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다양한 형태의 걸윙 도어를 갖춘 모델들이 많지만 어찌 보면 이들은 모두 아류다. 이러한 아류 걸윙 도어를 있게 한 오리저널 걸윙 도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300SL이 선보였던 것으로, 정면에서 보면 진짜 갈매기 날개처럼 보이는 바로 그 것이었다. 이 후 메르세데스-벤츠는 F1 파트너인 멕라렌과 함께 개발한 슈퍼카 ‘SLR 멕라렌’에 걸윙 도어를 접목했지만 오리지널인 300SL과는 모양이 달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페라리 F430,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경쟁 모델이자, 과거 300SL의 계보를 이를 새로운 슈퍼카를 개발하면서 300SL의 가장 큰 특징으로 기억되고 있는 걸윙 도어를 현대 기술로 완벽하게 재현했으며, 디자인 곳곳에 300SL의 흔적을 되살려냈다. 개발을 함께한 파트너는 멕라렌 대신 AMG가 맡았고, 그래서 새로운 메르세데스-벤츠 슈퍼카의 이름은 ‘SLS AMG’가 되었다.
전면에는 거대한 공기 흡입구에 대형 세 꼭지별을 배치해 마치 대형 항공기 엔진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는데, 과거 300SL의 핵심적인 디자인 큐를 재현한 것이다. 긴 보닛 위에 두 줄로 불룩하게 솟아 있었던 과거의 캐릭터는 매끈한 두 줄의 캐릭터 라인으로 대체되었지만 보닛 끝부분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는 배기 그릴은 옛날처럼 실버 섀도우 처리된 4개의 핀을 더해 재현했다. 이 배기 그릴은 차체 측면 좌우 펜더 뒤쪽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펜더 그릴의 핀 가운데에는 AMG의 강력한 자연 흡기 대 배기량 V8 엔진의 상징인 숫자 6.3을 장식했다.
원형이었던 과거 300SL의 헤드램프는 현대적인 세로 사각형으로 바뀌면서, HID 헤드램프와 가로로 놓인 LED 주행등으로 최신 기술을 접목했다. 범퍼 아래 얇은 공기 흡기구 부분은 임팩트가 약하긴 하지만 AMG의 상징적인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옆에서 바라보면 긴 보닛과 짧은 엉덩이, 컴팩트한 운전자 공간, 높은 벨트라인과 낮은 창문, 가파른 앞 창문과 두꺼운 B 필러 등이 클래식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x너비x높이가 4,368x1,939x1,262mm이며, 휠베이스는 2,680, 앞/뒤 트레드는 1,682/1,653mm다. 앞 19인치, 뒤 20인치의 알로이 휠은 3가지 디자인이 준비되었다.
뒤 범퍼 중앙 하단에는 F1 경주차에서 볼 수 있었던 안개등 겸용 후미등이 장착되어 좌우에 위치한 배기구와 함께 스포티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트렁크 리드에 완전히 일체화된 리어 스포일러는 120km/h 이상의 속도에서 고속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동으로 솟아 오른다.
차체 색상은 총 9가지가 준비되었는데 가장 주목 받을 색은 완전히 새롭게 선보인 ‘AMG 알루-빔 실버’이다. 30~50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 안료를 첨가하고 새로운 공법으로 도장되는 이 색상은 마치 액체금속과 같은 광택이 발현되어 강렬한 걸윙 수퍼카 디자인과 잘 어우러진다. 그 외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두 가지의 무광 색상도 선택할 수 있다.
항공기의 콕핏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실내는 가죽으로 덮은 넓게 펼쳐진 날개 모양의 데시보드를 중심으로 T자형으로 구분된다. 비행이 엔진을 연상시키는 4개의 원형 에어 벤트가 시선을 끌고 가운데 두 개의 에어 벤트 중앙엔 커맨드 시스템과 연결된 7인치 모니터가 자리한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중앙 상단엔 기어 변속 시점을 알려주는 7개의 LED가 자리하고, 실버 셰도우 색상의 두 개의 원형 미터에는 스포티한 느낌의 숫자와 눈금이 시선을 끈다. 속도계에는 360km/h까지 기록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에는 양산형 모델에서 보았던 오디오와 에어컨 조절 패널이 그대로 장착되었지만 그 아래 센터 터널에는 걸윙 수퍼카에 어울리는 새로운 스타일의 조절 장치들이 자리하고 있다. 메르세데스에서 처음 선보이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조작하는 변속기 레버 ‘E-셀렉트’는 항공기의 조작 레버를 닮았다. 우측에는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과 엔진 스타트/스톱 버튼, ESP 작동 버튼, AMG 버튼, 그리고 서스펜션 조절 버튼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다. 레버 아래쪽에는 커맨드 시스템 조절 장치가 있다.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디자인 된 스포츠 시트는 시트 백을 초경량 소재인 마그네슘으로 제작했다. 차체 중량을 감소시키고 롤 센터를 낮추는 효과를 발휘한다.
초대 300SL은 두터운 도어 실로 인해 타고 내리기 불편했었지만 새로운 걸윙은 369mm에 달하는 낮은 시트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타고 내리기 쉽도록 설계했다. 우선 도어가 70도 각도로 열려 열린 도어와 땅바닥까지 거리가 1.5미터에 이른다. 도어 실의 높이는 45cm다. 또한 걸윙 도어를 열 때 필요한 옆 공간도 일반 2도어 쿠페에 비해 적게 필요하며 일반적인 차고 안에서도 도어를 활짝 열어 펼칠 수 있을 정도다.
수납 공간은 일상적인 생활에 충분할 만큼 확보했다. 3.7리터 글로브 박스와 컵 홀더, 휴대폰 크래들이 들어가는 센터 콘솔, 그리고 시트 뒤쪽 중앙과 동반자석 다리 쪽의 포켓 그물등이 실내에 준비되었고, 트렁크에는 176리터의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SLS AMG에는 메르세데스 최초로 알루미늄 섀시와 바디가 적용되었다. 241kg에 불과한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은 45%의 알루미늄 섹션, 31%이 알루미늄 시트 패널, 20%의 알루미늄 캐스트, 그리고 A필러에 4%의 스틸이 사용되었다. 차체 총 중량은 1,620kg이다.
엔진은 메르세데스의 AMG 모델들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V8 6.3리터를 정교하게 튜닝해 얹었다. 최고 출력은 6,800rpm에서 571마력, 최대토크는 4,750rpm에서 650Nm를 발휘한다. 마력당 중량비는 2.84kg/hp에 불과하다. 0~100km/h 가속에는 3.8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317km/h에서 전자식으로 차단된다. 기존 63 AMG에 장착되는 엔진의 경우 모델에 따라 510마력 혹은 525마력을 발휘했었다.
이러한 출력의 증대는 새롭게 개발한 흡기 시스템, 밸브 트레인과 캠샤프트의 개선, 흐름을 최적화한 관형 스틸 헤더의 사용, 그리고 개선된 배기 시스템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엔진은 엑셀 페달에 보다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전 회전 영역에서 회전이 더욱 매끄러워졌다.
물론 엔진 부품 여러 곳에 경량, 고 강성 소재도 적용되었다. 단조 피스톤, 강화 크랭크샤프트 베어링, 크랭크케이스 구조 최적화, 고성능 연료 펌프 사용으로 인해 윤활성능도 향상되었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엔진 무게는 205kg으로 제한했고, 정교한 촉매 변환 기술을 적용해 EU5, LEV2 및 ULEV 배기 기준도 통과했다. 연비는 동급 성능을 내는 수퍼카로서는 탁월한 수준인 7.6km/L를 달성했다.
엔진에서 생성된 강력한 파워는 C클래스 DTM 경주차에 적용한 방식과 유사한 아주 특별한 경로를 통해 타이어에 전달된다. 뒤 엑슬에 위치한 변속기와는 토크 튜브를 통해 연결되고, 그 안으로 초 경량 카본 파이버 드라이브 샤프트가 엔진의 회전을 변속기에 전달한다. 메르세데스에서 처음으로 적용한 7단 ‘AMG 스피드시프트 DCT(dual-clutch Transmission)’는 1/10초 만에 정교하게 변속을 완료한다. 운전모드는 효율성을 중시한 ‘C’, 다이나믹한 스포츠 ‘S’, 스포츠 플러스 ‘S+’, 그리고 레이스스타트 기능이 있는 수동모드 ‘M’으로 구성되어 있다.
차체 전후 중량 배분은 47:53이며, 서스펜션은 F1에서 검증한 더블 위시본 액슬을 네바퀴에 모두 적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기어비를 조정해 수퍼카에 어울리는 즉각적인 응답성을 갖추었고, 첨단 자세 제어 장치인 ESP는 켜고 끄는 모드 외에 다이나믹한 주행을 위한 ‘ESP 스포츠’ 모드를 추가했다.
브레이크는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를 적용했다. 타이어는 앞 265/35R19, 뒤 295/30R20이 적용된다.
출시는 2010년 봄에 출시되며 가격은 177,310 유로(약 3억 1,500만원)이다.
에디터 /박기돈 @ www.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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