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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 영화보다 드라마 버전이 더 재미있고 절절한 이유

발행일 : 2018-10-26 00:03:05

송현욱, 남기훈 연출, 임메아리 극본, JTBC 월화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는 제8회까지 방송돼 드라마 전체의 전반부가 지나갔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변한다는 가장 중요한 설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새롭게 만들어졌기에 보는 재미를 더 많이 주고 있다.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현재 본방사수하는 열혈 시청자의 입장에서 영화보다 드라마 버전이 더 재미있고 절절하게 느끼는 이유를 살펴본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영화 버전과 드라마 버전의 설정 차이(1) : 여자가 바뀐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홍이수(한효주 분)와 우진이다. 여자인 이수는 그대로 있고, 남자인 우진은 우진1 역의 김대명으로 시작해 도지한, 배성우,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김상호,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재준, 김민재, 이현우, 조달환, 이진욱, 홍다미, 서강준, 김희원, 이동욱, 김주혁 등을 거쳐 우진123 역의 유연석까지 바뀐다.
 
우진은 처음부터 이수에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모습이 바뀌는 우진 모두 이수에게 직간접적으로 호감을 표현한다. 실제 내용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지만, 계속 바뀌는 모습을 가진 다양한 남녀(우진이 여자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가 이수에게 호감을 번갈아가며 표현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세계(서현진 분)과 서도재(이민기 분)이다. 드라마에서는 한세계가 바뀐다. 그런데 한세계가 처음부터 서도재를 좋아한 것이 아니고, 한세계가 바뀐다는 것을 서도재가 알고 나서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여자가 한 남자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 영화 버전과 드라마 버전의 설정 차이(2) : 다시 원래로 돌아온다
 
드라마로 편성됐다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계속 바뀔 때 혼란스럽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한세계는 한 달에 한 번씩 자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가 1주일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본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누구에게 감정이입해야 할지, 누구로 봐야 할지, 감정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준, 드라마 디테일의 변경은 돋보인다. 드라마에서 한세계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시청자는 서현진에게 감정이입해 서현진의 마음과 감성으로 몰입할 수 있다.
 
서현진과 시청자는 이어오던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서현진의 상대역인 이민기(서도재 역)도 감정선을 끊거나 점핑하지 않고 계속 이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한세계의 외모가 서현진이 아닌 다른 외모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서현진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기 때문이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영화에서 우진의 모습은 계속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만 했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냥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가보다고 볼 수 있지만, 관객이 우진에게 감정이입해서 보기에는 매우 어려웠었다.
 
◇ 영화 버전과 드라마 버전의 설정 차이(3) : 변화하는 때는 당황스러운 때이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시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우진의 모습이 바뀌는 대부분의 순간에 우진과 관객은 모두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지금 모습으로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축적해가다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드라마에서 한세계는 톱배우이다. 한세계의 외모가 바뀌는 순간은 촬영 중에 있던 영화나 광고를 더 이상 찍지 못하고 잠적해야 하는 시기이다. 평판과 금전적 측면에서 볼 때, 영화에서의 우진보다 드라마에서의 세계가 더 치명적인 손실을 본다.
 
그런데 드라마 제8화에서 남의 눈을 피하지 않고 도재와 계속 같이 있고 싶은 세계는, 다른 사람의 외모로 바뀌고 싶다는 이야기를 처음 한다. 영화에서 외모가 변하는 시간은 주로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면, 드라마에서 외모가 변하는 시간은 당황스러운 시간일 수도 있고 세계에게 자유를 주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설정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만든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영화 버전과 드라마 버전의 설정 차이(4) :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만 결핍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다
 
영화에서 우진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모가 변하기 때문에 항상 본인을 숨겨야 하는 결핍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수에게 결핍은 없다. 우진과 이수가 만나는 이유는 이수의 이해와 포용이 전적으로 전제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드라마에서는 세계와 도재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다. 톱스타인 세계는 외모가 변한다는 것이 들키거나 변하는 1주일 동안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위험과 결핍을 가지고 있다.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뷰티 인사이드’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도재는 재벌이지만 사고로 인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이라는 결핍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진 도재가 약점일 수 있는 결핍을 가진 세계를 포용하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이야기라기보다는, 서로 결정적인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의 공감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도재는 움직임, 향기, 패션, 스타일, 습관 등 다른 요소를 통해 사람을 알아보는데, 이는 세계가 다른 얼굴의 사람으로 바뀌었을 때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개연성을 높인다.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드라마 버전이 훨씬 더 개연성이 높다. 영화보다 긴 호흡의 드라마로 만들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사족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뷰티 인사이드>는 기존 틀의 핵심 요소만 유지하면서 거의 많은 것을 드라마 장르에 맞게 새롭게 바꾸었기에 더 훌륭한 작품으로 재탄생됐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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