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오토모티브의 첫 번째 모델 MP4-12C가 공식 런칭됐다. MP4-12C는 맥라렌 그룹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모델이다. 레이싱에만 매진해온 맥라렌 그룹이 일반 로드카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게 바로 맥라렌 오토모티브 디비전이며 MP4-12C는 그 첫 결과물이다.
코드네임 P11로 알려진 MP4-12C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완전한 독자 개발로 방향을 잡았다. 다임러는 여전히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지만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SLS AMG와 MP4-12C가 결정적인 증거이다. 맥라렌과 다임러는 SLR 후속도 공동 개발할 방침이었지만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맥라렌은 엔진의 개발도 독자적으로 진행했다.
맥라렌 그룹은 로드카 사업을 위해 신규 인력 1,500명을 채용하고 새롭게 R&D 센터도 짓는다. 이번에 공개된 MP4-12C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다. 현재는 막바지 테스트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MP4-12C의 개발에는 맥라렌 레이싱의 엔지니어들이 대거 투입됐다.
맥라렌은 지난 47년 동안 F1에 출전해 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맥라렌은 664 경기에 나서 164회의 우승을 차지했고 7명의 월드 챔피언(에머슨 피티팔디, 헌트, 니키 라우다, 알랭 프로스트, 아일턴 세나, 미카 하키넨, 루이스 해밀턴)을 배출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은 12회, 컨스트럭터 우승은 8번을 차지했다. 또 145번의 폴 포지션과 436회의 포디움, 44번의 원투 피니시, 136번의 패스티스트 랩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거기다 미국의 캔 앰에서는 43회의 우승, 3번의 인디 500 우승, 르망 24시 1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맥라렌의 첫 로드카는 너무나도 유명한 맥라렌 F1이다. 단 107대만 생산된 F1은 르망 24시 처녀 출전해 압도적인 성능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며 속도 기록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F1은 지금도 경매에서 253만 유로라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원래 가격의 5배에 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로드카는 작년 말로 생산이 중지된 벤츠 SLR 맥라렌이다.
페라리와 함께 F1을 대표하는 명문답게 MP4-12C라는 차명도 레이스카에 기본을 두고 있다. MP4는 1981년부터 도입된 모든 맥라렌 F1 머신의 섀시를 가리킨다. 현 회장 론 데니스는 프로젝트 4라는 이름으로 맥라렌 그룹을 새롭게 정비했고 그때부터 ‘McLaren Project 4’라는 의미의 MP4가 쓰이게 됐다. 또 12라는 숫자는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VPI(Vehicle Performance Index)의 지수를, C는 카본-파이버 기술을 뜻한다.
MP4-12C는 수퍼카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강성의 카본-파이버 튜브 섀시에 보디 패널 전체도 카본으로 제작했다. 이 때문에 라이벌로 잡고 있는 페라리 458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4 보다 가벼운 차체 중량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더 높다는 설명이다. 섀시의 무게는 단 80kg에 불과하다. 이는 비슷한 사이즈의 알루미늄 섀시 보다 25%나 가벼운 것이다.
거기다 비틀림 강성도 경쟁 모델 보다 25%가 강하다. 각 알루미늄 부품은 사출 성형 방식으로 제작돼 높은 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이 모노셀은 오스트리아와 카보 테크와 일본의 토레이가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카본-파이버는 24시간 이상의 제조 공정이 필요하지만 맥라렌의 모노셀은 단 4시간이면 충분하다. 맥라렌은 1981년 F1(MP4/1)에 처음으로 카본-파이버 섀시를 선보인바 있다.
경량화는 MP4-12C의 테마와도 같다. 카본-파이버 섀시와 패널은 비롯해 대부분의 부품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심지어는 맥라렌의 엠블렘도 알루미늄이다. 맥라렌 엠블렘의 무게는 2.6g에 불과하다. 또 기존의 원형 와이어 대신 육각형 알루미늄 컨덕터를 채용해 여기서도 무게를 4kg 줄였다. 차체 중량은 약 1.3톤으로 요즘 나온 대부분의 수퍼카와 비교 시 가벼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1톤이 조금 넘었던 맥라렌 F1에는 미치지 못한다.
주된 이유는 1993년에 나온 F1에 비해 편의 및 안전 장비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내에도 7인치 모니터가 마련되며 여기에는 MS의 소프트웨어와 인텔의 1.6 GHz 프로세서가 적용된다. 동급에서 무선 인터넷이 적용되는 것은 MP4-12C가 처음이다.
엔진(M838T)은 V8 트윈 터보 방식에 배기량은 3.8리터이다. 기존에는 6리터급 자연흡기를 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춰 터보로 방향을 선회했다. M838T의 출력은 600마력 내외, 최대 토크의 수치는 61.8kg.m에 달한다. MP4-12C의 CO2 배출량은 300g/km으로 600마력급 모델 중에서는 가장 낮다는 설명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3초대 초반, 최고 속도는 320km/h를 넘어선다.
그동안은 메르세데스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아 튜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는 맥라렌과 리카르도가 공동으로 개발한 유닛이다. 신형 트윈 터보 엔진은 최대 회전수가 8,500 rpm에 달하는 고회전 지향이지만 최대 토크의 80%가 2천 rpm 이하에서 나올 정도로 유연하다. 거기다 드라이 섬프 윤활 방식을 적용해 무게 중심도 크게 낮췄다. 블록과 헤드는 모드 알루미늄 알로이, 인테이크 매니폴드와 캠 커버도 경량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변속기는 SSG(Seamless Shift Gearbox)로 불리는 7단 듀얼 클러치가 기본이며 프리-코그도 F1에 가져온 기술이다. 프리-코그는 다음 단의 변속을 위해 클러치의 초기 압력을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변속 시간을 최소화 하는 효과가 있다. 7단 SSG는 그라치아노가 개발한 것으로 변속 시간이 현재의 DCT 보다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크는 카본-세라믹 디스크가 기본이 되고 새로운 브레이크 스티어 시스템이 리어 휠에 장비된다. 언더스티어를 방지해 주는 브레이크 스티어는 1997년에 나왔던 MP4/12 F1 머신에 선보였지만 FIA로부터 출전 금지를 당해 빛을 보지 못한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빠르게 코너에 진입할 경우 안쪽 휠에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를 방지해 주는 효과가 있다. 작동은 차량의 속도와 스티어링 앵글, 요값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행한다.
최고 수준의 핸들링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PCCU(Powertrain and Chassis Control Unit)도 마련된다. PCCU는 맥라렌이 독자 개발한 것으로 파워트레인의 리스폰스와 프로액티브 섀시 컨트롤이 조합된다. 파워트레인과 핸들링은 액티브 다이내믹스 패널을 통해 3가지 모드(노멀, 스포트, 트랙)에 따라 리스폰스와 세팅이 달라진다.
MP4-12C는 올해 말부터 MTC(McLaren Technology Centre)에서 생산이 진행되고 판매는 내년 봄부터 시작이다. 내년 1월에는 양산 막바지 모델인 26대의 VP가 나오면서 최종적인 완성도를 조율하게 된다.