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감독의 <세트플레이(Set Play)>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FF)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 상영작으로, 김이설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성철(이재균 분)은 이중적, 복합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자신보다 두 살 어린 기준(장유상 분)과 함께 세트플레이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주도적이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찌질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혼자 거동을 하지 못하는 아픈 형을 극진히 보살핀다. 여자친구인 유선(고민시 분)을 대할 때는 지고지순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순, 명쾌하지 않고 복합적인 성철의 성격을 보면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 현실 캐릭터로 느껴진다. 성철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마음 또한 복잡하고 불편해질 수 있는데, 감정이입했더라도 성철의 행동과 마음에 온전히 공감하지는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균의 뛰어난 연기력이 오히려 관객의 감정이입과 공감을 충돌하게 만들 수도 있다.
◇ 복합적 성향을 가진 성철!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는 현실 캐릭터! 감정이입과 공감이 충돌한다
영화 초반에 기준과 함께 세트플레이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성철은 매우 불량한 학생인 것 같이 보이는데,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형인 성현을 케어하는 것을 보면 정반대의 다른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범죄를 같이 저지르기는 하지만 주도이지 못하고 찌질한 면을 보이고, 두 살 어린 기준에게 무시당한다. 아픈 형을 보살필 때는 한없이 착한 동생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선을 대하는 성철은 지고지순한 남친으로 보인다. 카트 타고 놀 수 있게 밀어주고, 운행을 하지 않는 놀이공원에서 수동으로 놀이기구 움직여 여자친구를 즐겁게 해주는 등 <세트플레이>의 성철은 복합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비롯해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장르에서 등장인물은 명쾌한 캐릭터를 가져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과의 갈등과 협력도 분명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캐릭터가 겹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등장인물 간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고 완벽히 분리될 경우 캐릭터라이징이 무척 잘 됐다고 평가받는데, 현실에서의 사람들은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단순하고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사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복합적인 측면을 보면, 성철은 영화적 캐릭터라기보다는 현실 캐릭터로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더욱 성철에게 공감할 수도 있고, 단순하지 않기에 마음 편하게 감정이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성철은 양쪽에 걸쳐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철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마음 또한 복잡하고 불편해질 수 있다. 관객은 성철에게 감정이입했더라도, 성철의 행동과 마음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불편해질 수 있다. 내가 성철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내 주변에 성철이 있다고 가정해도 역시 불편해질 수 있다.
성철의 변신과 질주에, 성철에게 감정이입했던 관객은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감정이입했던 성철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그 후 다시 정서적 반전을 주는데, 관객은 다시 답답해질 수도 있고, 성철로부터 벗어난 것에 조금은 미안해질 수 있다.
만약 <세트플레이>가 본격적인 상업영화로 기획됐으면, 성철의 특징은 좀 더 단순화됐거나 아니면 두 사람으로 분리돼 각각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도록 바뀌었을 수도 있다.
◇ 이재균의 연기력! 질주와 억눌림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세트플레이>에서 성철 역 이재균의 표정 연기와 감정 연기는 인상적이다. 이재균은 질주와 억눌림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순간적인 반전 혹은 캐릭터의 대반전을 가능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성철의 복잡한 캐릭터를 멋지게 표현한 것도 정반대의 연기를 모두 펼칠 수 있는 이재균의 연기력 덕분이다.
박현숙(성철 엄마 역), 김정팔(성철 아빠 역), 김준구(성철의 형 성현 역) 등 성철의 가족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도 눈에 띄고, 김선경(동대문 아줌마 역)과 조은주(아우디 여인 역)의 열연 또한 관객이 <세트플레이>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