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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4) ‘진흙’ 이기적 개발과 책임 회피는 지금도 계속된다

발행일 : 2019-05-26 10:05:22

신시아 웨이드, 샤샤 프리들랜더 감독의 <진흙(Grit)>은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경쟁, 블랙 아시아 섹션에 출품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인간의 탐욕은 예상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작품인데, 이기적 개발과 책임 회피가 지금도 계속된다는 점은 매우 씁쓸하다.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 인간의 탐욕은 예상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을 촉발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다큐멘터리
 
<진흙>에서 디안은 여섯 살 때, 땅이 울리는 깊은 소리를 듣고, 곧이어 자신이 사는 인도네시아 마을을 덮치듯이 몰아치는 진흙의 쓰나미를 목격했다. 여전히 6만 명의 사람들이 살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가스 채굴회사인 라핀도가 지하의 진흙 화산을 건드렸고, 그로 인해 깊숙한 곳에 있던 뜨거운 진흙이 분출하게 된 것이라 보고 있다. 진흙 마을 사람들은 근래 가장 대규모의 환경 재해 가운데 하나인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거대 기업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은 ‘진흙 화산’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포항 지진 피해가 인근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지진이라는 것이 밝혀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진흙>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진흙>을 보면서 근본 원인을 간과하면 거대 기업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거대 기업의 잘못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거대 기업에 맞서 투쟁하는 모습 이전에, 왜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거대 기업이 초래한 위험 자체와 책임 회피를 들여다봐야 한다.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땅을 판다는 것, 시추를 한다는 것, 터널을 굴착하는 것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가 스스로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땅을 팔 경우 기본적으로 지하수위를 변화시킨다. 땅은 흙의 힘인 토압(土壓)으로 유지된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토압 못지않게 물의 힘인 수압(水壓)도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 곳에서 땅을 파면 지하수위의 변화로 수압이 줄어들어 땅이 침하되고 주변 건물에 금이 가거나 심하면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진흙>처럼 시추 드릴이 지하의 거대한 진흙층을 건드려 터뜨리는 것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가 <진흙>을 남 이야기처럼 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 개발에 대한 이익은 개발자에게! 그럼 개발에 대한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진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큰 사회적 피해가 생겨도 상관없다는 그릇된 의식과 극단적 이기주의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물론 어떤 개발이든 개발에 대한 크고 작은 피해는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개발을 하더라도 그럴 수 있고, 그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친환경적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진흙>은 주변과 사회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더라도 전혀 그런 위험에는 대비하지 않고 환경 파괴에 상관없이 무분별한 개발을 한 모든 주체들과 그들을 방치한 관리 감독 기관들 모두가 봐야 하는 영화이다.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진흙’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건설에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먹거리, 의료, 위생 등 치명적인 사회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주체들과 관리 감독 기관들에도 모두 해당된다.
 
물론 <진흙>을 보면서 가스 채굴회사가 잘못한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자신이 한 환경 파괴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환경 파괴를 한 적도 없다고 생각하는 관여자들도 꽤 많을 수 있고 여겨진다. 어쩌면 <진흙>을 보면서 반성할 정도였으면, 애초에 그런 무모하고 이기적인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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