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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원더랜드’(2)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발행일 : 2019-08-06 11:39:44

딜런 브라운 감독의 <원더랜드(Wonder Park)>에서 딸인 준은 자극추구를 원하고, 엄마는 그런 딸을 인정한다.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의 ‘수용(Acceptance)’과 ‘전념(Commitment)’,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의 개념을 통해 준의 엄마와 아빠가 어떻게 준을 인정하는지, 그로 인해 준이 어떻게 자아의 정체성을 정립하는지 살펴본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수용전념치료(ACT)’ 개념화된 자기 vs. 맥락으로서의 자기
 
수용전념치료는 수용과 전념을 강조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수용전념치료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그 자체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문제를 없애는데 주력하기보다는 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용전념치료는 심리적 고통(Pain)을 회피하거나 통제하려고 하면서 더 큰 괴로움(Suffering)을 겪게 된다는 이론이다.
 
개념화된 자기는 사회화 훈련과정의 결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자기이고,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사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맥락을 지켜보고 지금-여기의 경험을 조망하는 자기이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념화된 자기는 “나는 OO다.”라고 규정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테마파크 직원이다’, ‘나는 어느 학교 학생이다’, ‘나는 전업주부이다’처럼 직업적인 면이 들어갈 수도 있고, ‘나는 창조적이다’, ‘나는 무능력하다’, ‘나는 허약하다’, ‘나는 가난하다’처럼 관념적인 면이 들어갈 수도 있다.
 
◇ 자극추구를 원하는 딸! 그런 딸을 인정하는 엄마!
 
<원더랜드>에서 준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함께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취미인 장난기 많고 상상력 풍부한 소녀이다. 원더랜드가 진짜일 수 있다는 것은 원더랜드 자체에 대한 인정일 수도 있지만, 딸에 대한 인정과 딸의 마음에 대한 수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극추구를 원하는 딸과 그런 딸을 인정하는 엄마의 모습은 수용과 전념이라는 개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상상력 자극, 자극추구, 구체화, 시각화를 원하는 딸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많은 부모와는 달리, 준의 엄마와 아빠는 딸을 수용하고 전념한다.
 
말썽을 일으키는 것 같은 천재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에는 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를 다루는 법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일 수 있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에서 딸인 준은 독특하게 나오지만, 엄마와 아빠는 평범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빠도 어른이 되면서 사회와 융화되고 동화돼 평범하게 완충됐을 수 있다. 엄마와 아빠의 타고난 기질에도 딸인 준과 같은 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준과 부모는 서로 큰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것일 수도 있다.
 
준의 아빠가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아빠가 아직 아이 같은 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준과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빠에 대한 딸의 걱정과 잔소리에 공감하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엄마의 역할을 하기 위해 더 이상 아이인 것을 포기하는 딸의 모습에 마음이 더욱 안타까울 것이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준의 개념화된 자기는 ‘원더랜드의 미친 존재감’! 그렇다면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원더랜드>에서 엄마가 딸인 준에게 심어준 개념화된 자기는 ‘원더랜드의 미친 존재감’이다. 엄마와 같이 있을 때 준은 진짜 존재감을 느끼며 높은 자존감과 자부심을 유지하기 때문에 맥락으로서의 자기 또한 ‘원더랜드의 미친 존재감’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가 병원에 간 이후 준에게 원더랜드는 더 이상 꿈과 상상력의 공간이 아닌, 좌절감을 건드리는 공간이 됐다. 준의 맥락으로서의 자기는 ‘원더랜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가 통합돼 일치됐던 준에게 이제 ‘원더랜드의 미친 존재감’은 맥락에서 벗어난 개념이 된 것이다.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랜드’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수용전념치료에 의하면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히면 삶에 대한 유연성과 탄력성이 떨어져 여러 가지 불안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개념화된 자기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맥락으로서의 자기와 개념화된 자기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맥락보다는 개념화에 집착한다는 것을 뜻한다.
 
준은 개념화된 자기인 ‘원더랜드의 미친 존재감’에 사로잡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거부하면서, 원더랜드 자체를 멀리하고 거부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맥락으로서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게 지금-여기의 현재를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원더랜드>에서 준은 상황이 바뀌면서 맥락 또한 바뀌게 돼 개념화된 자기와 맥락으로서의 자기의 간극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스토리텔링의 반전이 주는 판타지 및 카타르시스와 일맥상통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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