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감독의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The Fault is Not Yours)>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 상영작이다. 민재(김재선 분)는 낮에는 고등학교 교사이지만, 밤에는 거리에 나가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이다. 민재는 위태로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아이들에게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영화 속 표현을 적용하면, 민재의 역할과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감독의 고백서, 일기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직접 관람하면 감독은 따뜻한 마음과 보살핌을 영화 속에 넣어주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민재는 감독의 모습이거나, 혹은 되고 싶은 존재라고 추정된다. 잘못된 선택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용기와 기회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은 관객에게 전달하는 위로의 선물이다.
◇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려주는, 민재의 내레이션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에서 학교 선생님인 민재는 자신을 구원자라고 생각한다. 민재가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과 많이 만나려고 하는 이유는 내레이션에 명확하게 나온다. 민재는 아이들을 위해서 거리를 나가는데, 어렸을 때의 본인을 인정하고 위로하고 포용하기 위해 거리에 나간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민재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내레이션과 영화 제목이 연결된다.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마치 누군가에 의해 내쳐진 것처럼 버려지듯 세상에 태어난다. 부모도, 태어나 자라는 환경도, 외모도, 능력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 운이 좋은 몇 퍼센트의 아이만이 태어날 때부터 행복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그것도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라는 내레이션까지는, 민재가 거리로 나가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항상 누군가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람들의 안색을 살폈다. 그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은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나는 점점 고독해졌다. 내가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들은 나를 피했다. 나는 그때의 외로움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아이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라고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민재가 치유하고 싶은 사람은 자신과 같은 아이이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민재는 감독의 모습일 수도 있고, 일반적인 어른들의 한 모습일 수도 있다. 내가 받지 못했던 것을 예전의 나 같았던 현재의 아이들에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과 그러면서 스스로 위로받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어른의 모습의 단면일 수 있는 것이다.
◇ 이성한 감독의 고백서, 일기 같은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통해 감독은 따뜻한 마음과 보살핌을 영화 속에 넣어주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정과 포용을 위한 내적 인내를 위해서도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생님인 민재는 학생인 지근(윤찬영 분)을 혼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은데, 지근과 본인과의 소통의 통로를 막지 않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지근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감독은 지근일 수도 민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가 감독의 고백서, 일기 같은 영화로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한 지근의 외침을 들으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지근에게는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무척 긍정적인 요소이다. 친구인 용주(손상연 분), 현정(김진영 분), 수연(김민주 분)과 선생님인 민재는 어쨌든 일단 지근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앞의 세 명은 동급생이고, 민재만이 유일한 어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은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영화 속 표현을 적용하면 민재의 역할과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민재는 결국 감독의 분신이거나, 혹은 감독은 민재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에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라는 화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끝난 것 같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영화는 알려준다.
지근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감독은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직접 부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성한 감독은 다음 영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