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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90년대 추억을 소환하라’…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발행일 : 2017-12-18 16:24:09
[리뷰] ‘90년대 추억을 소환하라’…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현대자동차가 최근 ‘역사 돌아보기’에 한창이다. 스타트는 지난달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헤리티지 라이브 #1이었다. 포드 20M과 그라나다, 1세대 그랜저가 전시됐고, 성우 배한성 씨와 나윤석 칼럼니스트,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이 입담을 나눴다.

지난 16일에는 그 두 번째 순서인 헤리티지 라이브 #2가 열렸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현대차의 스포츠카와 모터스포츠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쿠페’. 현대가 과거 만들었던 스쿠프와 티뷰론, 투스카니가 찬조 출연했다. 이 차들은 오랜 세월이 무색하게 관리 상태가 꽤 좋아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흥미진진하게 이뤄진 토크쇼 내용을 정리해봤다.

배한성(이하 배): ‘스포츠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

황욱익 칼럼니스트(이하 황): 스포츠카는 자유를 상징한다. 직장 상사가 괴롭힐 때 한 번 몰고 나가서 풀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권규혁 차장(이하 권): 운전 재미가 있는 차, 가슴이 뛰는 차가 스포츠카다. 엄청난 제원을 자랑하는 차가 많지만 감성이 안 느껴지는 차가 있는 반면, 마쓰다 미아타, 토요타 86 같은 차를 몰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배: 오늘 토크쇼의 첫 번째 주인공을 만나봐야 할 텐데, 스크린에 오렌지가 등장했다. 이게 뭔가.

황: ‘오렌지족’은 90년대 등장한 젊은이들인데, 우리나라에 스포츠카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기가 바로 이 때다. 이런 차들이 나오면서 거리 풍경도 바뀌고 튜닝 문화도 생겼다.

권: 젊은이들에게는 경쟁사의 ‘르망 레이서’가 인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 현대차는 쏘나타로 중형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사는 르망으로 소형차시장에 치고 들어오던 시기다.

현대차 스쿠프. <현대차 스쿠프.>

황: 스쿠프가 90년에 나오면서 시장이 달라졌다. 바탕은 엑셀이었지만 넓은 의미에서 스포츠카라고 볼 수 있다. ‘스포츠 루킹 카’ 또는 ‘패션카’로 말하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이런 차를 ‘스페셜리티카’라고 부른다.

권: 토요타 셀리카, 닛산 실비아 같은 차가 바로 그런 종류다. 스쿠프 고객의 50% 이상은 30~50대 고객이었다. 제 아버님도 스쿠프를 사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배: 스쿠프가 등장하면서 튜닝 얘기도 많이 나왔다.

황: 매장에서 파는 기성복이 양산차라면, 옷의 기장을 줄이고 허리 사이즈를 줄여서 자기 몸에 맞추는 맞춤복이 튜닝카라고 할 수 있다.

권: 양산차는 원가나 안전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고객이 볼 때 부족한 게 있을 수 있다. 그걸 채워주는 게 튜닝이다. 스쿠프가 나오고 나서 배기 튜닝이나 휠 튜닝이 많이 시작됐다.

황: 람보르기니도 15인치 휠을 쓰던 때다. 난 스쿠프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에버랜드에 놀라갔다가 스쿠프가 스피드웨이를 달리는 걸 세 시간 정도 지켜보면서 ‘난 앞으로 이 길을 가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현대차 스쿠프. <현대차 스쿠프.>

배: 스쿠프의 기술적인 의미는 어떤가.

황: 한국 최초의 독자 개발 알파 엔진을 얹은 차였다. 그 전에는 미쓰비시에서 엔진을 사왔었다. 남의 엔진을 사오면 비용도 그렇지만 미래 생존 전략을 세우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

권: 미쓰비시 회장이 한국에 왔을 때 “너희가 만들어봐야 미쓰비씨 30년 전 수준일 거다”라고 했었는데, 두 번째 왔을 때는 최신 엔진 주면서 로열티를 깎아주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7년 동안 288번 설계 변경을 통해 독자 엔진을 개발했고, 그 결과물이 알파 엔진이다.

황: 알파 엔진은 SOHC 엔진임에도 3밸브(흡기 2, 배기 1)여서 구조가 특이했다. 내가 정비학원 다닐 때 교보재로 가장 많이 활용되던 엔진이기도 하다.

권: 기통당 3밸브에 4기통 엔진이니 12밸브였는데, 이걸 12볼트라고 읽는 사람도 있었다.

배: 우리나라 최초의 터보 엔진 장착 차량 아닌가.

황: 당시 스쿠프 터보에는 인터쿨러가 없어서 한여름에는 성능이 안 나왔다. 또, 당시에는 터보에 대한 환상도 있어서 버튼을 눌러 터보를 작동시킨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았다.

권: AS 이슈도 많았다. 터보는 후열이 필요한데, 그냥 시동을 꺼서 오일 순환이 멈추고 슬러지가 껴서 엔진이 고착되는 경우도 있었다. 차를 아끼는 이들은 터보 타이머를 달았다. 시동을 꺼도 공회전을 유지하는 장치였다.

황: 그걸 장착하면 운전자가 없는데 시동이 걸려 있어서 귀신차로 오인 받기도 했다.

배: 국산차 최초로 시속 200㎞를 넘긴 걸로 기억하는데.

황: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10초 이내에 끊은 최초의 차이기도 했다.

권: 현대차가 ‘이제 스쿠프를 능가하려면 날개를 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광고하자, 대우차는 ‘르망이 날개를 달았다’고 광고하며 맞불을 놨다.

현대차 티뷰론. <현대차 티뷰론.>

배: 스쿠프 다음에 나온 티뷰론 얘기를 해보자.

권: 콘셉트카에서 양산차로 연결된 최초의 차가 티뷰론이다. 그 전에 포니 쿠페 콘셉트카가 있었으나 양산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기아차가 KMX-6를 내놓기도 했으나 이 역시 양산되지 않았다. 그러다 현대차가 HCD-2가 나오면서 티뷰론의 밑거름이 됐다. 곡면이 많은 차체를 양산차에 적용했다는 게 주목할 만하다.

황: 저 당시에 펜더에 곡면을 하나 넣는 데 15억이 추가된다고 하더라.

권: 우리나라에서는 엘란과 비교가 많이 비교됐다. 엘란은 생산대수가 적어 비쌌지만 티뷰론은 현실적인 스포츠카였다.

황: 어떤 분이 전시된 티뷰론을 보고 “왜 페인트를 다 벗겨놨느냐”고 하시던데, 이 차는 알루미늄 합금을 적용한 프로토타입이다.

[리뷰] ‘90년대 추억을 소환하라’…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권: 티뷰론 스페셜은 현대차가 외부 회사와 콜라보를 한 최초의 차이기도 하다. ‘모모’라는 브랜드의 스티어링 휠, 시프트 노브, 휠을 티뷰론 스페셜 전용으로 제작했다. 아쉬운 건 모모에서 원래 나오던 휠보다 전용 휠이 더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황: 생산대수가 500대밖에 안 됐고, 현대차의 위상이 지금 같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

권: 자동차검사소 갔다가 불합격 되는 경우도 속출해서 오너들이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황: 카레이스에는 이 차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워낙 부품이 비쌌기 때문이다. 경주에 나갈 때는 대체 부품을 쓰다가 차를 팔 때 원래 부품을 복귀시킨 경우도 있었다.

배: 카레이서 권봄이 씨가 나오셨으니 카레이스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에서 레이스가 처음 열린 게 언제인가.

황: 1982년으로 기록돼 있는데, 당시의 자료가 없다. 1987년에 진부령에서 진행된 레이스가 국내 자동차 전문지에 나온다.

권: (영상을 보며)천천히 달리지만 저게 레이스였다. 랠리식으로 이뤄졌다. 진부령에서 용평까지 네 시간이나 걸렸다.

권봄이(이하 권봄): 나도 레이스를 하지만 저 광경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권: 그 이후에는 영종도, 송도, 몽산포 같은 바닷가 공터에서 열렸다.

황: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차를 배에 실어서 영종도에 갔다. 바닷가에서 하다 보니 물때를 잘못 만나면 오전에 경기한 코스가 오후에 잠겨버리는 경우가 있다. 우승 경품은 프라이드였는데, 차 할부 값을 우승자가 내라고 했었다.

권: 당시에는 레이싱 스쿨도 없어서 택시운전기사가 경주에 우승한 적도 있다.

배: 권봄이 씨는 어떤 훈련을 거쳐서 레이싱 드라이버가 됐나.

권봄: 저는 선수로서 늦게 데뷔한 편이었다. 카트로 열심히 연습해 실력을 쌓았다.

배: 우리나라 업체들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거 같다.

황: 파리-다카르 랠리 같은 데에 쌍용, 기아차가 참가했었다. TV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나오면서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다.

[리뷰] ‘90년대 추억을 소환하라’…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

권: 1992년에 미국 콜로라도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랠리에서 스쿠프 터보가 ‘시판 무개조 부문’에서 우승하면서부터 한국차의 레이스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출발선이 한라산보다 1000m나 높았다. 스쿠프가 나왔을 때는 국내 모터스포츠가 오프로드에서 온로드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오프로드에서는 경주차 대부분이 기아 프라이드였지만, 스피드웨이 시절부터 스쿠프가 휩쓸었다. 2000년도부터는 베르나가 WRC F1 클래스에 참가했다. 2003년에 철수했다가 2012년 다시 팀을 결성하고 2014년부터 i20로 출전하고 있다.

권봄: 현대차가 짧은 출전경력임에도 WRC에서 이 정도 우승한 걸 보면 빠르게 발전하는 거 같다.

황: 현대팀은 올 시즌에 5승을 했는데, 챔피언 팀의 드라이버는 시즌 2승 밖에 없었다. 상대 팀은 포인트 관리를 잘한 반면에 현대팀은 뒷심이 부족했다. 내년엔 달라질 걸로 본다.

권봄: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현대차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치가 매우 낮더라. 직접 타기 전에는 ‘현대차가 얼마나 달릴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하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배: 스포츠카가 자동차 문화도 많이 바꾸지 않았나.

권: 스쿠프가 나오면서 SCF가 나왔고, 티뷰론이 나오면서 TOG(티뷰론 오너 그룹)가 나와 단일 차종 동호회가 활성화됐다. 6단 변속기와 V6 엔진 적용은 동호회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황: 같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드라이빙을 즐기는 문화가 생긴 것도 이 무렵이다.

현대차 투스카니. <현대차 투스카니.>

권봄: 투스카니부터는 저도 익숙하다. 제 입맛에 맞게 튜닝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차였다.

권: 투스카니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티뷰론이라는 이름을 계속 썼고, 유럽에서는 ‘현대 쿠페’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과거 유럽에서 한국차를 세탁기나 냉장고처럼 영혼이 없는 차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티뷰론과 투스카니가 나온 이후 평가가 좀 달라졌다.

배: 현대차도 이제 고성능 차를 만드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권: 유럽에 얼마 전에 i30 N을 출시했고, i30 N TCR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N 라인업은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권봄: 카레이서로 제네시스 쿠페를 오래 타왔는데, 이제 모델 체인지를 할 시기다. 그래서 N 라인업이 궁금해진다.

황: 과거에 현대차는 수익을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거 같다.

권: 최근 현대차는 운전 감성이 많이 좋아졌다. 제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 전략팀에서 N이 추구하는 방향은 ‘일상생활에서 운전이 주는 즐거움’이다. 소수 마니아를 위한 차가 아니라 젊은 감성을 지닌 분들을 위한 차를 많이 만들겠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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