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 이지형 감독의 <흩어진 밤(Scattered Night)>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 한국경쟁 섹션 상영작이다. 수민(문승아 분)과 진호(최준우 분) 남매가 사는 집, 부모는 남매에게 곧 이혼할 것임을 선포한다. 엄마 윤희(김혜영 분)와 아빠 승원(임호준 분)은, 식구 네 명이 어떻게 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보름가량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관찰자적 입장의 카메라는,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객관적 시야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현실적인 고민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근본적인 것에 덜 집중하게 만드는 점을 간과할 수도 있다. <흩어진 밤>은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없을 때 닥친 시련과 난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 관찰자적 입장의 카메라!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객관적 시야를 유지하려고 한다
<흩어진 밤>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혼해서 다른 집에 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의 영상은 영화 장면이 아닌 관찰카메라처럼 느껴진다. 네 명의 얼굴이 모두 보이는 게 아니라 딸 수민과 아들 진호는 얼굴 앞모습이 다 보이고, 엄마 윤희는 옆모습만 보이는데, 아빠 승원은 거의 뒷모습만 보인다.
관객에게 어른의 표정은 가급적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의 표정은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준다. 이혼이라는 사건, 이혼 후 어떻게 살게 될지 자체보다, 그것을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들에게 더욱 초점을 맞춘 것이다.
관찰자적 입장의 카메라는, 그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객관적 시야를 확보해 유지하려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생각을 미리 알아보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때까지 카메라는 기다려주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
◇ 집 구하기, 생활을 분리하기! 현실적인 고민은 근본적인 것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흩어진 밤>에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어떻게 가족이 나눠질지’이다. 가족이 헤어지는 것 자체를 바로 뛰어넘어 그다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집 구하기, 생활을 분리하기 등 현실적인 고민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논의를 잊어버리게 만든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아빠, 아들, 딸, 세 사람만 어디를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디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공감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흩어진 밤>에서 지금까지 주도적인 결정은 엄마가 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누구 때문일까?’에 대한 논의는 잠깐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리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흩어진 밤>은 현실적인 측면을 더 조명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빠, 엄마가 다시 친해지기를 바라는 수민의 마음보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본 이혼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혼의 차이에 더 많은 정서가 할애된다. 냉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감정적으로만 대할 수는 없는 현실을 <흩어진 밤>은 솔직하게 반영하고 있다.
◇ 결정권, 생각에 대한 존중!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없을 때 닥친 시련과 난관!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없을 때 닥친 시련과 난관은 딸 수민과 아들 진호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두 아이는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 눈에 띈다. 결정권이 없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존중받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은 관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 것이다.
수민은 부모 중 누구와 살게 될지, 오빠 진호와도 떨어져 살게 되는 건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보면 마음이 아프겠구나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실제 수민이라고 생각하면 멸절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낼지 더욱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서로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서로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토로하는 모습은 <흩어진 밤>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게 만든다. 연기를 한 아역배우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