중형차다. 캠리가 변하면 경쟁업체에도 변화가 이뤄졌다. 캠리가 중형차의 기준을 제시해왔던 셈이다. 그 캠리가 한 단계 올라서면서 소비자들은 한층 더 좋은 차를 만나게 됐다. 캠리의 변화가 반가운 이유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