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의 이미지 리더, 랜서 에볼루션이 한국 상륙의 선봉에 섰다. 10세대로 진화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한 새 랜서 에볼루션은 신형 4기통 2리터 터보 엔진으로 295마력을 뿜어낸다. 가속력은 수퍼카를 연상케 할 만큼 폭발적이고, 코너에서는 탁월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큰 입과 거대한 뒷 날개만 아니라면 주목 받기도 쉽지 않을 세단 차체에 숨겨진 WRC 챔피언의 유전자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글, 사진 : 박기돈 (RPM9 편집장)
드디어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이 한국에 상륙했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의 우승이라는 화려한 역사를 바탕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랜서 에볼루션은 독특한 장르를 확보하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다. 세단 차체에 2리터 터보 엔진과 4륜 구동으로 무장한 랜서 에볼루션은 고성능 세단형 스포츠카의 대명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BMW M,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아우디의 S와 RS 모델들 중에 세단형 모델들이 있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가 모델이어서 젊은 매니아들에게는 접근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반면, 랜서 에볼루션은 대중 브랜드인 미쓰비시가 만들었지만 모터 스포츠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오랫동안 갈고 닦은 캐릭터 덕분에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경쟁자는 찾기가 쉽지 않아 전세계를 뒤져도 스바루 임프레자 WRX STi 정도가 있을 뿐이다. 실제로 두 모델은 오랫동안 서로를 견제하며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오고 있다.
랜서 에볼루션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 그리고 지난 2007년에 10세대 랜서 에볼루션이 등장했으니 15년 동안 무려 10대의 신형 랜서 에볼루션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차 개발이 7~8년, 페이스리프트가 3~4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랜서 에볼루션은 그 이름에 걸맞게 시도 때도 없이 진화를 거듭한 셈이다. 반면 세대로는 무려 10세대에 해당하지만 9세대 랜서 에볼루션까지는 똑 같은 엔진을 개량해 사용하였고, 스타일 또한 큰 변화 없이 조금씩 변하는데 그쳤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10번을 채우면서 미쓰비시는 완전히 새로운 랜서 에볼루션을 선보였다. 새로운 디자인, 새로운 엔진, 그리고 새로운 변속기까지. 늘 고만고만하던 모습의 랜서 에볼루션을 보면서 어디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 모델이 몇 세대인지 구분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나마 매니아들에게나 나름 즐거운 놀이였었는데 10세대 랜서 에볼루션은 이제 일반인들도 쉽게 구분이 가능할 만큼 새로운 스타일로 차려 입었다.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 X 컨셉트’를 통해 미리 스타일을 선 보인 후 큰 틀에서의 변화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새롭게 선보인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다이아몬드 엠블렘까지 집어 삼킨 그릴 덕분에 새 랜서 에볼루션은 지금까지의 어떤 모델들보다 더 과격해 보인다. 일반 세단인 랜서와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디자인을 공유하지만 에볼루션 쪽이 더 과격하다. 새로운 그릴 디자인은 곧 미쓰비시 다른 모델들에도 전이될 예정이다. 랜서 에볼루션은 아마 초반의 몇 세대 정도를 제외하곤 늘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보여 왔는데, 10세대는 직선의 느낌이 더욱 강하다. 역시 엠블렘의 영향이다. 옆모습에서도 뒤로 살짝 치켜 올라가는 쐐기 스타일에 강한 직선이 살아있다. 앞 펜더는 위를 부풀려 근육질을 더하고 뒤쪽으로는 공기 배출구를 더해 냉각을 돕는다. 보닛 후드에는 정면에서 봤을 때 보이는 공기 흡입구와 위에서 봐야 보이는 공기 배출구가 삼각형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터보 엔진에 많은 공기를 공급하고 더운 공기는 보다 잘 뽑아내기 위해서다.
트렁크 위에는 역시 대형 스포일러가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속 주행에서의 공기의 흐름을 고려해 가로핀에 굴곡이 더해진 새로운 스타일이다. 공기 역학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바닥에 언더 커버를 더했고, 뒷범퍼 아래에는 디퓨저도 달았다. 한편 펜더와 지붕, 스포일러 프레임 등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무게 중심도 낮췄다. 새로운 차체는 이전 최종 모델인 IX MR 버전에 비해 비틀림 강성이 40%, 휨 강성이 60%나 증가되어 안정적으로 고성능을 뽑아 낼 수 있는 기틀을 다졌다.
일본에서는 옵션이지만 국내에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18인치 대형 BBS 알로이 휠은 초 경량이어서 주행성능을 극대화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 그 안으로는 브렘보 브레이크의 빨간색 캘리퍼가 시선을 자극한다.
랜서 에볼루션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마트 키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운전석 쪽에서는 스마트 키 방식으로 앞문만 열 수 있으며, 동반석 쪽에서 열 경우에는 모든 문이 한꺼번에 열린다. 시동은 버튼 방식이 아닌 기존 키 위치의 돌출부분을 돌려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시동을 꺼도 오디오 등이 계속 작동하며, 사이드미러 등은 잔광식으로 작동된다. 또 시동을 끌 때 터보 엔진 차량답게 키를 돌려도 즉시 시동이 꺼지지 않고 몇 초 정도가 지난 후 시동이 꺼진다.
실내는 늘 그랬듯이 비교적 간결하다. 대시보드 등의 재질도 고급스럽다거나 하지 않다. 하지만 매니아라면 누구나 혹할 만큼 매력적인 장비들이 시선을 잡아 끈다. 언제나 그랬듯이 스포츠시트의 최고봉 레카로 버킷시트가 차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레카로 시트는 랜서 에볼루션에는 ‘must have’ 아이템인데 국내 판매 모델에는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다. 가죽과 알칸타라, 인조 가죽을 사용했으며, 명성답게 몸을 잘 지지해 준다. 레카로 시트도 전동식 시트가 있지만 랜서 에볼루션에는 모든 것이 수동방식이다. 특히 등받이 각도 조절은 삼각형의 다이얼을 돌려서 조절한다. 차의 성격에 맞게 시트의 등받이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다. 한편 필자의 평소 운전 자세를 고려해 볼 때 허벅지 부분이 다소 높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레카로 시트는 랜서 에볼루션의 장비들 중 만족도가 높은 장비 상위에 랭크 되고도 남는다.
직경이 작고 단단한 느낌의 스티어링 휠 뒤쪽에는 수동으로 변속할 수 있는 패들이 달려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질감이 좋고, 위 아래로 긴 스타일이어서 스티어링 휠을 어느 정도 돌린 상태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차의 성격을 고려할 때 텔레스코픽 기능이 없는 것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스티어링 휠의 위치가 많이 멀진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운전자에 따라 분명 조절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계기판은 두 개의 원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운데 트립컴퓨터 화면이 자리한다. 위쪽에는 별도의 하우징을 덮었는데 메르세데스-벤츠 SL 클래스의 것을 닮았다. 계기판은 스포티하다. 특히 계기의 숫자들을 6시방향에서 3시 방향까지 270도로 심플하게 배열해 기계적인 느낌을 강하게 했다. 이 계기 배열은 페라리를 닮았다. 계기 가운데 부분에 특이한 패턴이 눈에 띄는데 얼핏 보기에 부직포를 깔아 놓은 듯 산뜻하고 개성 있어 보인다. 레드존은 7,000rpm에서 시작되며, 속도계는 최고 300km/h까지 기록되어 있고 안쪽으로 mile/h도 함께 표시했다.
랜서 에볼루션에는 필자가 좋아하는 원터치 방향지시등이 적용되었는데 필자가 경험해 본 일본차 중에서는 처음이다. 방향 지시등 레버를 살짝 터치만 하면 방향지시등이 세 번 깜박인 후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인데 조작감이 분명치 않은 점은 조금 아쉽다. 국내에 선보인 랜서 에볼루션에는 선루프가 없고, ECM 룸미러도 생략되었다. 창문은 운전석의 것만 상하 원터치이고 나머지는 모두 원터치 방식이 아니다.
오디오는 락포드 포스게이트의 프리미엄 제품이 장착되었다. 역시 해외에서는 옵션으로 선택하는 것이지만 국내 사양엔 기본으로 장착했다. 650와트를 뿜어내는 오디오 시스템은 9개의 스피커로 구성되며 트렁크에는 대형 서브 우퍼까지 갖추었다. 인대시 타입 6매 CD 체인저는 MP3를 지원하고 센터 페시아 하단에는 AUX 단자를 마련했다. 사운드 조절을 통해서 서브 우퍼는 울림의 세기를 6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훌륭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필자가 선호하는 몇몇 브랜드와 비교하면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든다. 또한 오디오를 전통적인 2단 LCD창으로만 조절하게 되어 있어 MP3의 폴더가 지원되긴 하지만 LCD 모니터에 비해 불편하다. 해외에서는 하드디스크 타입 네비게이션과 LCD 모니터를 선택할 수 있다.
실내에서 또 하나 시선을 모으는 것은 변속기 레버다. 국내에 들어온 랜서 에볼루션에는 TC-SST 변속기만 장착되는데 기어 레버가 수동 변속기 기어레버를 닮았다. 특히 P에서 아래로 움직일 때 레버 중간의 링을 들어 올리도록 되어 있는 방식은 수동변속기에서 후진을 선택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더욱 그렇다. 레버 상단의 손잡이는 가죽으로 덮었는데 바느질이 야구 공처럼 되어 있어 재미있다.
지금까지의 랜서 에볼루션은 모두 수동변속기만 장착되었지만 10세대가 되면서 혁신적인 트윈 클러치 반자동 변속기가 도입되었다. 이름하여 6단 TC-SST(Twin Clutch – Sport Shift Transmission). 폭스바겐의 DSG, 아우디의 S-트로닉, 그리고 포르쉐의 PDK처럼 두 개의 클러치가 홀수와 짝수 단을 각각 맡아 변속하는 시스템으로 자동변속기처럼 편하고 부드러우면서 수동변속기의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실현한 장비다. 변속기는 레버 아래쪽에 있는 스위치를 통해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노멀 모드에서 스위치를 위로 밀면 스포츠 모드가 되면서, 자동으로 변속하지만 상황에 따라 보다 낮은 기어를 선택해서 보다 높은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행이 가능해 진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약 3초 정도 밀고 있으면 수퍼-스포츠 모드가 되면서 더욱 빠른 변속과 민감한 엑셀 응답, 그리고 더 높은 회전을 활용한 주행을 선보인다. 수퍼-스포츠 모드에서는 굳이 수동모드를 선택하지 않고도 충분히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운전자가 완전히 수동으로 변속을 제어하고자 한다면 레버를 왼쪽으로 당겨서 수동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패들로도 변속이 가능하다. 자동변속 모드인 노멀과 스포츠 모드에서도 패들을 사용하면 수동으로 원하는 변속을 할 수 있는데 이때는 회전이 레드존에 도달해도 자동으로 변속되지 않고 한계 회전에 도달하면 연료가 차단된다. 또 일반적으로 잠시 패들로 변속했다가도 정속 주행을 하면 다시 자동모드로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랜서 에볼루션은 오른쪽 ‘+’ 패들을 2초 이상 누르고 있어야 자동모드로 돌아간다.
랜서 에볼루션 X에서 또 하나 변화의 핵심은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4G63 엔진을 버리고 새로운 4B11 엔진을 적용한 점이다. 시리우스 엔진으로 불리기도 하는 4G6 시리즈 중 배기량이 1,997cc인 4G63 엔진은 오랫동안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 계열, 그리고 현대 쏘나타 등 다양한 모델들에 얹혀졌으며, 랜서 에볼루션에도 1992년 최초 모델부터 2006년 IX 모델까지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완전히 새롭게 선보인 4B11 엔진을 얹게 된 것이다.
월드 엔진 프로젝트에 의해서 개발된 4B1 시리즈는 4기통의 실린더 블록과 헤드를 알루미으로 만들고 DOHC방식에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장치인 MIVEC이 흡기와 배기에 모두 적용된다. 랜서 에볼루션 용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는 터빈을 티타늄과 알루미늄의 합금으로, 컴프레서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고 컴프레서 형상을 최적화시켜 부스트 반응과 저중속 토크를 향상시켰다. 배기량은 4G63이 보어x스트로크가 85x86mm로 1,997cc 였는데, 4B11은 보어가 1mm 늘어나 스퀘어 타입 86x86mm로 1,998cc가 되었다.
최고출력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국내 발표로는 295마력/6,500rpm과 최대토크 41.5kg.m/4,000rpm을 발휘한다. 4기통 2리터 엔진으로 뿜어내는 295마력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랜서 에볼루션은 극단적으로 가속력 위주의 기어비 세팅을 하고 있다. 6단 변속기이지만 기어비가 좁아 6단에서 회전수를 끝까지 써서 최고속도를 내도록 되어 있다. 풀가속을 하면 50, 85, 120, 160, 21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6단으로 변속 후 약 5,800rpm에서 230km/h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 후에는 가속력이 현저히 떨어져 이렇다 할 속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초반 가속을 위해 6단을 잘게 쪼개 사용하면서 폭발적인 가속력을 얻어낸 만큼 최고속 부분에서는 많은 양보를 얻어내야만 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랜서 에볼루션의 성격이 아니겠는가?
랜서 에볼루션의 가속력은 (메이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히 폭발적이어서 4초대를 기록한다. 그 명성이야 익히 아는 바지만 2리터 엔진으로 4초 대의 가속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필자가 랜서 에볼루션의 이전 모델들을 많이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몇몇 모델들을 잠시 몰아봤던 기억과 비교하면 새로운 엔진은 회전이 상당히 매끄럽고 빠르게 상승한다. 하지만 의외로 회전수가 떨어지는 것은 강력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기어를 내릴 땐 엔진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지 않는 느낌이다. 또한 트윈 스크롤 터보를 사용하면서 터보래그를 줄였다고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터보가 작동하면서 폭발력이 급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행 중 균형을 해칠 정도는 아니어서 터보엔진의 강력한 파워를 즐길 수 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10세대 랜서 에볼루션의 진가는 강력하고도 정교한 AWD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AWC는 매력적인 장비다. ACD(액티브 센터 디퍼렌셜), AYC(액티브 요 컨트롤), 스포츠 ABS와 ASC(액티브 스태빌리티 컨트롤) 등을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인 S-AWC를 통해 상황에 따라 보다 정교하게 4개의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네 가지의 제어 시스템은 발진 가속, 감속, 코너링, 코너 탈출 등의 상황에서 각각의 역할 비중을 다르게 하면서 최고의 성능을 끌어내며, 또한 효과적으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제어해 준다. 실제 랜서 에볼루션으로 와인딩 도로를 달렸을 때 S-AWC는 탁월한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특정한 속도에서 특정한 코너를 돌아 나갈 때, 다른 차량이었으면 발생할 수 있는 언더나 오버스티어 상황을 운전자가 미처 감지하기도 전에 완벽하게 제어해 주는 느낌이다. 이는 주행안정장치인 ESP가 브레이크와 엔진 출력을 제어하면서 ESP 작동 시 역동성이 떨어지는 상황과는 아주 달랐다. 쉽게 말하면 출력의 손실 없이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 정교함은 가히 추종을 불허할 만하다 할 수준이었다. S-AWC는 변환 스위치를 통해서 Tarmac, Gravel, Snow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건조한 포장도로에서의 강력한 코너링은 Tarmac, 젖은 도로나 진흙 도로의 안정적인 주행에는 Gravel, 그리고 눈길 등 아주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주행에는 Snow를 선택하면 된다.
또한 S-AWC의 제어 상태는 계기판 가운데 위치한 정보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센터와 앞뒤 좌우 구동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작은 코너에서도 쉽게 눈금이 왔다 갔다 했던 혼다 레전드의 그것과는 달리 랜서 에볼루션의 제어량 표시기는 아주 과격한 코너링에서야 눈금이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안정성을 바탕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정교하게 개입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랜서 에볼루션의 강력한 전투력에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빌스타인 쇽업소버와 아이바흐 코일 스프링, 브렘보 브레이크, 그리고 BBS 초 경량 알로이 휠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수 많은 명차들과 레이스카들을 통해 그 성능을 입증 받은 세계 최고의 파츠들인 만큼, 미쓰비시는 랜서 에볼루션을 개발하면서 이들을 통해 성능을 극대화하였다. 적어도 이들 파츠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에 한해서는 더 이상의 튜닝이 필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0세대로 진화하면서 랜서 에볼루션은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 성능이 더욱 좋아졌지만 차체는 더 커지고, 훨씬 더 안락해 졌으며, 주행은 안정적이고 부드럽다. 흔히들 말하는 GT의 성격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서 에볼루션이 가진 매력은 결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고 이 땅에서 정식으로 수입된 랜서 에볼루션과 마침내 통(?)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랜서 에볼루션이 국내에 등장함과 동시에 강력한 여러 경쟁 상대들과의 다양한 비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만큼 많은 이들이 랜서 에볼루션을 그리워했고, 또 기대한 바가 컸었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생각에도 가격 부분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첫 발을 내 디딘 미쓰비시이니 만큼 앞으로 다양한 노력들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좀 더 접근 가능성이 높은 버전의 랜서 에볼루션이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도 그래서 벌써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rpm9]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시승사진 고화질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