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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9)

발행일 : 2021-09-30 12:03:01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9)

후암동(厚巖洞)은 목멱산 아래 첫 동네다

새벽녘 비에 목멱산이 구름에 갇혔다. 보이지 않는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 낀 숭례문에서 성곽 옆 언덕에 서 있다. 이른 새벽 한양도성의 관문인 숭례문이 굳게 닫혀있다. 성문이 열리는 시간은 언제일까? 세로로 쓰여진 현판의 글씨가 무겁게 느껴진다. 무너진 성벽 사이 길 위에 소나무 몇 그루가 섬 같다.

숭례문에서 소의문으로 가는 길목, 남지(南池)라는 연못 터다. 성곽 주변 물을 모아둔 도랑이 해자인 듯, 소방수인 듯 궁금하다. 도성 밖 칠패시장은 사라지고, 도성 안 남대문시장만 새벽에 북적거리다. 남대문시장과 숭례문 사이 두텁바위 고개로 향한다.

목멱산 정상에서 내려온 바람과 한강에서 부는 바람이 소월길에 잠시 멈춘다. 시원하고 청량하다. 안개가 걷히니 소나무 사이로 목멱산이 살며시 보인다. 해가 뜨려는지 목멱산 잠두봉과 동봉 사이에 햇살이 비친다.

구름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산과 울창한 숲을 왠지 그리고 싶은 아침이다. 숭례문 소월길에서 목멱산 해 뜨는 풍경은 이 가을에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소월길은 도성 안과 도성 밖을 나누는 도로다. 목멱산 따라 걸으면 도성 안 소파로가 있는 회현동과 도성 밖 남묘가 있던 후암동이다. 소월길은 중구와 용산구의 경계다. 소월길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진달래와 복숭아꽃이 가득한 목멱산 순환길에 지혜로운 선인들의 상(像)이 많다. ‘진달래꽃’ 시로 유명한 소월 김정식의 소월시비,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 사이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 상이 서 있다. 각박한 우리들의 삶에 잠시 위안과 용기를 준다. 목멱산 아래 첫 동네가 후암동(厚巖洞)이다. 둥글고 두터운 바위가 동네를 지켜왔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9)

두텁바위 전설이 지금껏 신통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다. 용산의 전통시장 중 후암시장은 한양도성 옛길에서 한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왕이 궁에서 나와 청계천 광통교 지나 제일 먼저 나서는 문이 숭례문이다. 성문 밖 남묘(南廟)에 절하고, 전생서(典牲署)를 들러 남단(南壇)에 제를 지나러 간 길이 후암동 옛길이다.

정조의 능행길은 어디일까? 숭례문 밖 칠패 지나 청파, 배다리 지나 삼각지 돌면 동작나루 한강이요, 숭례문 밖 남관왕묘 지나 국가 제사에 쓸 가축을 기르는 전생서에서 예를 갖추고, 왕과 신하가 머물던 곳이 바로 후암동이다. 두텁바위 고개 넘어 두텁바위가 있던 후암동은 말 그대로 후덕한 동네다. 예로부터 이 바위를 찾아 행복과 행운을 기원하던 곳이다.

후암동은 용산역이 생기며 새로운 도시로 축이 이동한 핫플레이스다. 도성 밖이지만 도성 안이 가깝고, 순환도로가 놓여 물류 흐름이 최적이었던 곳이다. 목멱산 아래 공기 좋고, 만초천이 흘러 물 맑고, 서양식 주택들이 많아 새로운 문화도시로 사람들까지 후덕한 동네다.

미래의 도시 용산이 꿈틀거리고 있다. 목멱산 아래 첫 동네, 후암동에서 둔지산까지 바로 걸어 한강에 갈 수 있는 날을 기원해 본다. 그날이 오면...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남서울예술실용학교 초빙교수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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